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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조리실 산재 9천300여건…조리흄 노출에도 환기시설 미비
"튀김·전 부칠때 냄새·연기 어마어마…어지러워 구토 나오기도"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채린 기자 = "나는 절대 암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오진일 거라고. 가족력도 없는데 폐암이라니, 정말 상상도 못 했죠"
한 지역의 초·중·고등학교 급식실에서 13년 이상 넘게 일하다 폐암에 걸린 A씨는 암을 확진 받던 날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11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A씨 사례처럼 폐암을 비롯해 급식실 노동자들이 겪는 산업재해가 끊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이 17개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부터 올해 8월까지 약 3년 8개월간 초·중·고등학교와 특수학교 등 급식 현장에서 발생한 산재 건수는 총 9천347건이었다.
유형별로는 '화상'이 2천434건, '넘어짐' 2천158건이었다. '찔림·베임'은 641건, '폐 질환'은 103건이었으며, 기타 유형은 4천11건이었다.
같은 기간 폐암 확진자 수는 전국에서 90명에 달했으며, 산재로 인한 사망자는 5명이었다.
특히 급식실 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 중 하나는 고온의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조리흄'이다. 조리흄은 조리 중에 발생하는 미세입자와 연기 등으로, 장기간 노출될 경우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급식노동자들은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 업무 특성상 조리흄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호소한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4월 2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폐암 산재 사망 학교급식노동자 추모 및 교육부 학교급식종합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관계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4.23 photo@yna.co.kr
A씨는 "튀김을 하거나 전을 부칠 때 냄새와 연기가 어마어마하다"며 "고개를 숙인 채로 하루 종일 기름으로 음식을 조리하고 나면 얼굴이 팅팅 붓는다"고 했다.
이어 "조리하고 나면 목이 칼칼해 물로 헹궈내야 하는데, 아무리 물을 마셔도 금방 회복되지 않는다. 어지러워 구토가 나올 때도 많다"며 "함께 일했던 급식 노동자들 모두 병원에 가기 위해 방학만을 기다리곤 했다"고 전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8일 A씨를 포함한 학교 급식실 노동자 9명이 국가와 광주·전남·경북·부산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들 지방자치단체가 원고들에게 각각 1천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원고들은 모두 학교 급식실에서 최소 12년 이상 근무한 조리사로, 2022∼2024년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조리 업무와 폐암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받아 산재 승인을 받았다.
재판부는 2010년경 국제암연구소(IARC)가 '고온의 튀김 요리에서 나오는 물질'을 발암 추정 인자로 분류한 점 등을 들어, 조리 노동자들의 폐암 발병을 각 지자체가 예측할 수 있었다고 봤다.
그런데도 급식실 내 유해 시설을 방치하는 등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폐암 환자가 잇따르자 교육부는 2023년 급식실 조리환경 개선 방안을 내놓고 2025년까지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6곳의 급식실 환기시설 개선을 중간 목표로 제시했다. 2027년까지는 전체 교육청 산하 시설 개선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지난해 학교 급식실 환기설비 성능평가 결과에 따르면 시설을 개선한 학교 301곳 가운데서도 17.9%가 부적정 판정을 받았다.
특히 서울은 개선 완료 학교 가운데 77%가 부적정 판정을 받아 개선된 환기시설조차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곳이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 개선이 더딘 가운데 급식노동자들은 인력 부족과 과도한 업무량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법원은 급식노동자들의 소송 판결문에서 2023년 기준 공공기관 조리 종사자 1명이 담당하는 평균 급식 인원이 31명인 데 비해 고등학교는 132명에 달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 지난 3년 8개월간 서울 지역 초·중·고등학교의 조리 종사자 1인당 식수 인원은 평균 115.5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한 사람이 130명의 음식을 만들고, 청소까지 하면 녹초가 된다. 가끔은 일손이 부족해 배식하는 와중에도 계속 전을 부쳐야 한다"며 "1인당 식수 인원이 줄어야 이 일을 하려는 사람도 더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급식 노동자들은 학생들을 내 자식처럼 생각하고, 깨끗하고 맛있는 걸 먹여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일한다"며 "매일 정말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다. 음식 하는 사람들이라고 무시하지 말고, 교육감과 교육청 그리고 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신경 써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학교급식 노동자들이 지난 1월 29일 국회에서 열린 제431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학교급식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되자 기뻐하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2026.1.29 photo@yna.co.kr
lyn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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