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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삶 구분 무의미" 격무에도 초과근무수당 다 못 받아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판사의 재판 업무를 보조하는 재판연구원들이 과로에 시달리면서도 온전한 초과근무수당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이 매해 재판연구원을 늘리는 가운데 처우 개선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법원 중 재판연구원이 가장 많이 속한 서울고법에선 올해 1∼7월 재판연구원 1명당 월평균 22.9∼43.3시간을 초과 근무했다.
구체적으로 1월(40시간), 2월(22.9시간), 3월(38시간), 4월(31.8시간), 5월(43.3시간), 6월(43.3시간), 7월(38.2시간)이다.
재판연구원은 각종 검토보고서 작성, 법리 및 판례 연구, 논문 등 문헌 조사를 비롯해 구체적 사건에 관한 광범위한 업무를 수행한다.
법원에서 3년 근무한 후 법원 밖에서 2년간 법조 경력을 쌓으면 이후 법관 임용에 지원할 수 있다.
판결문 초고까지 쓰는 일도 잦은 이들에겐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 외 초과근무가 일상이라는 게 법원 내외부 관계자들의 말이다.
이는 늘어나는 재판 업무에 비해 판사는 쉽게 증원되지 않는 법원 상황과 맞닿아 있다.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이 2024년 5월 발간한 '재판의 지연 실태와 신속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2022년 사건접수부터 첫 기일까지의 기간, 사건의 평균 처리기간, 장기미제사건이 모두 증가했다.
사실관계·법률관계가 복잡하거나 기존 법리로 해결하기 어려운 사건도 지속해서 늘어났다.
하지만 법관 정원은 판사정원법이 개정되지 않는 바람에 2014년부터 10년간 3천214명 그대로였다.
판사 정원을 늘리는 법 개정은 작년에 비로소 이뤄졌다.
이에 법원은 재판연구원을 늘려 업무를 소화해왔다.
재판연구원 임용 인원은 2021년 99명에서 올해 197명으로 순차 증가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문제는 로스쿨을 갓 졸업한 이들이 대다수인 재판연구원들에게 기대할 수 있는 업무 효율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재판연구원 출신인 수도권 한 법원 판사는 "판사 수가 늘지 않는 상황에서 연구원들 도움을 받아 겨우 사건을 처리하는 실정인데, 근무기간 3년 중 첫 1년은 실질적인 업무보다는 교육에 초점이 맞춰진다"고 설명했다.
이런 구조상 재판연구원들은 과로에 시달릴 수밖에 없게 된다.
익명을 요청한 재판연구원은 "일과 삶의 구분이 무의미한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일한 만큼 돈이라도 받으면 다행이겠지만, 이들은 적잖은 근무시간을 '그림자 노동'으로 채우고 있다.
올해 서울고법에서 재판연구원 1명당 초과근무 수당을 받지 못한 미지급 시간은 1월(11.8시간), 2월(3시간), 3월(10.7시간), 4월(8.4시간), 5월(11.5시간), 6월(9시간), 7월(8시간)로 집계됐다.
법원행정처는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올해 1월부터 재판연구원 초과근무수당은 월 35시간 상한으로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35시간 이상 초과근무에 대해선 수당이 나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는 일반 법원공무원의 초과근무수당 지급 상한인 월 57시간보다 적다.
판사로부터 직접 교육받는 과정에서 폭언 등 도제식 교육의 폐해를 감내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재판연구원은 "육체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힘들어하는 동료들이 적지 않지만 쉽게 문제제기할 수도 없다"며 "1년에 한 번씩 판사님으로부터 근무평정을 받는데, 추후 법관 임용에 지원할 때 참고 자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연주 제작] 일러스트
격무에 지친 재판연구원들 처우를 개선하려면 사법부 예산을 늘리는 게 급선무로 보인다.
법원행정처도 국회 자료에서 재판연구원과 일반 법원공무원의 초과근무수당 지급시간 상한을 다르게 둔 이유를 '예산 부족'으로 못 박았다.
작년 하반기 각급 법원에 보낸 공문에선 "재판연구원 초과근무수당은 편성된 예산액 대비 현재까지 실집행액이 과다해 초과근무수당 운영을 제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다른 임기제 공무원과 달리 재판연구원은 초과근무가 수반될 수밖에 없는 업무환경임을 강조해 초과근무수당 증액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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