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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건강] '0칼로리' 믿고 마셨는데…당뇨병부터 뇌 건강까지 '경고등'

입력 2026-10-24 07: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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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363만명 분석…"감미료 많이 섭취하면 당뇨병·심부전 위험 26%↑"


'인지기능 저하와 연관성' 연구도…"장기적·습관적 섭취 말아야"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설탕은 줄이면서 단맛은 그대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제로 음료'는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다.


특히 비만이나 당뇨병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0칼로리'라는 표시는 일종의 안심 신호처럼 받아들여진다. 설탕이 들어 있지 않고 열량도 거의 없으니 자주 마셔도 건강에는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최근 국내외 연구에서는 이런 믿음에 의문을 제기하는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제로 음료에 사용되는 아스파탐과 수크랄로스 등의 인공감미료가 혈당 조절과 심혈관 건강뿐 아니라 인지기능, 콩팥 기능, 면역반응 등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 연구의 상당수는 감미료 섭취와 질병 발생 사이의 연관성을 관찰한 것으로, 감미료가 직접 질병을 일으킨다는 인과관계까지 입증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여러 연구에서 비슷한 위험 신호가 관찰되면서 설탕을 인공감미료로 대체하는 것이 과연 장기적으로 건강에 유리한지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363만명 메타분석…"당뇨병·심부전 위험 26% 높아"


국제학술지 '영양연구와 실천'(Nutrition Research and Practice) 6월호에 따르면 숙명여대·하버드 의대 공동 연구팀은 인공감미료 섭취와 심혈관·대사질환의 연관성을 다룬 연구 37편을 선별해 총 362만5천613명의 건강 자료를 메타분석 했다.


메타분석은 여러 연구 결과를 통계적으로 종합해 전체적인 경향을 살펴보는 연구 방법이다.


그 결과 인공감미료 섭취량이 가장 많은 사람들은 가장 적은 사람들보다 제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이 26%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부전 위험도 26% 높았으며, 고혈압은 13%, 뇌졸중은 12%, 관상동맥질환은 11% 각각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은 18%,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도 9% 높았다.


이는 인공감미료 섭취가 단순히 체중이나 혈당 문제에 그치지 않고 심장과 혈관 건강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라는 게 연구팀의 해석이다.


◇ 감미료 많이 먹으면 기억력·언어능력 저하도 빨라질까


인공감미료가 뇌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연구도 있다.


브라질 상파울루대 연구팀은 감미료 섭취량과 인지기능 변화의 연관성을 분석하기 위해 성인 1만2천772명을 약 8년간 추적한 연구 결과를 지난해 국제학술지 '신경학'(Neurology)에 발표했다.


연구 대상자의 평균 나이는 51.9세였다.


연구팀은 아스파탐, 사카린, 아세설팜칼륨, 에리스리톨, 자일리톨, 소르비톨, 타가토스 등 7가지 저열량·무열량 감미료의 섭취량을 조사했다. 이어 기억력과 언어 유창성 등을 포함한 인지기능 검사를 반복 시행해 시간에 따른 변화를 비교했다.


이 결과 60세 미만에서는 감미료 섭취량이 많은 집단일수록 전반적인 인지기능과 언어 유창성의 저하 속도가 빠른 경향을 보였다.


특히 아스파탐과 사카린, 아세설팜칼륨, 에리스리톨, 소르비톨, 자일리톨 등의 섭취가 인지기능 저하 속도와 연관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60세 이상에서는 감미료 섭취량에 따른 인지기능 저하의 뚜렷한 연관성이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 연구가 식습관 설문을 토대로 한 관찰연구인 만큼 감미료가 기억력을 직접 떨어뜨리거나 치매를 유발한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감미료가 장내미생물이나 대사 과정 등에 영향을 미쳐 뇌 기능과도 연관될 가능성에 주목했다.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 제공]


◇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 "제로 음료, 당뇨병·콩팥 건강에도 영향 가능성"


서울대학교 건강문화사업단도 최근 공개한 'HOMO-100' 건강 리포트를 통해 인공감미료의 건강 영향을 다룬 국제학술지 논문 4편을 소개하며 비슷한 문제를 제기했다.


이 가운데 호주 모나시대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당뇨병과 대사'(Diabetes & Metabolism)에 발표한 논문(2025년)에서 성인 3만6천여 명을 평균 13.9년간 추적한 결과, 인공감미료가 들어간 음료를 하루 한 번 이상 마신 사람의 제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이 거의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38% 높았다고 보고했다.


이런 연관성은 체질량지수(BMI)와 허리·엉덩이 둘레 비율 등 비만 관련 요인을 보정한 뒤에도 유지됐다. 이는 제로 음료와 당뇨병의 연관성이 단순히 체중 증가만으로 설명되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콩팥 건강과 관련한 연구도 있다. 중국 우한대 연구팀이 영국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약 15만6천명을 분석한 연구(2026년)에서는 커피나 차 등에 인공감미료를 많이 넣어 먹는 사람들의 만성콩팥병 발생 위험이 감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보다 19%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사업단은 아스파탐이 혈관 염증과 동맥경화 진행을 촉진할 가능성을 보여준 동물실험과, 수크랄로스 섭취량이 많은 일부 암 환자에게서 면역항암제 치료 성적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됐다.


◇ 당뇨병학회·영양학회 "감미료, 장기간 섭취 권장 안 해"


인공감미료의 장기적인 건강 영향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국내 관련 학회들도 신중한 섭취를 권고하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와 한국영양학회는 올해 1월 국제학술지 '당뇨병과 대사 저널'(Diabetes & Metabolism Journal)에 발표한 공동 합의문을 통해 설탕 음료와 인공감미료 음료의 건강 영향을 종합 평가한 결과 인공감미료의 장기적인 섭취를 권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논문에 따르면 학회가 무작위 임상시험 14건과 장기 관찰연구 20건을 분석한 결과 설탕 음료를 인공감미료 음료로 대체할 경우 단기적으로 체중이 평균 0.73㎏, 체지방률이 0.72%포인트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지만, 혈당과 심혈관·대사 지표의 개선 효과는 일관되지 않았다.


오히려 장기 관찰연구에서는 인공감미료 음료를 많이 마시는 사람들에게서 제2형 당뇨병과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이 높아지는 연관성이 나타났다.


이에 학회는 설탕 음료를 많이 마시는 사람에게 인공감미료 음료가 단기적인 대체 수단이 될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안전성에 불확실성이 남아 있고 단맛에 대한 선호를 지속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이고 습관적인 섭취는 권장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놨다.


궁극적으로는 설탕 음료와 인공감미료 음료를 모두 줄이고 물이나 무가당 음료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학회의 권고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2023년 비당류 감미료를 장기적인 체중 조절이나 만성질환 예방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다는 조건부 지침을 발표한 바 있다.


물론 이런 지침이 인공감미료가 설탕보다 무조건 해롭다는 뜻은 아니다.


설탕의 과도한 섭취가 비만과 당뇨병,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인다는 근거는 이미 확립돼 있다. 반면 인공감미료의 장기적인 건강 영향은 감미료의 종류와 섭취량, 개인의 건강 상태 등에 따라 다를 수 있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설탕을 인공감미료로 바꾸는 것만으로 건강한 식습관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서울대 의대 가정의학과 윤영호 교수(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원장)는 "현재까지 나온 연구 결과들을 보면 인공 감미료가 가당 음료의 '덜 해로운 대안'이 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더 해로울 수 있어 보인다"면서 "제로 음료를 선택하더라도 열량이 없다는 이유로 습관적으로 많은 양을 마시기보다는, 일상에서 단맛에 대한 의존 자체를 줄이는 방향으로 식습관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bi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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