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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3.0] "레이업슛 하나에 3년"…농구로 뭉친 어머니들

입력 2026-09-07 08: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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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문화 달라도 패스하며 팀워크…다문화 농구단 '포위드투 글로벌 마더스'


"매주 연습하는 목요일 기다려"…첫 승 넘어 안정적 존속이 목표




'포위드투 글로벌 마더스'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포위드투 글로벌 마더스' 농구단 소속 선수들이 최근 서울 용산구 문화체육센터에서 연습을 이어가고 있다. 2026.9.3. airan@yna.co.kr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골대 근처로 달려온 사채령(38·중국) 씨가 던진 공이 가까스로 림 안으로 들어갔다. 이를 지켜보던 천수길(66) 감독이 곧바로 "나이스"를 외쳤다. 기뻐할 틈도 없이 사씨를 비롯한 선수들은 몸을 돌려 반대편 코트로 내달렸다.


"저 레이업슛 하나 하는 데 3년이 걸렸어요. 선수들이 저걸 하면서부터 농구에 재미를 느끼게 되는 거죠."


매주 목요일 오전 서울 용산구 문배동 용산구문화체육센터에서 이어지는 '포위드투 글로벌 마더스'(For With To Global Mothers)의 훈련은 쉼 없이 진행됐다. 농구공이 바닥을 튀기는 소리와 감독·코치의 구령, 선수들끼리 주고받는 각국 언어가 두 시간 내내 체육관을 채웠다.


'포위드투 글로벌 마더스'는 한국에서 가정을 꾸린 이주배경여성들로 구성된 농구단이다. 러시아·멕시코·이란·캄보디아·중국·일본·몽골·나이지리아·베트남·대만·뉴질랜드·한국 등 12개국 출신 어머니 25명이 현재 선수로 뛰고 있다. 평상시 훈련에는 보통 14∼15명, 대회를 앞둔 시기엔 18명 정도가 체육관에 나온다. 이 팀을 꾸리고 선수들을 지도해온 이는 한국농구발전연구소장인 천수길 감독이다.


천 감독이 다문화 어머니 농구단을 꾸린 것은 3년 전이다. 서울시가 먼저 제안했지만, 실제 운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처음에는 용산구 지원을 받아 '맥파이스 용산구 다문화 어머니 농구단'으로 출발했다. 1년 뒤 포위드투 재단이 구단주 역할을 맡으면서 팀 이름도 지금의 '포위드투 글로벌 마더스'로 바뀌었다.


선수 대부분은 농구를 전문적으로 배운 경험이 없다. 용산구 체육회 소속인 김민규(42) 씨가 천 감독의 요청으로 올해 3월부터 선수 겸 코치로 합류하면서 맞춤형 훈련을 진행 중이다.


김 코치가 "오른발 이렇게 잡아요. 여기서 이렇게 잡아서. 원, 투, 슛!"이라고 설명하면, 선수들은 따라 하느라 열심이었다. 서로 모국어가 다른 선수들에게 동작을 설명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김 코치는 "처음에는 농구 규칙도 잘 안되고 한국어로 설명하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점점 연습을 거듭하고 대회도 경험하면서 소통이 잘되기 시작했다"며 "농구를 이렇게 열정적으로 즐겁게 할 수 있나 신기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일주일 한 차례 연습만으론 부족하다. 선수들은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작전을 논의하고 공원에 모여 패스 연습도 한다. 김 코치는 "예전에는 농구를 주먹구구식, 놀이처럼 했다면 이제는 정확히 배우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최근 첫 승을 거둔 '포위드투 글로벌 마더스'

[한국농구발전연구소 제공]


캄보디아 출신 이수민(34) 씨는 2015년 결혼하고 두 아이를 키우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다. 2년 전 농구를 시작한 뒤 이제는 목요일마다 체육관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기다린다.


"집에만 있었는데 농구를 시작하면서 사람들도 만나게 됐어요. 원래 우울증이 있었는데 대화할 사람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여기 와서 언니들 만나서 아이들 이야기, 육아 이야기도 들으니 좋아요."


중국 출신 조원원(42) 씨도 신림동에서 버스 2차례 지하철 1차례 갈아타고 체육관까지 오지만 훈련에 거의 빠지지 않는다. "연습은 힘들지만, 농구를 하면 몸도 좋아지고 재미있어요. 감독님이 친절하게 설명해주셔서 할 수 있어요."


아이들이 방학을 맞아도 엄마들은 운동을 쉬지 않는다. 아이들도 함께 체육관에 온다. 이날도 코트 한쪽에는 엄마를 따라온 아이들이 있었다. 선수들은 아이들을 챙기면서도 자기 차례가 되면 연습에 매진했다.


천 감독은 "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하는 것"이 농구단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했다.


"이주민 비율이 5%를 넘으면서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잖아요. 함께 살아가려면 이런 모임도 필요합니다. 우리가 하는 농구를 보면서 '우리도 함께 어울리고 잘 살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일반인들의 다문화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계기도 된다고 생각하고요."


농구단은 창단 후 첫 승도 거뒀다. 지난 7월 11일 서울 양천구 양정고 체육관에서 열린 '2026년 SKLIKE배 여자 농구대회'에서 역전승을 거두며 최종 3위로 대회를 마쳤다.


당시 경기를 앞두고 SK텔레콤스포츠단과 SK나이츠 농구단 등이 특별 레슨에 나섰다. 선수 출신 지도자 허남영·권용웅 씨도 두 달 동안 매주 찾아와 지도했다.


천 감독은 각별한 고마움을 표했다. "우리 엄마(선수)들이 맨날 보리밥만 먹다가 쌀밥 먹으니 난리가 났죠. 이분들을 콩나물 키우듯 키울 수밖에 없잖아요. 자라는지 열어봐야 알지만, 일단 키우는 거예요. 그런데 그분들이 도와주면서 쑥 클 수 있게 비료 역할을 해준 거죠."


농구단은 올 연말 다시 아마추어 여성 농구대회에 출전할 계획이다. 하지만 천 감독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성적보다 팀의 지속적인 운영이다.


"팀을 만드는 건 어려운데 깨지는 건 쉬워요. 제일 큰 문제가 체육관입니다. 안정적으로 연습할 곳이 없으면 팀이 깨질 수 있어요. 저희는 툭 치면 넘어질 수 있는 환경에 있습니다. 서울 곳곳에 비슷한 팀이 생겨 권역별로 하나의 사회적 연결망을 형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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