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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자발적 참여로 주목…부정선거론 커지며 보수단체 중심 전환
주최자 없는 시위 확장성과 한계 보여줘…146일 만에 마무리 수순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6·3 지방선거 투표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출입구에 재선거를 요구하는 문구 등이 적힌 종이가 붙어있다. 2026.6.7 yatoya@yna.co.kr
(서울=연합뉴스) 한지은 기자 = 한때 3만8천명이 몰리며 청년 세대의 새로운 집회 문화를 보여준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개표소) 봉쇄 시위가 146일 만에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정해진 주최자 없이 모였다 흩어지고, 친구·연인과 어울리며 정치적 의사를 표현했던 현장은 기존 '광화문 아스팔트 보수' 집회와 다른 풍경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부정선거론과 강경한 봉쇄가 전면에 등장, 청년들이 이탈하고 중장년층과 보수단체 중심으로 집회 양상이 전환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특별검사팀은 29일 오전 공개검증을 마친 송파지역 투표지 약 247만장을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반출했다.
일부 참가자는 이후에도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구호를 외쳤지만, 투표함 반출을 막겠다며 시작한 봉쇄는 대상을 잃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개표소 봉쇄 시위'가 이어진 1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6.12 pdj6635@yna.co.kr
◇ 출퇴근식 참여에 '올공유치원'까지…일상과 맞닿은 집회
시위의 출발점은 6·3 지방선거 당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였다.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 2박 3일간 투표함 반출을 막던 시위 참가자들은 6월 5일 경찰이 투표함 두 개를 핸드볼경기장 개표소로 옮기자 핸드볼경기장 앞으로 집결했다.
시위 초반에는 참가자가 수만명에 달했다.
당시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6월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첫 주말 최대 인원이 3만8천명에 달했다고 말했다.
초기 집회의 특징은 참여 방식에 있었다.
단체가 마련한 대형 무대 앞에서 정해진 순서에 따라 구호를 외치는 기존 집회와 달리 올공 시위 참가자들은 각자 시간을 내 현장에 들렀다가 돌아갔다.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한 참가자가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2026.6.9 ksm7976@yna.co.kr
뚜렷한 주최 측 없이 자발적으로 참가해 시간대에 따라 인원이 크게 달라지는 '출퇴근식' 집회였다.
이와 함께 직접 손으로 쓴 피켓과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공유하는 행동 지침이 등장했다.
강경 보수 집회와 거리를 두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시위 첫 주 2030 세대를 중심으로 한 청년 참가자들은 성조기 사용을 자제하고 태극기만 흔들자고 제안했다.
선거 관리 부실과 참정권 문제에 집중해 더 많은 시민이 함께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현장에는 "태극기만 흔들어달라"는 피켓이 붙었고, 온라인에는 성조기를 파는 상인을 만류하는 청년의 모습이 공유됐다.
올공 시위는 정치적 주장을 내는 공간이면서 가족 또는 또래들과 시간을 보내는 장소이기도 했다.
주말 현장에서는 대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했고, 커플과 유모차를 끄는 젊은 부부도 눈에 띄었다.
아이들이 태극기를 그리는 '올공유치원'도 마련됐고, 일요일을 맞아 청년들이 모여 예배와 찬양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촬영 전재훈]
◇ 성조기·부정선거 주장에 청년층 이탈…보수단체 전면에
자유로운 시위 참여가 공통의 요구를 유지하는 힘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초기 청년들이 자제하자고 했던 성조기는 보수단체 목소리가 커지면서 대거 늘었고, '재선거'를 앞세웠던 구호에도 '부정선거'가 붙었다.
시위 첫 주 주말이 지나자 태극기만 흔들어달라는 벽보에 '성조기 가능'이라는 문구가 덧씌워졌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집회의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흐름은 분명히 나타났다.
평일에는 고령층이 현장을 지키고 주말에는 청년층이 합류하는 양상이 이어지다가 청년 일부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활동하거나 별도의 공간을 찾기 시작했다.
한 보수 성향 청년단체는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재선거 요구 집회를 열고 올림픽공원의 '부정선거 재선거'와 달리 '재선거'만 구호로 내세웠다.
비슷한 시기 또 다른 참가자들도 청와대 인근 집회를 신고하며 이재명 대통령에게 실질적인 조치를 요구하겠다고 나섰다.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이재명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모스 탄(한국명 단현명) 미국 리버티대 교수가 2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시민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6.24 jieunlee@yna.co.kr
이런 시위대 분화 속에서 올림픽공원 현장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기존 보수 인사와 단체의 색채가 짙어졌다.
황교안 자유와혁신 대표와 한국사 강사 출신 유튜버 전한길씨, 모스 탄 전 미국 리버티대 교수 등 부정선거를 주장해온 인사들이 현장을 찾아 시위대를 독려했다.
자유수호국민운동, 서버까 국민운동본부, 한미부정선거공동조사단 등 20여개 보수단체는 천막과 현수막을 설치하고 시위를 이어갔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의원들 발길도 이어졌다.
장동혁 대표는 연일 올림픽공원을 찾았고, 7월 30일 선관위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에는 의원 10여명과 함께 현장을 방문해 특검 도입을 자축했다.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참가 규모 또한 크게 줄었다.
공개검증을 앞둔 최근에는 현장을 상시 지키는 인원이 50여명 안팎으로, 초기 주말 수만명이 모였던 때와는 확연히 달라졌다.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2026.6.16 [공동취재] dwise@yna.co.kr
◇ 장기 봉쇄에 피해 눈덩이…이견 조정·신뢰 회복 과제
'주최자 없음'의 양면성은 봉쇄를 풀기 위한 협의에서도 드러났다.
6월 16일에는 국민의힘 중재로 체육단체 직원들이 경기장 내 사무실에 들어가 업무 물품을 가져오도록 하는 방안이 마련됐다.
현장 참가자 다수가 동의했지만, 성조기를 허리에 두른 30대 여성 한 명이 출입문을 붙잡고 버텼다.
국회의원들과 다른 참가자들이 약 두 시간 동안 설득했으나 진입은 끝내 무산됐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개방성이 집회를 빠르게 키웠지만, 참여자 사이의 이견을 조정하는 절차까지 만들어주지는 못한 셈이다.
일부 보수 커뮤니티는 이 여성을 '올림픽공원 잔다르크'라는 뜻의 '올다르크'로 불렀다. 경찰은 그를 업무방해 혐의로 수사해 송치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빚어진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1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체육단체들이 업무 정상화 호소문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6.11 ksm7976@yna.co.kr
장기 봉쇄 부담은 선거 관리와 직접 관계없는 이들에게도 돌아갔다.
대한핸드볼협회·대한펜싱협회 등 경기장에 입주한 9개 종목단체는 사무실 출입이 막히면서 국가대표 수당과 직원 급여 지급, 대회 준비 등 업무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들 단체는 봉쇄 95일 만인 9월 8일에야 경찰의 지원을 받아 컴퓨터와 서류, 장비 등 필수 업무 물품을 챙겨 나왔다.
여자 핸드볼 유소년 국가대표팀 선수들의 소지품을 무단으로 뒤진 이들과 취재진을 폭행한 이들이 검찰에 넘겨지는 등 시위 현장에서 발생한 불법행위도 과제로 남았다.
다만 봉쇄가 길어진 배경을 참가자들의 강경함만으로 설명하기도 어렵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선관위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되면서 투표함 보관과 검증 절차를 둘러싼 불신이 쉽사리 해소되지 못했다는 평가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부정선거론자가 주도권을 쥐면서 선거 관리 부실에 항의하던 사람들은 더는 자기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장소가 아니라고 느껴 떠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대화하고 절충·타협해야 하는데, 이를 거부하면서 정치적 소통과 행동에 큰 비용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writ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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