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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112 신고 2배로 '쑥'…통역 인력 확충은 예산에 막혀
현장선 피의자 권리 고지 등 어려워…AI 실시간 통역시스템 추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경복궁 관람하는 외국인 관광객들 2025.9.4 [촬영 최혜정]
(서울=연합뉴스) 이민영 기자 =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경찰의 통역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 인력 확충은 예산 문제에 막히고 현장 통역에도 한계가 있어 경찰의 고심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경찰은 인공지능(AI) 통역 시스템 구축 등 통역 공백을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112 신고센터는 영어와 중국어 신고에 자체 통역을 지원하고, 그 외 언어는 외부 통역 기관 등을 연결해 통역을 제공하고 있다.
방한 외국인이 늘면서 경찰에 접수되는 외국어 신고는 급증세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어 112 신고센터 접수 건수는 2만1천252건으로, 2024년(1만348건)의 약 두 배에 달했다.
올해 들어 8월까지 접수된 신고도 2만1천12건으로 지난해 연간 건수에 육박했다.
이처럼 외국어 신고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영어와 중국어 외 언어에 대한 통역 인력을 확충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로 예산 부족 문제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경찰청 관계자는 "영어·중국어 외에 다른 언어에 대한 통역 인력 확충은 계속 요청하고 있지만 반영이 잘 되지 않아 지체되고 있다"며 "예산이 확보가 돼야 인력을 더 뽑을 수 있는데 예산 부분에서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달 6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다.
이날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1∼8월 누적 방문객은 1천156만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작년 같은 기간(951만명)과 비교해 21.6% 늘어났다.
8월 한 달간은 172만명이 찾아 작년(140만명)보다 23.3% 많았다. 2026.10.6 photo@yna.co.kr
경찰서에서 외국인을 대면으로 조사할 때도 통역이 필요한데, 현재 민간인 통역요원이 이를 맡고 있다.
통역 담당 직원이 상주하는 112 신고센터와 달리, 민간인 통역요원은 경찰이 건별로 섭외해 활용한다. 이들은 평소 다른 직업에 종사하다 경찰의 요청이 있을 때 출석해 통역을 지원하고 있다.
경찰은 사전에 언어별 통역요원 명단을 확보한 뒤 조사 일정에 맞춰 개별적으로 섭외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경찰청 내 민간인 통역요원은 629명이다. 중국어가 198명으로 가장 많고 영어(97명), 베트남어(64명), 일본어(57명), 러시아어(39명), 몽골어(33명), 태국어(18명) 순이다.
다만 언어별 통역요원 수가 고르지 않고 개인 일정도 달라 필요한 시점에 통역인을 섭외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기도 한다.
한 경감급 경찰관은 "민간인 통역요원이 당장 일정을 맞추기 어렵다면 일정을 조율해 다음 날에 통역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TV 제공]
경찰서에서 이뤄지는 대면 조사에서는 민간인 통역요원을 섭외할 수 있지만, 사건 현장에서는 통역인을 즉시 확보하기 어려워 고민이 더 큰 실정이다.
특히 외국인을 체포할 때는 체포 이유와 변호인 선임권 등을 알리는 이른바 '미란다 원칙'을 고지해야 해 정확한 의사 전달의 중요성이 더 크다.
경찰은 스마트폰 어플과 통역 기기 등을 활용하고 있지만, 이마저 아직 일부 지역에서만 운영되고 있다.
경기경찰청은 2011년 외국인 범죄자에게 모국어로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는 스마트폰 어플을 개발해 현재까지 활용 중이다. 어플을 실행하고 언어를 선택하면 스마트폰을 통해 음성과 문자로 미란다 원칙이 고지되는 식이다.
현재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 러시아어, 몽골어, 베트남어, 인도네시아어, 태국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아랍어, 필리핀어, 벵골어, 우즈베크어, 우르두어, 싱할라어 등 16개 언어를 지원 중이다.
일부 경찰서는 폐쇄형 통역 기기를 도입하기도 했다.
경찰관이 기기에 대고 말한 뒤 원하는 외국어를 선택하면 해당 언어로 번역되는 방식으로, 미란다 원칙 고지와 외국인 민원 안내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자체 예산으로 해당 기기를 도입해 활용 가능성을 확인했으며, 경찰청 차원에서도 전국 확대 보급을 추진했다.
하지만 해당 기기에 대한 경찰청의 예산 신청은 일반 통역기와의 차별성이 뚜렷하지 않다는 이유로 반영되지 않았다.
경찰청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폐쇄형 통역 기기를 보급하기 위해 예산 확보를 추진했는데 기획재정부 측에서 일반 통역기와 비교할 때 국가 예산을 들일 만한 차이점이 명확하지 않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한편 외국어로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는 방식에 대한 법적 기준도 명확하지 않아 현장 대응의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다.
현행법에는 체포 이유 등을 고지하도록 돼 있지만, 반드시 피의자 국적의 언어로 전달해야 한다는 명시적 규정은 없다는 게 법조계 설명이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에는 꼭 피의자 언어로 미란다 원칙을 통지해야 한다는 내용은 없고, 그냥 고지를 해야 한다고만 나와 있다"며 "원칙적으로 우리나라 공식 언어인 한국어로 고지해주고, 잘 이해하지 못하면 편의를 위해 번역된 내용을 제공하는 것은 효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장에서 체포 사유를 고지할 때 통역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명시적 규정은 없다며 "다만 최소한 피의자 신문 전에 진술거부권을 고지할 때는 통역인을 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경찰은 이들 문제에 대한 대응 방식을 고심하는 한편, 우선 신고 접수 단계의 통역 부담을 줄이기 위해 AI를 활용한 차세대 112 시스템 구축을 추진 중이다.
차세대 112 통역 시스템은 외국어 신고를 AI가 자동으로 감지해 경찰관의 한국어를 외국어로, 신고자의 외국어를 한국어로 실시간 번역하는 시스템이다.
통역 지원 언어는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 베트남어, 태국어 등 5개 언어다.
경찰청은 지난 8월 정보화전략계획(ISP) 수립을 마쳤으며, 내년 말까지 시스템 구축을 완료한 뒤 2028∼2029년 시스템 고도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내년 예산은 136억원이며, 3년간 전체 사업비는 456억원이다.
다만 시스템이 완성되기 전까지는 기존 통역 인력에 의존해야 해 당분간 현장의 통역 부담은 이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AI 통역 시스템이 도입되더라도 오역 가능성 등 기술적 한계가 있는 만큼, 사람에 의한 현장 검증 절차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AI가 제시한 통역 내용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AI 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경찰관이 직접 내용을 확인하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AI 통역에 전적으로 의존하면 오역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범죄 수사나 긴급 상황에서는 정확한 의사 전달이 중요한 만큼 AI 통역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근본적으로 외사 관련 경찰 인력 등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웅혁 교수는 "흉기 난동 대응과 수사 관련 업무 등에 인력이 주로 배치되면서 외사 분야 인력이 부족해진 측면이 있다"며 "특정 분야의 인력을 다른 업무에 재배치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경찰 인력 규모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윤호 교수도 "외국인 관광객과 거주자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외사 경찰 인력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누적 방한객은 1천711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천408만명)보다 21.5% 증가했다.
mylux@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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