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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8개월간 전국 53만개 중 39만개 의원급 쏠려
중금속 은폐와 미용 포장 속 규제 공백 심각

[금속노조 울산지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자동차 배터리 제조 현장에서 노동자들의 혈중 납 수치를 감추기 위해 투약됐다는 의혹을 받는 킬레이션 주사제가 최근 3년8개월 동안 동네 의원급 의료기관에 집중적으로 유통된 것으로 나타났다.
작업장의 유해 물질 기준을 회피하기 위해 악용된 전문 의약품이 일선 개원가에 대량 공급된 정황이 공식 통계로 확인된 것이다.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진숙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에서 제출받은 '킬레이션 주사제 공급 내역'을 분석한 결과, 2023년부터 2026년 8월까지 전국 의료기관에 공급된 물량은 총 53만1천230개, 금액으로는 62억9천3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동네 의원급 의료기관에 들어간 물량은 전체의 73.3%인 38만9천470개에 달했다. 공급 금액 역시 46억1천800만원으로 전체의 73.4%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급성 중독 환자를 주로 치료하는 상급종합병원의 공급량은 3천290개(3천500만원), 종합병원은 4만180개(4억3천700만원), 병원급은 9만8천290개(12억300만원)에 그쳤다. 중증 환자 치료용 약물의 70% 이상이 1차 의료기관에 풀린 셈이다.

전진숙 의원실
에데트산칼슘디나트륨 성분의 킬레이션 주사는 혈관 속 납 같은 중금속을 소변으로 강제 배출시키는 해독 치료제다. 중금속을 배출하는 과정에서 칼슘, 칼륨, 마그네슘 등 필수 미네랄까지 함께 몸 밖으로 빠져나가 신장 손상, 심혈관계 독성, 전해질 불균형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혈중 납 농도가 최소 70마이크로그램을 넘는 등 심각한 중독 상황에서만 투약을 권고하고, 미국 산업안전보건법이 예방적 사용을 법으로 엄격히 금지하는 이유다.
그러나 국내에는 처방 제한이나 명확한 투약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 이로 인해 일선 병의원에서는 이 약물이 노폐물 배출이나 만성 피로 해소를 돕는 영양 주사로 둔갑해 장기 처방 프로그램으로 소비돼 왔다.
실제로 DN오토모티브 울산공장에서는 특수건강진단을 앞두고 회사가 병원과 일정을 맞춰 노동자들에게 비타민 주사라며 투약을 강요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현장 노동자들은 사전 선택권 없이 정해진 날짜에 주사를 맞았고, 수치가 떨어지지 않으면 추가 투약까지 이어졌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확인된 피해 노동자만 200여 명에 달하며, 이들은 혈압 급상승, 시야 이상, 잦은 소변, 손 저림, 안면 마비, 신장 질환, 혈뇨 등의 부작용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와 수사당국은 조사에 착수했다. 고용노동부는 울산공장 정밀 감독을 통해 총 68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을 적발해 과태료 4천620만원을 부과하고, 기준치 5배가 넘는 납이 검출된 공정에 사용 중지 명령을 내렸다. 건강진단 방해 혐의와 관련해 회사와 해당 의료기관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해야 할 사업장이 부작용 위험을 숨긴 채 유해물질 노출을 은폐한 것은 중대한 인권 침해"라며 엄정 조치를 지시했다. 정부는 동종 배터리 제조 사업장 14곳으로 조사를 확대하고, 수치 조작 행위를 막기 위한 법 개정과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도 실태 조사를 통해 허가 외 사용을 금지하고 허위 과장 광고 병의원에 대한 행정지도에 나서기로 했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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