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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공장' 의혹에 국제 학계 발칵…국내 연구자도 연루됐나

입력 2026-11-08 05: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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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공학회, 지방대 교수 논문 철회…"저자 자격 매매 가능성"


하루만에 전 세계서 1천400여편 철회…실제 거래 여부는 확인 안돼




대학 교수 (PG)

[제작 최자윤, 정연주]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최근 국제 학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전 세계적 규모 '논문공장' 의혹에 국내 학자도 저자 자격 구매자로 연루됐을 가능성이 드러나 파장이 예상된다.


8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는 지난달 23일 지방의 한 대학 소속 A교수가 저자로 등록된 논문 3개에 대해 게재 철회(retraction) 조처를 내렸다.


세계 최대 공학 학회인 IEEE와 같은 대규모 학술 단체가 특정 저자 논문을 동시다발로 철회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문제의 3개 논문은 A교수와 외국인 저자들이 인도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 공동으로 발표하면서 IEEE의 공식 데이터베이스에 등재됐다.


지난해 말 마디아프라데시주(州) 인도르에서 열린 학술대회 논문은 A교수 외 외국인 연구자 6명이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 A교수가 제1저자였다.


올해 2월 안드라프라데시주 티루파티에서 열린 학술대회 발표 논문 2개도 A교수가 각각 다른 외국 저자 4명, 5명과 협업한 것이다.


IEEE는 "적법하게 꾸려진 전문 위원회가 신중·면밀하게 검토한 결과 학회 출판 원칙을 준수하지 않는 것으로 판명됐다"며 일괄적인 게재 취소 사유를 달았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저자 자격 매매 가능성이 있다는 증거가 발견돼 더는 연구 신뢰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연락받은 저자들은 이 조치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고 밝혔다.


통상 학회는 이처럼 저자의 철회 결정 동의 여부도 밝혀둔다. 이런 조처가 곧 저자에 대한 연구 부정 등 의혹으로 연결되는 점을 고려해 당사자인 저자의 입장도 함께 실어주는 것이다.




대학 강의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IEEE가 언급한 '저자 자격 매매' 정황은 최근 국제 학계에 불거진 대규모 '논문 공장' 의혹과 닿아 있다.


이는 지난달 연구 윤리 전문 저널인 '연구책임'(Accountability in Research)에 독일 베를린자유대 연구팀 조사 결과가 발표된 데 따른 것이다.


안나 아발키나 연구원이 이끈 연구팀은 텔레그램·페이스북·왓츠앱 등 200개가 넘는 소셜미디어 채널에서 논문 저자 자리를 판매한다는 광고 4천400여건을 모아 분석했다.


제1저자 자리는 최대 400달러, 마지막 저자는 약 200달러에 거래되는 식이었다.


실제로 연합뉴스가 확인한 한 논문 브로커 광고에는 블록체인·인공지능(AI) 등 판매 논문의 주제어를 나열한 뒤 "IEEE 학술대회 논문, 저자 모집, 도합 6명, 3번째 저자 자리 공석" 등 구체적 조건이 담겼다.


일부 광고는 아예 잠정적인 논문 제목을 미리 제시해 저자 자격 구매자들을 모았다.


연구팀이 이런 제목 등을 실제 출판 논문과 대조해보니 2021∼2026년 366개의 IEEE 후원 학술대회 논문집에서 문구가 아예 똑같거나 매우 유사한 논문 2천여편이 확인됐다.


문제의 2천여 편에 저자로 등재된 연구자는 56개국 4천여개 기관 소속으로 도합 7천500여명에 달했다.


이렇게 학술대회에서 발표되는 연구가 거래 대상이 되는 건 일반 학회지에 게재될 때보다 투고·심사가 허술해서다.


그런데도 연구가 일단 발표되면, IEEE의 전자 논문집과 스코퍼스(Scopus) 등 국제 학술 데이터베이스에 자동으로 등재되면서 개별 학자의 국제논문 성과로 잡히는 식이다.


거래가 의심되는 2천여편 가운데 80%가 넘는 논문에서 공동 저자 수가 딱 6인이었다.


연구팀은 IEEE 시스템상 상위 저자 6명만 논문집 전면에 노출되는 특성을 '논문 공장' 측이 공략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연합뉴스가 입수한 '논문 공장' 측 한 SNS 홍보물 자료에는 A교수의 논문 제목과 완전히 똑같은 문구가 확인됐다.


공교롭게도 해당 논문 저자 수는 6명이었고, A교수를 제외한 나머지 저자들은 인도 출신이었다.


스코퍼스상 A교수가 최근 가장 많이 협업한 것으로 나타나는 인도의 한 대학 소속 B교수도 5개 논문이 동시 철회됐다. 역시 거래 정황이 의심된다는 이유에서다.




'논문 공장'의 소셜미디어 광고

[독일 베를린자유대 안나 아빌키나 연구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IEEE는 이들의 논문을 게재 취소한 지난달 23일, 도합 1천400여편을 전방위로 철회해 국제 학계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아직 이런 연구자들이 실제 '논문 공장'을 이용해 저자 자리를 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IEEE는 철회 통보문에서 '매매 가능성'만 언급했고, 연구팀도 홍보물과 논문 사이 제목·주제어 일치 여부 외 실제 거래를 뒷받침할 물증은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서지학 전문가인 박진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글로벌R&D분석센터 책임연구원은 "조직적이고 상업적으로 논문을 매매하는 시장이 있음이 드러난 것"이라며 "IEEE와 인도가 주로 부각됐으나 한국에도 컨설팅으로 포장한 대필 시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구부정행위의 급격한 확산 원인 중 하나가 양적 평가 제도"라며 "(우리나라도) 승진, 인센티브, 연구비 확보, 사회적 평판 등 보상을 논문 관련 수치에만 의존하는 성과 평가 문화가 지배적인 탓"이라고 설명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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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1-08 07:00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