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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와 대표팀, 이미 가장 큰 기쁨을 줬고 우리의 자랑"
패배보다 감사 의미 컸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밤…수만명 집결

[AF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결승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창밖에서 아르헨티나 축구대표팀 응원가가 힘차게 울려 퍼졌다.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뉴저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 연장 접전 끝에 스페인에 0-1로 패하며 우승 문턱에서 멈춰 선 순간이었다.
잠시 침묵이 흐를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수천㎞ 떨어진 미국의 경기장까지 닿을 리 없는 노랫소리였지만,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민들은 마치 선수들에게 "고개를 숙이지 말라. 당신들은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전하는 듯 목이 터져라 응원가를 불렀다.
월드컵 2연패 문턱에서 주저앉았지만, 부에노스아이레스 거리는 침묵하지 않았다,
대표팀 유니폼과 국기를 든 시민들이 자동차 경적을 울리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서로를 끌어안으며 응원가를 부르는 사람들의 표정에서는 아쉬움보다 감사가 먼저 읽혔다.
우승 퍼레이드라도 열린 것처럼 오벨리스코를 향해 걸음을 옮기는 시민들의 표정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우승 때 보여줬던 그 표정과 다르지 않아 보였다.
부지런히 나왔지만 이미 오벨리스코 앞에는 수만 명의 시민들이 모인 데다 경찰이 교통 통제를 벌이고 있어, 자동차로는 접근할 수 없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 아르헨티나 대 스페인전이 끝나고 아르헨티나 대표팀에 감사를 전하기 위해 오벨리스코로 향하던 4명의 친구가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들은 "오늘 경기는 졌지만 메시는 이미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우승으로 우리에게 평생 잊지 못할 행복을 선물했다"고 입을 모았다. 2026.7.20 sunniek8@yna.co.kr
도심 곳곳에서는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시민들이 가족, 친구들과 함께 광장과 공원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TV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부에노스아이레스뿐 아니라 로사리오, 코르도바, 멘도사, 살타 등 아르헨티나 전국 각지의 광장과 공원으로 시민들이 모여 대표팀 응원가를 부르는 영상이 잇달아 올라왔다.
패배를 위로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었다.
20년 동안 하늘색과 흰색 유니폼을 입고 조국을 위해 뛰어온 주장 리오넬 메시와 대표팀에게 감사하기 위한 발걸음이었다.
거리에서 만난 곤살로(24), 오라시오(45), 페드로(22), 마누엘(35)은 인터뷰를 시작하기도 전에 "메시, 사랑해"를 크게 외쳤다.
이들은 "오늘 경기는 졌지만 메시는 이미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우승으로 우리에게 평생 잊지 못할 행복을 선물했다"며 "우리는 준우승을 슬퍼하려고 나온 것이 아니라 대표팀에게 고맙다고 말하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고 입을 모았다.
이어 "메시와 대표팀은 준결승에서 잉글랜드 전을 훌륭하게 이겼다"며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정말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오늘 경기가 약간 실망스럽지 않았냐'는 연합뉴스의 질문에 오라시오는 "아, 그렇게 생각한다면 취재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웃으면서 농담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미 결승까지 오면서 대표팀은 충분히 모든 헌신을 다하고 우리에게 감동을 줬다"며 큰 소리로 응원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 아르헨티나 대 스페인전이 끝나고 집으로 향하는 한 가족이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존셀은 준우승한 것에 대해 아쉽다고 말하면서 그래도 대표팀에는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덧붙였다. 2026.7.20 sunniek8@yna.co.kr
부인 미티(32)와 여섯 살 딸 이사벨라의 손을 잡고 귀가하던 존셀(38)은 분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아르헨티나가 운 좋게 결승까지 올라왔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다"며 "오늘 꼭 이겨 그런 사람들에게 실력으로 답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기회를 놓친 건 아쉽지만 우리 마음은 달라지지 않는다. 메시는 20년 동안 대표팀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 그런 선수에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감사뿐"이라고 말하며 드디어 미소를 보였다.
겨울 추위에도 반소매 대표팀 유니폼 차림으로 응원가를 부르던 사라(19)와 페데리카(19)는 "선수들은 이번 대회 내내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며 "우승하지 못했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우리는 그들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벨리스코를 향하다 너무 추워 걷는 걸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간다면서 "메시와 스칼로니 사랑해"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 아르헨티나 대 스페인전이 끝나고 사라와 페데리카가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들은 "메시와 스칼로니 사랑해!"를 큰 소리로 외치면서 밝은 표정으로 대표팀에 감사를 전했다. 2026.7.20 sunniek8@yna.co.kr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와인을 손에 든 젊은이들이 "지금 뛰지 않는 사람들은 잉글랜드 사람들이다"라고 외치면서 다가왔다.
우루과이에서 함께 근무한다는 루이스(26), 호세(28), 레안드로(25), 가브리엘(25)은 결승전을 보기 위해 특별히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찾았다고 했다.
아르헨티나인인 레안드로와 가브리엘뿐 아니라 베네수엘라 출신인 루이스와 호세도 이날만큼은 아르헨티나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레안드로는 "이번 월드컵은 한 편의 영화 같은 여정이었다"며 "메시는 더 이상 증명할 것이 없는 '축구의 신'이다. 서른아홉 살의 나이에 다시 월드컵 결승까지 팀을 이끌었다. 오늘은 패배했지만, 그의 헌신은 절대 패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단 하루를 보내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왔다는 이들은 "결과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메시와 대표팀은 우리에게 더없이 큰 행복과 기쁨을 줬다"며 "대표팀이 아르헨티나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은 온전히 이번 월드컵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졌으며, 이제는 우리가 감사한 마음을 보여주기 위해 오벨리스크로 간다"고 설명했다.
가브리엘은 "카타르 우승 후 이번 월드컵의 모든 경기는 그냥 우리에겐 보너스와 기적 같은 것이었다. 우승하면 좋았겠지만, 매우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 아르헨티나 대 스페인전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시청하기 위해 우루과이에서 온 루이스(26), 호세(28), 레안드로(25), 가브리엘(25)이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인인 레안드로와 가브리엘뿐 아니라 베네수엘라 출신인 루이스와 호세도 이날만큼은 아르헨티나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이들은 리오넬 메시의 팬으로 결승에서는 아르헨티나가 패했지만, 메시와 대표팀에 감사하는 마을 전하기 위해 오벨리스코로 향한다고 말했다. 2026.7.20 sunniek8@yna.co.kr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메시는 직전에 당한 햄스트링 부상으로 출전 자체가 불투명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이 그의 마지막 무대가 될 것으로 생각했던 국민들은 또 한 번 메시와 함께 월드컵을 치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뻐했다.
메시는 이번 대회에서 8골 4도움을 기록하며 아르헨티나를 다시 결승 무대에 올려놓았다. 카보베르데전부터 잉글랜드와의 준결승까지 경기 막판 잇따라 터진 극적인 골은 수많은 국민에게 또 하나의 월드컵 명장면으로 남았다.
비록 마지막 결승에서는 스페인의 견고한 수비를 넘지 못했지만, 국민들은 결승전 120분보다 지난 20년을 먼저 떠올렸다.
대표팀 주장으로 수없이 눈물을 흘리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며 마침내 월드컵 우승까지 이끌었던 '메시의 시간'이었다는 게 아르헨티나인들의 평가다.

[AFP 연합뉴스]
대표팀을 이끈 리오넬 스칼로니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다시는 이런 팀을 만나기 어려울 것이다. 미안하다"고 말한 뒤 눈물을 흘리며 인터뷰를 이어가지 못했다.
준결승전까지 보여줬던 대단한 역전승을 결승전에서 보여주지 못한 아쉬움이 가득 찬 몇 마디였다.
우승컵은 스페인이 들어 올렸지만, 이날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축하한 것은 승패가 아니었다. 20년 동안 대표팀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주장 리오넬 메시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아르헨티나 대표팀에 대한 감사였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sunniek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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