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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완화 27년…방역 최전선 전문성 무너졌다

입력 2026-10-27 06: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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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소독관리인 삭제 뒤 무자격 신고제로 문턱 낮아져


24개 보건직종 중 유일하게 법정보수교육 없어 역량 검증 중단

단 1과목 이수로 시험 응시 가능…단독법 폐지 후 사각지대 고착




버스터미널 방역 (CG)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기후변화와 신종 바이러스 확산으로 일상 속 방역과 공중위생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정작 현장을 지켜야 할 위생사 제도는 수십 년간 누적된 규제 완화와 입법 공백 속에 깊은 침체를 겪고 있다.


국가가 시험을 치러 직접 발급한 공인 면허가 서랍 속 '장롱 면허'로 전락하게 된 내막에는 과거 법제 정비 과정에서 발생한 구조적 실책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위생사는 1975년 위생사에 관한 법률 제정과 1979년 첫 국가시험 시행을 거쳐 반세기 가까이 공중위생과 감염병 방역을 담당해 온 보건의료 전문인력이다.


과거 전염병예방법 체계가 작동하던 시절에는 소독업을 개업하기 위해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 했고, 대통령령으로 정한 소독관리인 자격 기준에 의사, 약사, 수의사와 함께 위생사 면허 소지자가 명시돼 현장의 체계적인 방역 관리가 유지됐다.


그러나 1999년 불어닥친 규제 완화 조치로 소독관리인 제도가 통째로 삭제되면서 현장의 균열이 시작됐다.


27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별표8에 따르면 소독업 등록 인력 기준은 대표자 외에 소독업무 종사자 1명 이상만 두면 충족된다.


별도의 전문 자격이나 체계적인 교육 이수 없이 단순 신고만 하면 누구나 소독업체를 차릴 수 있게 진입 장벽을 낮춰버린 것이다.


그 결과 무자격 업체의 난립과 전문성 부족으로 인한 약제 오남용 우려가 커졌고, 사업장의 잦은 휴폐업이 반복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아울러 과거 공중위생법상 일정 면적 이상의 다중이용시설에 위생관리인을 두도록 했던 규정마저 법 정비 과정에서 사라지며 일선 현장의 채용 기반 자체가 허물어졌다.


전문성을 검증하고 유지해야 할 사후 관리 장치 역시 사실상 멈춰 섰다.


면허 제도의 핵심은 자격을 발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기적인 교육을 통해 현장 대응 능력을 유지하도록 이끄는 데 있다.


현재 보건복지부 소관 24개 주요 직종을 살펴보면 의료법상의 의사나 간호사, 약사법상의 약사는 물론, 영양사, 의료기사,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직종이 연간 일정 시간 이상의 법정 보수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하고 있다.


반면 11만4천여 명에 이르는 위생사에게는 면허 취득 후 단 1시간의 보수교육 규정도 주어지지 않는다. 최신 살균소독 기법, AI 기반 해충 제어 기술, 빈번하게 개정되는 위생 법령 등을 습득할 제도적 통로가 차단돼 있다 보니 수십 년 전 취득한 지식 그대로 방역 현장에 투입돼도 아무런 법적 제재를 받지 않는다. 국민 건강과 직결된 면허 인력이 사후 역량 검증의 유일한 사각지대에 방치돼 온 셈이다.


여기에 국가시험 응시 자격의 부실화와 단독법 폐지가 겹치며 위생사의 전문적 위상은 더욱 위축됐다.


보건복지부 유권해석에 따라 대학에서 보건 관련 과목 중 단 1개만 이수해도 국가시험 응시 자격이 주어지는 느슨한 구조가 만들어졌다.


공중보건학, 환경위생학, 식품위생학, 위생곤충학, 위생관계법령 등 현장 필수 5개 과목을 균형 있게 이수하지 않고 단기 요령으로 자격을 취득하는 사례가 늘면서 면허의 현장 신뢰도는 떨어졌고, 정규 교육 과정을 밟은 전공자들은 심각한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와 함께 2016년 단독법이던 위생사에 관한 법률이 폐지되고 공중위생관리법으로 흡수 통합되면서 독자적 법정단체 지위를 확보할 법제화 기회마저 사라졌다.


사단법인 형태의 열악한 재정 여건에 놓인 대한위생사협회는 11만 면허권자의 취업 여부나 소재조차 체계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한계에 부딪혔고, 정부의 방역 정책 파트너로서 제 역할을 수행하는 데도 큰 제약을 받고 있다.


보건의료계 안팎에서는 국가 방역 인프라의 약화를 막기 위해 조속한 입법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감염병예방법 시행규칙 별표8을 개정해 소독업 인력 기준에 위생사 면허 소지자를 필수 인력으로 배치하고, 공중위생관리법 내에 3년 주기 면허 실태 신고제와 보수교육 의무화를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더불어 국가시험 응시 자격을 필수 5개 과목 이수나 관련 학과 전공으로 엄격히 재조정하고 협회를 법정단체로 전환해야만 일상 감염병 위기에 맞설 실질적인 안전망이 복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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