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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어, 기성세대는 뜻 유추하기도 어려워져…소통지연 우려"
신조어는 다 한글 파괴?…"한글과 한국어 구분해야" 의견도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1일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린 한글날 제정 100주년 기념 기획특별전 '일구이륙 무한이륙'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가 '조선말 큰사전' 원고 등 다양한 원고를 살펴보고 있다. 2026.10.1 jin90@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채린 기자 = '밤티', '늙크크', '느좋'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자연스럽게 통하는 말이지만, 기성세대는 아무리 생각해도 뜻을 알기 어렵다.
6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온라인과 일상에서는 기존에 없던 신조어가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다.
단순한 줄임말부터 글자의 모양을 바꾼 표현, 외래어와 한국어를 결합한 표현까지 형태도 다양하다.
'밤티'는 온라인 게임 이용자의 별명에서 유래된 말로, '못생겼다', '별로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늙크크'는 아이돌 그룹 코르티스의 곡 '영크크'(영 크리에이터 크루)의 반대말로, 최신 유행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을 일컫는다.
'느좋'은 '느낌 좋다'의 줄임말로, 세련되거나 아름다운 것을 표현할 때 사용한다.
이러한 신조어는 '잘파세대'(Z세대+알파세대)에게는 익숙하지만, 기성세대에게는 마치 외계어처럼 느껴진다.
유성호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신조어의 의미를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기성세대가 무슨 뜻인지 아예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언어 대중 간 세대 분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과거에는 기성세대도 의미를 짐작할 수 있는 표현이 쓰이거나 일부 신조어가 보편화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신조어가 다양해지고 많아지면서 세대 간 분절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홍소영 제작] 일러스트
신조어에서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형태는 '느좋'처럼 기존 표현을 짧게 줄이는 방식이다.
글자의 모양 자체를 바꾸는 표현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야민정음'이다. 한글 자음과 모음의 모양이 비슷한 다른 글자로 바꿔 쓰는 방식이다.
'멍멍이'를 '댕댕이'로, '명작'을 '띵작'으로, '광역시'를 '팡역시'로 표현하기도 한다. '폭풍눈물'을 '롬곡웊눞'처럼 뒤집어쓰기도 한다.
외래어와 한국어를 결합하거나 기존 단어를 변형해 새로운 의미를 만드는 표현도 많다.
예컨대 '뇌피셜'은 '뇌(腦)와 영어 '오피셜'(Official)을 결합한 표현이고, '갓생'은 '갓'(God)과 '인생(生)'을 합친 말이다.
이런 신조어를 두고 흔히 "한글이 파괴되고 있다", "한글의 품격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신조어를 바라볼 때는 '한글'과 '한국어'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글은 한국어를 적기 위해 만들어진 문자 체계이고, 한국어는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를 뜻한다.
예컨대 'I love you'라는 영어 문장을 소리 나는 대로 '아이 러브 유'라고 옮긴다면 문자는 한글로 바뀌지만, 언어는 한국어가 아닌 여전히 영어다.
반대로 '사랑해'라는 말을 로마자로 'Saranghae'라고 적는다면 한글은 아니지만 언어 자체는 여전히 한국어다.
따라서 '뇌피셜', '갓생'처럼 말을 줄이거나 외래어와 결합해 새로운 표현을 만드는 것은 한글이라기보다 한국어를 변형한 사례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반면 '댕댕이', '띵작'처럼 글자의 모양 자체를 바꿔 쓰는 '야민정음' 사례들은 한글의 형태를 변형한 사례에 가깝다.

[행정안전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글과 한국어는 일상에서 흔히 같은 의미로 사용되지만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2022년 세상을 떠난 연규동 경성대 한국한자연구소 교수는 2017년 국립한글박물관 소식지에서 문자와 언어가 뒤섞여 사용되는 현상에 대해 "이러한 혼동이 일어나는 건 언어생활에서 문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말을 사랑하는 것과 우리글을 사랑하는 것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며 "하지만 한국어를 사랑하고 한글에 자부심을 느낄수록, 한국어와 한글 또는 언어와 문자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신조어가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현상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유성호 교수는 "언어의 본질적인 속성상 신조어가 새로 생기고 소멸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대중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사라지기도 하고, 오랜 기간 남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도적으로 금지하거나 규제하기보다는 언어의 생명력에 자율적으로 맡기는 것이 좋다"고 했다.
다만 신조어가 세대 간 의사소통을 가로막을 정도로 빠르게 확산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유 교수는 "언어문화가 급격하게 바뀐다면 의사소통이라는 본질적인 기능에도 지연 효과가 나타난다"며 "특히 파급력이 큰 방송 등에서 신조어를 그대로 자막에 쓰는 것은 지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lyn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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