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동의 없으면 상담 못해'…스토킹 가해자 교정사업 결국 중단

입력 2026-11-08 06:30:01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불편하시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참여 저조·악용 우려에 종료…수사단계에 별도 교정사업 없어


'상담치료 이수' 법 개정 추진…전문가 "위험도 따라 격리·교정 병행"




전자발찌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한지은 기자 = 서울 은평구에서 스토킹 피해 여성이 전 연인에게 살해되는 등 관계성 범죄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경찰 수사 단계의 가해자 교정사업은 중단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 격리와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는 동시에 수사 초기부터 집착과 왜곡된 인식에 개입해 재범 위험을 낮출 수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경찰청이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2024년을 끝으로 '스토킹 행위자 상담치료 프로그램' 시범사업을 종료했다. 이후 수사 단계에서 별도로 운영하는 가해자 교정사업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프로그램은 2022년 4월 서울경찰청 시범운영을 비롯해 제주경찰청, 경북경찰청, 부산경찰청, 전남경찰청 등 다수 시도경찰청에서 추진됐다.


유죄판결 이전부터 전문 상담사가 가해자의 심리와 행동에 개입해 피해자에 대한 집착과 왜곡된 인식을 바꾸고 재범을 예방하려는 취지였다.


운영은 경찰이 상담 대상자를 선정하고 참여 동의를 받아 외부 전문상담사에게 연계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전문상담사는 가해자 면담과 심리검사, 인식 개선·인지행동치료 등을 진행하고, 경찰은 상담 결과를 토대로 재범 위험성을 재평가해 피해자 안전조치를 보완했다.


마지막 해인 2024년에는 서울·인천·경기남부청에서 진행했으나, 예산 1억2천400만원 중 11.3%인 1천400만원만 집행됐다.


경찰청은 강제성 부재로 인한 참여율 저조와 가해자 악용 우려 등 부정적 피드백을 고려해 사업을 종료했다고 설명했다.




영장심사 향하는 '대전 스토킹 신고' 여성 살해 피의자

(대전=연합뉴스) 변선진 기자 = 스토킹 피해 신고를 했던 여성을 살해한 혐의(살인)를 받는 40대 남성이 27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대전 동부경찰서 유치장을 나서고 있다. 2026.10.27 bysj@yna.co.kr


앞선 연구에서는 가해자의 인식과 심리상태가 개선되는 등 긍정적인 변화도 보고됐다.


동국대 산학협력단이 경찰청 의뢰로 수행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청 프로그램 전문상담사 4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97.2%가 가해자의 재발 위험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효과가 있었던 부분으로는 가해자의 스토킹 범죄 인식 개선(47.1%), 분노 등 부정적 감정 감소(38.2%), 개선 의지(14.7%)를 꼽았다.


제주청의 '찾아가는 가해자 교화 프로그램'에 참여한 스토킹 행위자들의 상담 전후 설문에서도 긍정적 자아상과 부정적 심리상태 지표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개선됐다.


그러나 가해자가 동의해야 상담할 수 있고, 참여하더라도 원하면 중단할 수 있어 지속적인 상담에는 한계가 있었다.


서울청 시범사업 참여자 145명 가운데 위험등급이 '심각'인 사람은 11명(7.6%)에 그쳤다.


연구진은 법적인 강제력이 없어 행위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탓에 심각한 수준의 스토킹 범죄 행위자를 참여시키기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했다.


현장 경찰관 면담에서도 가해자가 거부하면 상담을 시작할 수 없고, 진행 중에도 언제든 중단할 수 있다는 어려움이 공통으로 제기됐다.


연구진은 수사 초기부터 상담을 통해 재범 위험을 낮추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유죄판결 이전에 가해자의 교정·상담 프로그램 이수를 잠정조치에 추가 도입해 실시할 수 있도록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스토킹처벌법 시행 5주년 기자회견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21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한국여성의전화 주최로 열린 스토킹처벌법 시행 5주년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6.10.21 jieunlee@yna.co.kr


경찰청도 스토킹처벌법상 잠정조치에 상담치료를 포함해 법원 결정으로 이행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국회에 법 개정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임호선 의원은 잠정조치에 상담소 상담위탁과 의료기관 위탁을 추가하는 개정안을 2월에,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상담·의료 위탁과 재범 방지 교육프로그램 이수를 추가하는 개정안을 8월에 각각 대표 발의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상담 참여가 실제 행동 변화로 이어졌는지와 별개로 재판에서 감형을 호소하는 근거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가해자에게 자기 행동이 잘못됐음을 인식시키고 실제 행동을 바꾸도록 하는 교정 교육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가해자의 위험도에 따라 격리와 교정을 병행하고, 구속되지 않은 가해자에게도 수사 단계부터 전문적인 상담을 연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고위험 가해자는 우선 격리해야 하지만, 구속되지 않은 중·저위험 가해자도 전문 상담을 통해 생각과 의도, 행동을 지속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더 큰 범죄로 이어지기 전에 위험도를 낮추는 개입이 필요하다"며 "피해자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수사 단계에서 필요한 상담·치료와 교정이 의무적으로 이뤄지도록 법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도 "처벌만으로 가해자의 폭력성이 저절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증오심과 보복심을 낮추는 치료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writer@yna.co.kr



인기상품 확인하고 계속 읽어보세요!

5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연합뉴스 콘텐츠 더보기

해당 콘텐츠 제공사로 이동합니다.

많이 본 최근 기사

관심 많은 기사

실시간 검색어

2026-11-08 08:00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