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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녹취록에 담긴 긴박한 순간…현장에선 구조 돕고 교통정리

[김누리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한지은 정지수 기자 = "빨리 오세요. 지금 사람 구해야 돼요!"
지난 20일 오전 11시 55분께 서울 강남구 역삼동 연쇄 방화 현장에서 걸려 온 119 신고 전화에는 다급한 구조 요청과 함께 사람들의 대피를 돕는 목소리가 담겼다.
24일 더불어민주당 이상식 의원실이 소방청에서 제출받은 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한 신고자는 119와 통화하면서도 "나와요, 나와요", "조심"이라고 외치며 구조를 도왔다. 이어 "지금 안에 사람 갇혀 있어요"라며 거듭 119에 구조를 요청했다.
이보다 1분가량 앞서 접수된 신고에서도 긴박한 상황이 전해졌다.
"누가 와서 불을 질렀어요. 어떤 아저씨가"라고 알린 신고자는 '탈출할 수 있느냐'는 상황실의 물음에 "못해요. 지금 못해요. 제발 빨리 좀 와주세요"라고 호소했다.

[송인희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불길과 연기에 사람들이 갇힌 현장에서는 이웃을 돕는 시민들 손길이 이어졌다.
점심 장사로 분주하던 상인도, 도로를 지나던 배달원(라이더)도 하던 일을 멈추고 힘을 보탰다.
신명빌딩 바로 옆 건물에서 2012년부터 족발집을 운영해 온 송인희(69)씨도 그중 한 명이다.
당시 송씨는 당시 30명 단체 손님 예약을 앞두고 바삐 일하고 있었다.
가게 밖으로 소방차가 지나는 것을 봤지만, 평소에도 자주 보던 풍경이라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한다.
그러다 "사람 살려"라는 비명을 듣고 급히 가스 불을 끈 뒤 밖으로 달려가니 신명빌딩 창문으로 두 사람이 구조를 요청하고 있었다.
송씨는 곧장 큰길로 나가 소방대원들에게 "뒤편에 사람이 있다"고 알렸다.
송씨는 "저 사람들도 가정이 있을 텐데 어떡하나 싶었다"며 "그분들을 발견했을 때 주변에 사람이 없어서 '저 두 사람은 내 몫이다' 싶었다"고 말했다.
가게에서 함께 일하는 송씨의 아들도 소방대원들의 사다리 설치를 도왔다. 소방대원들이 진입한 끝에 두 사람은 구조됐다.
송씨는 "당연히 사람이 먼저라고 생각했다"며 "얼른 뛰어나가서 여기에 사람이 있다고 소리쳤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송인희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소방차가 현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시민들도 있었다.
신명빌딩 인근 프랜차이즈 피자 가게의 한 남성 직원은 경찰이 도착하기 전 혼잡한 도로에서 교통정리에 나섰다.
인근에서 수프 가게를 운영하는 김누리(39)씨는 "차가 많이 다니는 도로에 소방차가 지나가려 하니 길이 막혔는데, 피자 가게 직원분이 나와서 교통정리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도로를 지나던 한 여성 라이더도 오토바이를 세우고 수신호를 하며 차량 흐름을 정리했다.
김씨는 "여성 라이더가 그 작은 몸으로 아수라장을 정리하고 계셨던 게 정말 히어로(영웅) 같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커피라도 하나 드려야겠다 싶어 계속 보고 있었는데 경찰이 도착해 상황을 정리한 뒤 사라지셔서 아쉽다"며 "좋은 분들이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누리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역삼동 연쇄 방화로 심정지 상태로 이송된 1명을 포함해 19명이 다쳤다.
빌딩 두 곳에서 불을 지른 혐의를 받는 70대 A씨는 지난 22일 구속됐다.
A씨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법원에 출석하면서 자신이 불을 낸 특허 법인에 사기를 당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경찰은 A씨가 방화 직전 특정인을 찾았다는 진술을 고려해 살인미수 혐의를 추가 적용할지 검토하고 있다.
writ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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