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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밖 청년] ② "한국에도 절대적 빈곤 있더라…노숙위기 청년 많아"

입력 2026-09-25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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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청춘에 손 내미는 사회복지사 "잔고 없이 한달 지낸 청년도"


'가족안전망' 없어 더욱 추락…"비바람·더위 피할 곳만 찾게 돼"




영등포구 청년주거지원센터 내 청년들의 메모

[촬영 이의진]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한국에 절대적 빈곤은 이제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직 있더라고요."


사회복지사 김영호(46)씨가 '청년'을 전문 분야로 둔 건 2014년이다. 벌써 10년이 넘었다.


김씨는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고립 청년', 아픈 가족을 돌보는 부담을 이는 '가족 돌봄 청년', 아동복지 시설을 나온 '자립 준비 청년' 등에게 각종 지원을 해온 청년 전문가다.


그렇게 수많은 청년을 만나온 그도 '노숙 위기 청년' 지원을 맡기 직전에는 이 사업에 대해 반신반의했다고 한다.


김씨는 지난 22일 영등포구 청년주거지원센터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처음에는 사업 자체가 별로라고 봤다. 노숙이라는 말이 주는 어감이 있어 이런 청년들은 '돌볼 대상이 아니다'라는 마음도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3년간 갈 곳 없는 청년 70여 명을 차례로 상담하면서 이들이 '절대적 빈곤' 상태로 전락한 현실에 문제의식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고 김씨는 말했다.


그가 속한 사단법인 희망가치와 아름다운재단은 PC방·사우나·카페를 전전하는 청년들에게 3개월간 고시원 등 월세를 지원하는 사업을 3년째 해왔다.


김씨는 노숙 위기 청년들의 실제 사례로 "센터에 올 때 잔고가 없는 경우가 많다. 한 달째 그 상태로 지냈던 사례도 있다. 차비가 없거나, 아예 걸을 힘이 없어 방문 자체가 힘겨웠던 적도 있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또 "아르바이트로 버티다가, 그것도 여의찮아 휴대전화까지 판 친구들이 있다"며 "자신(신분)을 증명할 방법도 사라지고 무료로 PC를 쓸 수 있는 관공서를 맴돌며 당근 알바를 찾는다"고 설명했다.




아름다운재단과 희망가치의 주거위기청년 지원사업 포스터

[촬영 이의진]


이런 청년들은 어렵게 일용직 등에 고용돼 10만원 안팎 일당을 챙겨도 식비 외 코인세탁소·공용물품 보관함·생필품 마련 등에 대부분 쓴다고 한다. 주거가 없어 발생하는 부대 비용이다.


김씨는 "(청년들 중에는) 거리 생활을 하다가 마지막으로 휴대전화를 팔고, 만두를 훔쳐 먹어 경찰서에 갔던 경우도 있었다. 너무 배가 고파서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이미 만두를 먹고 있었다고 했다"고 딱한 사례를 전했다.


실제로 아름다운재단이 송아영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연구팀에 의뢰해 만 18∼34세 노숙 위기 청년 187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의 73%가 한 달 소득이 100만원 이하라고 답했다. 주요 지출은 식비(37.4%), 주거비(36.4%) 등이었다.


청년들이 빈곤·노숙 위기로 내몰리는 '전형적 경로'가 있다고 한다.


김씨는 "가정폭력 등 가족관계 문제에 개인적인 경제적 실패가 겹치는 식"이라며 "고시원에서 월세로 지내다가 아프다거나, 노동할 수 없게 되는 상태가 되자 지인들에게 돈을 빌리는 것도 어려워져 관계가 끊긴다. 노숙 위기로 몰린다"고 설명했다.


그가 보기에 이들의 삶이 또래들보다 더 고달픈 건 '가족 안전망'이 없어서다.


김씨는 "부모가 이혼해서 각자 새로운 가정을 꾸렸을 때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경우, 부모 자체가 일방적으로 연을 끊어버리는 경우, 심하게는 자식 이름으로 온갖 대출을 받아 경제적으로 착취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청년들은 명절을 싫어한다. 가족의 따뜻함이나 이런 걸 떠나서 '너 뭐하고 사냐', '직장은 다니냐' 등을 질문받는 걸 힘들어한다"며 "가족 도움이 없어도 나락의 처지로 빠지지 않도록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거위기청년 지원 사업을 맡은 김영호씨

[촬영 이의진]


현행법상으로는 30세 미만 미혼 자녀가 부모와 주거를 달리하면서 개별 가구로 인정받으려면 가정폭력 등 구체적 사유가 서류로 입증돼야 한다.


가족관계가 끊긴 귀책 사유가 청년이 아닌 부모 쪽에 있어도 현재로서는 생계급여 수급 등 복지 대상이 되기 어려운 셈이다.


김씨는 "이런 문제를 오래 겪으면 관계와 소득과 미래가 결핍된다. 안정적 직장을 구하고 싶어도 오늘 사는 게 급하다"며 "비바람과 더위를 피할 곳이 없어 그것만 생각하는 건데 반대로 그 부분만 해결하면 시야가 열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씨가 맡은 사업은 통상 월세를 3개월만 지원한다. 짧은 기간이지만 그동안 주거가 해결되자, 삶을 바꿔보겠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사례가 자주 관찰된다고 한다.


그는 "어떤 친구들은 아르바이트나 일용직 2, 3개를 동시에 맡아 하루에 4시간 미만으로 자면서 한 푼도 안 쓰고 돈을 계속 모은다. 지원이 끝났을 때 주거가 마련되도록 보증금을 모으는 것"이라며 "건강을 해쳐서라도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청년 복지 전문가인 김씨는 최근 토론회 등 공개석상에서 기성세대로부터 '나 때는 더 힘들었다'는 취지의 항의 섞인 반응을 자주 접했다고 한다. 하지만 기성세대가 조금 더 너그럽게 이 시대 청년들의 위기를 이해해주길 바란다는 게 그의 당부다.


김씨는 "얼마 전 행사 때도 '나도 젊을 때 돈 없이 밭일하며 살았다'는 항의를 들었다"며 "우리도 그런 쪽으로 연결해주고 싶어 알아보니 머물 공간이 잘 돼 있지 않고, 한 철을 일하면 한 철을 쉬는 데다 그렇게 번 돈도 떼어 먹히는 사례가 관찰된다"고 전했다.


이어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도 있듯, 이런 처지가 개인의 잘못 탓이라 생각하지만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있더라"며 "이 친구들이 사회에 돌아오지 않도록 외면하면 사회적 비용 측면에서는 손해"라고 짚었다.




영등포구 청년주거지원센터에 설치된 공용 세탁기

[아름다운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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