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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스포츠까지 물들인 혐오…규약상 KBO 드래프트 제한은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이규연 광주제일고등학교(광주일고) 교장이 30일 서울 송파구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를 방문해 전국 고교야구대회 도중 발생한 상대팀 배재고등학교의 응원 구호 논란과 관련한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배재고 야구부 일부 학생 선수들은 지난 2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광주일고와 경기 중 상대 더그아웃을 향해 "스타벅스 가야지"라고 외쳤다. 2026.6.30 kjhpress@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고교야구 경기에서 상대 팀 선수를 향해 지역 비하 세리머니를 펼친 배재고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스포츠공정위원회에 회부된다.
KBSA는 30일 협회 홈페이지에 "현재 관련 경위와 진술을 종합적으로 확인하며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있다"며 "7월 1일 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를 개최해 관련 규정에 따라 공정하고 엄정한 절차를 거쳐 필요한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배재고 선수단은 지난 29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1회전 광주제일고(광주일고)전에서 단체 율동과 함께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구호를 반복해 외쳤다.
한 학생은 "탱크데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지난 5월 스타벅스코리아가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앞두고 진행한 '탱크데이', '책상에 탁' 등의 표현으로 5·18을 희화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그 단어들이다.
광주 지역 학교를 상대로 그 단어들을 응원 구호로 변형해 외친 것이다.
광주일고 코치진은 이를 제지해달라고 항의했고, 경기 후 배재고 감독과 코치들은 상대 더그아웃을 찾아가 사과했다.
그러나 여파는 일파만파로 번지는 분위기다.
KBSA의 스포츠공정위 개최 외에도 서울시교육청도 별도 조사에 착수했다.
이규연 광주일고 교장은 KBSA를 방문해 항의서한을 전달했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교원단체도 일제히 성명을 냈다.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이규연 광주제일고등학교(광주일고) 교장이 30일 서울 송파구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를 방문해 전국 고교야구대회 도중 발생한 상대팀 배재고등학교의 응원 구호 논란과 관련한 항의서한을 전달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배재고 야구부 일부 학생 선수들은 지난 2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광주일고와 경기 중 상대 더그아웃을 향해 "스타벅스 가야지"라고 외쳤다. 2026.6.30 kjhpress@yna.co.kr
당장 7월 2일에는 서울 신월야구장에서 배재고와 순천 효천고의 경기가 잡혀 있다. 이 경기의 진행 여부도 협회 스포츠공정위를 통해 결정할 참이다.
문제는 학생들의 진로다. 배재고 야구부에는 프로 지명을 노리는 선수가 포함돼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KBO 차원에서 이번 드래프트에 할 수 있는 건 제한적"이라며 "학교폭력으로 인한 자격정지 이상 징계를 받아야 KBO 드래프트 참가가 제한된다"고 밝혔다.
KBO 규약 제11장 신인선수 편 제108조 4항은 "KBO는 신인 드래프트 참가 신청을 한 선수가 학교폭력으로 학교,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대한체육회, 기타 야구 관련 경기주관 단체에서 자격정지 이상의 제재를 받은 경우 제재 기간이 만료되기 전까지 해당 선수의 KBO 드래프트 참가 및 프로구단 입단을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조항이 '학교폭력'으로 사유를 한정하고 있어, 이번 사안이 KBSA에서 '품위손상' 등 다른 사유로 분류될 경우 규약상 드래프트 참가를 막을 직접적 근거는 없다.
다만 팬 여론에 민감한 프로 구단 입장에서, 사회적 물의를 빚은 선수를 지명하는 일은 그 자체로 적지 않은 부담이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홈페이지 캡처. 재배포 및 DB 금지]
더 우려스러운 건 학원 스포츠 현장에서 지역 비하가 이번 한 번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광주 지역 다른 고교를 상대로도 비슷한 의도의 응원이 있었다는 제보가 잇따른다.
한 야구 관계자는 "고교야구 현장에서는 수도권 팀 선수들이 경상도나 전라도 출신 팀 선수단에 사투리를 써가며 야유하고 조롱하는 일이 왕왕 있다"며 "다만 이번처럼 문제로 삼지 않아 그냥 넘어간 일들"이라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밈(meme)처럼 소비되는 비하 표현이 10대들의 일상 어휘로 스며들고, 끝내 그라운드에서 '응원가'로 둔갑한 것이다.
학생들이 뚜렷한 정치적 의도를 갖고 외친다기보다, 온라인을 떠도는 혐오 코드를 별다른 자각 없이 응원 구호로 변형해 쓴다는 점에서 사안은 더 무겁다.
조윤채 광주일고 감독은 "배재고 학생들이 원래부터 현장에서 문제를 일으켰던 건 아니다. 야구 선배로서 이번 일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는 후배들에 대한 안쓰러움과, 이 지경이 되도록 누구도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다는 자성이 함께 묻어 있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혐오의 언어를 아이들이 응원가로 바꿔 부르고, 어른들이 이를 묵인해 일을 키웠다. 이번 일의 일차 책임은 기성세대에게 있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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