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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제보] "분윳값 벌러 병원 떠나요"…보험 규제에 물리치료사 '줄 실직'

입력 2026-11-08 06: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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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수치료 관리급여 4개월…수입 급감·치료실 줄폐쇄에 치료사 '퇴사 도미노'


환자 80% "치료 끊겨 통증 악화"…현장선 "제도 폐지·업무 영역 확대 등 보완 시급"




지난 4월 폐업한 서울 광진구의 한 재활의학과 의원에 붙은 진료 종료 안내문

[촬영 서효주]


(서울=연합뉴스) 정풍기 서효주 인턴기자 = "곧 태어날 아기 분윳값이라도 벌어야 하는데 막막하네요."


경기 의왕시의 한 재활의학과에서 근무하던 9년 차 물리치료사 한순규(34) 씨는 지난 3일 아내의 출산을 하루 앞두고 병원을 그만뒀다. 한 씨는 당장의 생계를 위해 일용직 노동 현장을 찾고 있다.


지난 7월 도수치료가 '관리급여'로 묶인 뒤 월급이 4분의 1 토막 난 데다 병원마저 도수치료실 문을 닫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도수치료의 관리급여 전환 4개월 차를 맞아 물리치료사들의 고용 불안과 환자들의 진료 공백 등 현장 진통이 깊어지고 있다.


과잉진료 방지와 환자 의료비 부담 경감이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병원들이 재정 악화를 이유로 도수치료실을 폐쇄하거나 인력을 대거 감축하면서 부작용이 커지는 양상이다.


◇ 폐업에 강제 퇴사·재취업 난항…경력자도 '구직 절벽'


8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7월 도수치료가 비급여 항목의 가격과 진료 기준을 통제하는 관리급여로 묶이면서 건강보험 적용 횟수가 연간 최대 15∼24회로 제한되고 사전 물리치료 필수 요건 등이 신설됐다.


이 같은 강력한 규제로 병원의 수익성이 급감하자 도수치료실 축소나 폐쇄가 잇따랐다.




도수치료실 운영을 종료한다는 안내문이 붙은 한 정형외과 출입문

[촬영 서효주]


서울 광진구의 한 재활의학과에서 근무하던 4년 차 물리치료사 김건우(32) 씨는 지난 4월 병원이 폐업하면서 일자리를 잃었다.


김씨는 "병원장으로부터 관리급여 시행 이후 경영이 어려워질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갑작스러운 폐업 소식이 청천벽력 같았다"고 회고했다.


6개월 만에 다른 병원에 재취업했지만 급여는 전보다 많이 깎였다. 도수치료실이 7개나 마련돼 있지만 현재 도수를 맡은 물리치료사는 김씨 한 명뿐이다. 그는 "취업이 된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지금도 불안하게 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10년 이상 오랜 경력을 쌓은 물리치료사들도 구직난을 피하지 못했다.


전남광주시에서 15년간 환자들을 치료해 온 물리치료사 조광수(52) 씨는 지난 5월 임금체불로 병원을 떠난 뒤 6개월째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조씨는 "지역 구직 사이트에 도수치료사 채용공고가 한두 개 나올까 말까 한다"며 "면접 기회조차 안 준다"고 하소연했다.


아들에게도 대학 물리치료학과 진학을 권했다는 그는 "전망이 밝다고 생각해 권했는데, 지금은 내가 아이의 미래를 망친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자책했다.


◇ 물리치료사 68.5% "월급 줄었다"…권고사직 확산도 우려


물리치료사들이 겪는 고용·급여 문제는 대한물리치료사협회가 실시한 실태조사에서도 드러났다.


전국 물리치료사 2천172명이 참여한 '2026 전국 물리치료사 고용위기 및 현장 피해 긴급 실태조사'에 따르면, 도수치료를 수행한 응답자 1천235명 중 474명(38.4%)은 '7월 1일 이후 근무지 도수치료실 인원이 줄거나 치료실이 폐쇄됐다'고 답했다.


월급이 감소했다는 응답도 846명(68.5%)에 달했다. 4명 중 1명꼴인 26.2%(324명)는 '월급이 101만원 이상 줄었다'고 답했다.




도수치료 관리급여 시행 이후 물리치료사들의 월급 및 치료실 종사자 수 변화

[대한물리치료사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허성민 전국임상물리치료사연대 대표는 "이미 도수치료실을 폐쇄한 병원들도 있고, 3∼6개월 정도 상황을 지켜보자고 했던 병원들도 있다"며 "10∼11월 들어 폐쇄하겠다는 이야기가 많아지고 있어 추가적인 권고사직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를 입은 30∼40대 물리치료사들이 생계를 위해 공장이나 운동센터 등 다른 분야로 옮기고 있다"며 "시간이 더 지나면 무너진 고용 생태계를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 횟수 제한에 치료실 폐쇄까지…환자 80% "통증 심해졌다"


물리치료사들의 실직 도미노는 환자들의 치료 공백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장기간 재활이 필수적인 환자들은 엄격한 횟수 제한 탓에 치료를 중단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며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아킬레스건 파열로 세 차례 수술을 받은 직장인 김서연(가명·31) 씨는 "12차례 도수치료를 받았지만 아직 정상적으로 걷기 어렵다"며 "횟수 제한으로 재활을 중단하게 될까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지난 5월 오른쪽 무릎 수술을 받은 직장인 한별(30) 씨는 "왼쪽 무릎 수술까지 앞두고 있어 장기간 재활이 필요하다"며 "환자 상태에 따라 치료 횟수를 조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종로구 한 정형외과에서 수개월간 발목 도수치료를 받아오던 직장인 최모(50대) 씨도 "최근 물리치료센터 폐쇄로 내 몸 상태를 잘 알던 전담 치료사를 포함해 여러 명이 일자리를 잃어 무척 난감하다"며 "도수치료를 하는 병원이 줄어 인근에서 대체 병원을 찾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치료실 축소와 치료 횟수 제한뿐 아니라 도수치료에 앞서 거쳐야 하는 '사전 물리치료 의무화' 역시 치료 문턱을 높이는 걸림돌로 지목된다.


전국임상물리치료사연대 허 대표는 "도수치료를 받기 전 원칙적으로 2주 이상 네 차례의 기본물리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직장인들은 여러 차례 병원을 찾기 어려워 치료를 포기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전국임상물리치료사연대가 제공한 환자 192명 대상 설문자료에 따르면, 응답자 154명(80.2%)은 '제도 변경 이후 통증이 심해졌다'고 응답했다.


'치료비는 줄었지만 필요한 만큼 치료받지 못한다'는 응답도 129명(67.2%)에 달했다. 특히 104명(54.2%)은 치료가 어려워진 이유로 '병원의 도수치료 중단이나 치료실 폐쇄'를 꼽았다.


◇ 고용 충격에 치료 공백까지…제도 개선 목소리 비등


물리치료사들의 고용 위기와 환자들의 치료 공백이 심화하면서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국임상물리치료사연대는 오는 15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인근에서 도수치료 관리급여 제도의 전면 폐지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다.


허성민 연대 대표는 "도수치료 관리급여 시행으로 치료실 폐쇄와 물리치료사들의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며 "현행 수가와 치료 횟수 제한이 현장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제도를 전면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수치료 관리급여 전환 반대 궐기대회 연 의협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대한의사협회가 28일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대한정형외과의사회, 대한신경외과의사회, 대한마취통증의학과의사회, 대한재활의학과의사회 등과 함께 연 도수치료 관리급여 전환 반대 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6.6.28 ksm7976@yna.co.kr


학계 전문가들도 현행 제도의 획일성을 지적하며 근본적인 수술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기송 호서대 바이오헬스대학장은 "국민의 치료 선택권을 제한하는 관리급여 시행 방식은 철폐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물리치료계와 의학계, 정부가 함께 참여해 치료의 질과 적정 가격, 이용 횟수를 합리적으로 결정하는 새로운 제도적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완희 삼육대 물리치료학과 교수 역시 "모든 환자에게 획일적인 횟수와 선행 치료 요건을 적용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며 "환자 상태에 따른 예외 기준을 정비하고 재활치료에 대한 적절한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피해 물리치료사의 고용 보호와 직무 전환을 지원하는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중장기적으로는 벼랑 끝에 몰린 물리치료사들의 업무 영역과 진료 공간을 제도적으로 넓혀 활로를 터줘야 한다는 견해가 힘을 얻는다. 병원 안 도수치료실에 갇힌 인력을 지역사회와 가정으로 유도하자는 취지다.


비의료인의 전문 영역을 법적으로 양성화한 대표적 선례로는 지난해 제정된 '문신사법'이 꼽힌다. 의료인에게만 독점됐던 문신 시술 권한을 별도 자격을 갖춘 비의료인에게도 개방한 조치다.


물리치료사는 이미 국가공인 면허가 있는 만큼, 새 자격을 만들기보다는 기존 업무 범위와 활동 공간을 현실화하는 규제 완화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현행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의료기사법)은 물리치료사가 의사의 엄격한 '지도' 아래서만 업무를 하도록 묶어두고 있다. 이를 의사의 '처방'이나 '의뢰'를 바탕으로 환자 가정이나 복지시설을 직접 찾는 '방문 재활'까지 허용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완희 교수는 "중장기적으로 방문 재활 확대 등으로 업무 영역을 넓혀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수술 후 추가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을 위한 급여기준 보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물리치료사들의 고용 현황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급여기준 보완만으로 고용 불안을 모두 해소하기는 어려운 만큼, 인력 수요 변화 등을 중장기적으로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




노인 물리치료

연합뉴스TV 캡처. 작성 이충원(미디어랩)


pun9@yna.co.kr


seohyo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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