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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가담' 탄핵사유 "증거 없다"며 인정 안해…국회 '조사 흠결' 지적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1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성재 법무부 장관 탄핵 심판 선고기일에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입장해 있다. 2025.4.10 [공동취재] hkmpooh@yna.co.kr
(서울=연합뉴스) 황윤기 기자 = 헌법재판소는 10일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를 기각하면서 국회가 법률상 허용된 별도 조사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그에 따른 불이익도 감당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박 장관 탄핵소추 사유의 핵심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에 관여했다는 것이지만 헌재는 이 가운데 무엇도 인정하지 않았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비상계엄과 관련해 제한적 사실관계만 인정한 뒤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를) 인정할 증거 또는 객관적 자료가 없다"고 했다.
헌재에 제출된 것만으로는 박 장관이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가담했다고 인정할 증거나 객관적 자료가 부족해 소추 사유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구체적으로 헌재는 박 장관이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참석했다는 소추 사유에 관해 "피청구인(박 장관)이 묵시적·암묵적 동의를 통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행위를 도왔음을 인정할 증거 또는 객관적 자료가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 동부구치소에 구금 시설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박 장관이 비상계엄 선포 직후 법무부 고위 간부들을 긴급 소집해 회의를 진행한 사실, 법무부 교정본부장이 교정시설 기관장들과 영상회의에서 '수용 여력을 확인하라'는 발언을 한 사실 등은 인정되지만 이것만으로는 "피청구인이 국회의원 등을 구금하기 위한 시설을 마련하도록 지시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헌재는 밝혔다.
계엄이 해제된 날 저녁 박 장관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이완규 법제처장,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이 만난 이른바 '삼청동 안가 회동' 논란에 대해서도 "회동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피청구인이 내란 행위에 따른 법적인 후속 조치를 논의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함으로써 내란 행위에 관여했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이 부분 소추 사유를 인정할만한 증거 또는 객관적 자료를 찾을 수 없다"고 반복해 지적했다.
국회가 탄핵소추 사유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다는 취지다. 형사소송법을 준용하는 탄핵심판에서 위헌·위법 여부를 입증할 책임은 검사 역할인 국회 탄핵소추위원(법제사법위원장)에게 있다.
국회법 130조 1항은 '의장은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후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 보고하고 본회의는 의결로 법사위에 회부해 조사하게 할 수 있다'고 정한다. 이 사건에서 국회는 별도의 조사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헌재는 조사가 생략됐으므로 탄핵소추 자체가 부적법하다는 박 장관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사 여부는 국회의 재량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헌재는 별도 보도자료에서 이번 결정의 의의를 설명하며 "국회가 소추 사유에 대한 별도의 조사를 거치지 않은 것만으로 탄핵심판 청구가 부적법한 것은 아니지만, 조사 흠결 등으로 인한 소추 사실 입증 부족의 경우 그 불이익을 청구인(국회) 측이 지는 것이 타당하다는 취지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재량으로 허용된 국회의 조사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면 그에 따른 불이익도 국회가 감당할 몫이고, 헌재가 적극적으로 사건을 조사해 잘잘못을 가려달라고 요구해선 안 된다는 의미로 읽힌다.
헌재는 앞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심판 변론에서도 이 같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헌재가 변론을 1회 만에 종결하려 하자 국회 측은 반대하면서 '검찰의 수사기록을 확보할 시간을 달라'고 요구했다. 국무위원 등에 대한 검찰의 조서를 확보해 탄핵소추 사유를 입증하겠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탄핵소추는 입증책임을 국회에 지우고 있고 국회에 탄핵소추 의결 전 법사위에 회부해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며 "그걸 포기하고 여기 들어왔을 때는 그에 따른 불이익도 감수해야지, 마냥 수사기관의 선의에 기대서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건 저로서는 반드시 그래야 된다는 의무감은 못 느낀다"며 국회 측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wat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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