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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 전 주중대사 "트럼프는 중국에 기회…미·중 혼돈 지속"

입력 2026-10-20 18: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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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포용적 패권에서 지대 추구하는 국가로 변해"


"중국도 동맹 없이는 미국 못 이겨"…서태평양 충돌 가능성 경고




강연하는 정재호 전 주중대사

[촬영 윤민혁]


(서울=연합뉴스) 윤민혁 기자 = 정재호 전 주중국 대사가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권 2기를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미국이 기존의 국제질서를 스스로 흔드는 상황에서도 중국은 미국에 견줄 만한 동맹망을 확보하지 못한 만큼 미·중 패권 경쟁의 혼돈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명예교수인 정재호 전 대사는 20일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이 주최한 강연에서 이같이 내다봤다.


그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트럼프 2기에 비하면 1기는 매우 이성적이고 합리적이었던 것 같다"며 "트럼프 2기는 모든 상식을 깨는, 규정하기 어려운 무질서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전 대사는 미국이 더 이상 포용력 있는 패권국으로 인식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이 국제질서를 유지하는 대가로 다른 국가들에 비용을 요구하는 '지대 추구자'(rent seeker)처럼 변하고 있다며 "돈을 내야 통과시켜 주는 통행료 외교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중국은 이 같은 미국의 변화를 전략적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 전 대사는 "중국은 현재 트럼프를 기회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있는 동안 시간을 벌고 어떻게든 중국의 힘을 강화해야 한다고 믿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미국이 국제기구에서 잇따라 탈퇴하고 대외 원조를 축소하는 사이 중국은 개발도상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독자적인 국제 금융 체계를 구축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이터·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정 전 대사는 퓨리서치센터의 국제 여론조사를 인용하며 "트럼프 때문에 중국이 반사 효과를 보는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퓨리서치센터가 올해 37개국에서 실시한 조사에서는 절반 이상의 국가에서 중국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과반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중국이 이 같은 기회를 활용해 미국의 패권을 넘겨받을 수 있을지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정 전 대사는 "핵심은 기술 패권과 동맹"이라며 "중국이 동맹 불체결 정책을 유지하는 한 미국을 이길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은 전 세계에 광범위한 동맹 망과 해외 군사기지를 보유하고 있지만 중국은 이를 대체할 만한 기반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만 중국이 아프리카 지부티에 군사기지를 설치하는 등 과거의 '해외기지 불보유 원칙'에서 벗어났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과연 중국이 근본적으로 변신할 것인가가 앞으로 관전 요소"라며 러시아와 북한 등이 중국의 동맹 망 구축에 호응할 가능성도 변수로 꼽았다.




미중, 한국 나토회의 참가 놓고 충돌…"동맹" vs "거긴 북대서양" (CG)

[연합뉴스TV 제공]


경제력 측면에서도 중국의 미국 추월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 전 대사는 과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2019∼2027년 미국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예상 시점이 2035∼2045년으로 늦춰졌다며 미국의 성장세에 따라서는 양국의 경제 규모가 역전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처럼 미국과 중국 모두 패권 경쟁에서 결정적인 우위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을 고려하면 어느 한쪽의 승리보다 불확실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정 전 대사는 미·중 관계의 미래에 대한 여러 시나리오를 제시하면서 "여러 가지 가능성 중에 혼돈의 지속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미·중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한반도를 비롯한 서태평양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대만해협, 한반도를 잠재적인 충돌 지역으로 거론하며 "유럽과 중동에서 화약이 터졌는데 아시아만 안전할 것이라고 믿어야 하는 근거가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한국에서는 마치 강 건너 불을 보듯 이런 문제를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전쟁을 잊어버리는 순간 위험이 닥친다는 교훈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질문 듣는 정 전 대사

[촬영 윤민혁]


m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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