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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계절별 대표축제명 '서울' 빼고 다 외래어…DMZ·MICE 등 국문병기도 미흡
"표기 방식 따른 정책명 이해도, 한글이 가장 높아" 연구 결과
국어기본법 "공문서, 한글로 작성해야"…전문가들 "한글 사용, 강제보단 인식개선"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올해 한글날(10월9일)이 제정 100돌을 맞았다. 한글날은 한글의 독창성과 과학성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범국민적 한글 사랑 의식을 높이기 위해 제정됐다. 또 국어기본법에서는 공문서 등에서 한글을 사용하도록 규정하는 등 국가 차원에서 한글 사용을 확산하기 위한 여러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한 시도를 대표하는 공식 대표 표어(슬로건)에서는 영문 단어가 로마자 그대로 사용되는가 하면, 자주 쓰이는 행정 용어에서도 순우리말보다 한자어와 외래어가 더 많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언어 사용 실태와 관련 제도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시도 브랜드 표어 중 로마자를 사용한 서울(왼쪽 위부터 시계방향)과 경기, 한글을 쓴 세종과 전북.
◇ 서울 표어는 'Seoul, My Soul'…지자체 표어 절반가량이 로마자 사용
정부와 지자체에서 공식적인 사업·행사 등 명칭에 외래어를 사용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특히 대외적으로 내세워야 하는 정책의 경우 국민 선호도가 높고,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춰야 한다는 이유로 외래어 사용을 선호하는 사례가 많다.
외국어나 외래어 사용이 눈에 띄는 대표적인 공공언어 사례 중 하나가 지자체의 공식 도시브랜드 표어다.
전국 17개 시도(전남·광주 통합 전)의 공식 표어를 살펴보면 영어를 한글로 표기한 것도 아닌 로마자 그대로 사용한 경우가 8곳(47.1%)으로, 절반가량이다.
서울은 'Seoul, My Soul'(서울, 마이 소울), 부산은 'Busan is good'(부산 이즈 굿), 인천은 'all ways INCHEON'(올 웨이즈 인천), 울산은 'ULSAN THE RISING CITY'(울산 더 라이징 시티), 경기는 'GO GREAT, GYEONGGI'(고 그레이트, 경기) 등을 공식 표어로 사용하고 있다.
대구는 '컬러풀 대구'라는 공식 표어를 2022년 폐지하고 '파워풀 대구'라는 외래어가 포함된 시정 표어를 사용해왔다.
서울은 2022년 신규 도시브랜드 표어를 공모할 당시 내세운 4개 후보가 ▲ Seoul for you ▲ Amazing Seoul ▲ Seoul, My Soul ▲ Make it happen, Seoul 등 모두 로마자로만 표기돼 있다.
반면 '세종이 미래다'(세종), '새로운 전북 특별한 기회'(전북)처럼 한글 표어를 선택한 지자체도 있다.
인문사회예술융합학회의 학술지 '문화와 융합'에 실린 '한국의 도시브랜드 슬로건의 언어적 특성에 관한 연구'(2024)는 표어의 언어 표기 유형은 아직도 외국어형 표어가 적지 않고, 의미 표현은 전달 효과가 떨어지는 함축적 의미 표현과 신조어적 의미 표현이 많았다고 지적한다.
이 연구에서는 2023년 기준 광역지자체와 기초지자체를 포함한 90개 도시브랜드 표어를 분석했는데, 영어 표어만 있는 외국어형이 18개(20%), 영어 표어와 한국어 표어가 모두 있거나 표어 안에 영어와 한국어를 혼용한 혼합형은 20개(22%)로 나타났다.

['펀서울'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표어만큼 대외적인 모양새를 중요시하는 축제 이름에서도 이런 경향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서울시가 '서울축제 2026'에서 제시한 대표 축제 26개 명칭 중 42.3%(11개)에 외래어가 들어가 있다.
특히 각 계절을 대표하는 4개 축제의 이름은 각각 '서울스프링페스티벌', '서울썸머비치', '서울어텀페스타', '서울윈터페스티벌'로, 서울 빼고는 모두 외래어가 쓰였다.
정부에서 생산하는 각종 공문서에도 외래어 비중은 적지 않다.
한국언어문학회의 학술지 '한국언어문화'에 실린 '정부 공공기관의 전문용어 사용 실태 및 개선 방안 연구'(2022)에서는 경기관광공사에서 산출한 2019∼2021년 공문서(보도자료·공고문·보고서)를 분석해 자주 쓰이는 행정용어에서 순우리말보다 한자어와 외국어(외래어 포함) 표현이 더 많다는 결과를 내놨다.
이 연구에 따르면 3차례 이상 출현한 단어 3천105개를 어종(語種)에 따라 분류한 결과 한자어와 외국어 표현이 각각 76.8%(2천386개)와 14.5%(452개)를 차지했다. 반면 순우리말은 8.5%(267개)에 그쳤다.
특히 외국어 표현은 총 8천617차례 등장했는데, 이 중 한글을 제시하지 않고 로마자로만 표기한 경우도 543회에 달했다.
'DMZ'(비무장지대·161회)와 'MICE'(전시 복합 산업·61회) 등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정책명에 외래어나 외국어를 사용하는 것이 정책 이해를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립국어원의 '공공기관 정책명 개선을 위한 실태 조사'(2021) 보고서에서는 중앙행정기관 및 지자체 총 64개 기관에서 최근 3년간 대외적으로 발표한 1천273개 정책 중 인지도와 난이도를 평가해 50개 정책을 추렸다.
이들 50개 정책에 대해 국민 2천명을 상대로 정책명 인지도와 정책명 이해도, 뜻풀이 이해도, 개인 선호도, 정책 홍보 기여도 5개 항목을 조사한 결과 모든 항목에서 외래어를 포함하지 않은 혼종어(여러 어종이 결합한 말)를 선택한 사람이 가장 많았다.
표기 방식에 따른 정책명 이해도도 한글 표기가 가장 높았고, 이어 한글·로마자 병기, 로마자 순이었다. 개인 선호도는 근소한 차이로 한글·로마자 병기, 로마자, 한글의 순으로 나타나 이해도와는 상반된 양상이었다.
정책 홍보 기여도는 한글, 한글·로마자 병기, 로마자의 순이었다. 이를 두고 보고서는 국민들이 매력도가 높은 정책명보다 이해하기 쉬운 정책명이 정책 홍보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분석했다.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린 한글날 제정 100주년 기념 기획특별전 '일구이륙 무한이륙'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가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전문가들 "한글 사용, 강제하기보단 인식 개선에 초점 맞춰야"
우리나라는 국어기본법을 제정하고 다양한 국어 진흥 정책을 펴고 있다.
국어기본법 14조에서는 공공기관 등이 공문서 등을 일반 국민이 알기 쉬운 용어와 문장으로 써야 하며, 어문규범에 맞춰 한글로 작성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024년부터 매해 정부 부처와 지자체, 공공기관, 교육청의 공문서 등을 ▲ 용이성(어려운 외국어·외국 문자 사용률) ▲ 정확성(어문규범, 어법) ▲ 소통성(이해 가능성·공공성)을 기준으로 평가한다.
문체부는 정책·사업 명칭 등에서도 외래어를 사용하는 비중이 크다는데 문제의식을 갖고 정책·사업 명칭의 우리말 사용을 평가 항목에 포함해 올해부터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평가 대상 정책에는 도시 표어 등 다양한 사업 명칭과 내용이 모두 포함된다"며 "불필요한 외래어 사용이 줄어 정책에 대한 국민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국어원에서도 매년 공공언어 진단 사업을 통해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생산하는 문서를 표본 조사하고, 어려운 용어와 비문 사용 실태를 계량화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공공언어, 방송언어를 개선하기 위해 국민 제보를 받고, 공공기관에는 '쉽고 바른 공공언어 쓰기 평가용 용어 목록'을 제공, 외래어를 쉬운 말로 대체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체어도 제시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들은 관련 조례도 제정했다.
세종시, 김포시, 서울 종로구·관악구 등에는 '한글 사랑 조례'가, 강원도, 창원시, 서울 서초구·광진구, 부산 사상구 등에는 '국어 진흥(사용) 조례'가 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제579돌 한글날인 2025년 10월 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열린 '한글날, 세종대왕께 꽃 바치기' 행사에서 세종대왕 동상에 헌화하고 있다.[문체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같이 한글 사용을 늘리기 위한 다양한 제도들이 있지만, 도시 표어 사례에서 봤듯이 현장에서는 여전히 외래어 사용이 만연하다.
일각에서는 국어기본법에 제재 조항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문체부가 하는 공문서 평가도 중앙부처와 지자체는 평가에 반영되나 반영도가 낮고, 공공기관 등에 대해선 결과를 공개하는 것 외 별다른 조치가 없다.
그러나 한글을 사용하도록 강제하기보단 자발적인 사용을 이끌어내는 인식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김한빛나리 한글학회 국장은 "생활 속에서 외국어나 외래어보다 우리 말을 의식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국민의 기본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며 "정부와 언론이 자정 노력을 기울여 우리 말 사용을 이끈다면 국민도 자연스럽게 동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장은 "행정·공공기관에 국어책임관 제도가 있지만 겸직이라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는 만큼 실효성을 높일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교육 현장에서는 국어의 중요성을 강조해 문자 사대주의를 타파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영어 등 어려운 말을 남용하면 국민의 정책 이해도가 낮아지는 등 행정상 불편이 생기고, 정책 참여도가 떨어져 경제적으로도 손실이 있을 수 있다"며 "'언어는 인권이고 경제'라는 생각 아래 알기 쉬운 우리말로 표현하는 것이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행정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공기관 정책명 개선을 위한 실태 조사' 보고서에서도 정책명 개선의 핵심 과제가 공공기관과 국민 간의 소통성 확대라며 ▲ 문체부·국립국어원이 주체가 되는 정책명 개선 업무 체계 마련 ▲ 정책명에 대한 공공기관과 국민의 인식 개선 ▲ 공공기관이 정책명 작성에 참조할 수 있는 각종 자료 제공 등을 제언했다.

세종시 교과서박물관에 최초의 한글 국어 교과서인 '한글 첫 걸음'이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bookman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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