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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책임 회피 논란…관할 조정 협의회는 내년 2월부터 가동
인력·장비 미비 영향 관측도…서울청 사이버수사과장도 공석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최원정 기자 =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경찰로부터 통보받은 금융기관 인공지능(AI) 해킹 사건을 수사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수사기관 간 '사건 핑퐁'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지방중수청은 23일 해킹 사건의 내용과 수사 경과를 확인한 결과 경찰이 계속 수사함이 타당하다고 판단해 '수사 불개시'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중수청은 경찰이 지난 5일 정식 수사에 착수한 뒤 접속기록(로그)을 확보해 분석하고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공조를 요청하는 등 이미 상당한 진척이 있었다고 결론내렸다.
중수청은 사건의 중대성, 수사의 진행 정도와 수사 기간, 공정성 논란 여부, 공소시효 만료의 임박 여부를 따져 수사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중수청 내부에서는 경찰이 사건 통보 근거로 삼은 금융위원회 유권해석에 대해서도 이견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21일 관련 혐의가 중수청법상 '중대 사이버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중수청에 사건을 통보했다.
경찰은 해킹 피해를 본 금융기관 시스템이 '전자금융기반시설'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금융위 유권해석 등을 이유로 중수청 통보 대상인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최근 금융권 해킹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5일 서울 시내 한 건물 내에 설치된 은행 ATM기. 2026.10.5 pdj6635@yna.co.kr
중수청이 출범 이후 첫 대형 사건으로 금융권 해킹을 맡아 존재 가치를 보여줄 시험대로 삼을 수 있다는 기대도 나왔으나 '수사 불개시' 결정에 따라 불발됐다.
중수청이 수사 책임을 다시 경찰로 넘기면서 여러 수사기관 난립에 따른 '사건 핑퐁' 우려도 증폭되는 모양새다.
중수청은 부패, 경제, 방위산업, 마약, 내란·외환 등 국가보호범죄, 사이버범죄 등 6대 중대범죄와 법왜곡죄를 수사한다. 이들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도 수사 대상에 포함된다.
중수청법은 경찰이 중대범죄를 인지하면 중수청에 즉시 통보하고 중수청이 요구한 경우 사건을 이첩하도록 하고 있다. 중수청은 통보받은 날부터 7일 안에 수사 개시 여부를 회신해야 한다.
중수청 수사 대상인 중대범죄가 개별 죄명 중심으로 나열돼 경찰과의 경계가 불분명한 탓에 혼선이 우려된다는 지적은 중수청 출범 이전부터 숱하게 나왔다.
한 사건에 여러 혐의가 뒤섞이거나 수사 과정에서 새로운 혐의가 포착돼 관할이 중첩되는 경우에는 어디서 수사를 맡아야 할지 논란이 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사건의 중대성 등을 따지는 수사 개시 기준도 추상적이고 불분명해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출범 7년째 관할 논란을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개정 형사소송법은 수사기관 간 이견을 조율하는 수사권관할조정협의회를 내년 2월 5일부터 시행하도록 규정해 앞으로도 최소 3개월여 동안은 수사권 조정에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장이 19일 서울 중구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6.10.19 kjhpress@yna.co.kr
법조계에서는 중수청이 당장 대형 사건 수사에 착수할 인력과 장비·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점도 수사 불개시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사건의 경우 해킹에 사용된 원서버·인터넷주소(IP)와 공격 경로를 추적하기 위해 중국 등과 국제공조가 필수적이지만 중수청이 역량을 갖췄는지는 미지수다.
중수청이 사건을 넘겨받을 경우 수사를 지휘할 가능성이 높았던 서울중수청 사이버정보수사과장도 공석이다.
디지털 압수수색에 필요한 과학수사 장비는 오는 12월 말까지 유예기간 동안 수사를 마쳐야 하는 공소청도 아직 사용하고 있어 이관이 마무리되지 않았다.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도 일부 기능만 작동돼 수사관들이 수사 기록 작성과 장부 입력 등 대부분 업무를 수기로 처리하고 있다.
김지용 중수청장은 지난 19일 도어스테핑(약식 회견)에서 일각의 우려에 대해 "지금 인력으로도 수사는 충분히 가능하다"면서도 "다만 앞으로 많은 사건이 접수될 텐데 그러려면 빠른 안착이 필요하다"고 했다.
away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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