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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수어 빠진 '서울런'…장애학생엔 여전히 높은 '배움 장벽'

입력 2026-10-05 08: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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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려온 민간 '인강' 대다수 화면해설·자막 미제공…"빈곤·장애로 이중 소외"




'서울런' 홈페이지

[서울런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정지수 기자 = "청각장애 학생들은 자막이나 수어 통역이 없으면 아예 학습할 수 없습니다. 얼마만큼 영향이 간다고 물으신다면 100%입니다. "


한국농아인협회 관계자는 '자막과 수어 통역이 빠진 교육 콘텐츠가 농인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5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시 교육 복지 플랫폼 '서울런'과 연계된 대다수 민간 온라인 강의 동영상은 화면해설과 자막·수어 통역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자막을 제공하는 강의도 일부에 그친다.


영상의 시각 정보를 음성으로 설명해주는 '화면 해설'도 제공되지 않아 시각장애인 학생들도 마찬가지로 어려움을 겪는다.


강사가 칠판을 가리키며 '여기','저기' 등 지시대명사로 강의하는 경우 화면해설 없이는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


차상위계층, 수급권자, 학교 밖 청소년 등 취약계층에 '배움의 사다리'를 놓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복지 제도가 장애 학생들 앞에서는 '이중 차별'로 작용하는 셈이다.




EBS 수능완성 교재

[연합뉴스 자료사진]


시각·청각 장애인 학생들은 비교적 장애 접근성이 잘 갖춰진 한국교육방송(EBS)의 콘텐츠를 주로 이용한다.


서울런은 교재 구입비를 지원하는 등 EBS 플랫폼과도 연계 중이다.


그러나 EBS조차 예산 등 문제로 기본 강의나 인기가 많은 과목 등을 위주로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30대 청각장애인 A씨는 "농인 입장에서는 듣고 싶은 강의가 있어도 자막이나 수어가 지원되지 않으면 아예 선택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긴다"고 전했다.


A씨는 "저 역시 EBS의 자막 지원 덕분에 독학으로 수능을 준비할 수 있을 정도로 큰 도움을 받았는데, 당시에는 과학이나 수학 자막 지원이 안 되는 경우가 있어서 결국 가고 싶었던 전공이 아닌 문과로 갈 수 있는 대학 위주로 준비했다"고 털어놓았다.


A씨는 주변 청각 장애 학생들이 EBS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면서도 여전히 선택할 수 있는 과목은 한정돼 있다고 전했다.




한국어 점자·소리책

[세종학당재단 제공]


'장애인제도개선솔루션'은 2025년 서울시 교육지원정책과에 문제를 제기하며 자막, 수어 통역, 화면 해설 등의 제공을 요청했다.


당시 서울시는 단체에 "서울런은 민간 학습업체 콘텐츠를 임차해 제공하는 구조로, 저작권 문제로 자막·수어·화면 해설 등을 직접 반영하기에는 제약이 있다"면서도 "장애 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공공적 책임을 인식하고 있으며, 관련 의견을 콘텐츠 업체에 전달하여 향후 신규 제작 시 자막·수어·화면 해설 등 접근성 요소가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지속해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이후 서울시는 서울런 민간 학습업체를 총괄하는 담당자에게 관련 내용을 전달했으나,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서울런의 온라인 교육 콘텐츠는 민간 업체로부터 임차해 학생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제공된다.


수많은 콘텐츠에 모두 자막·수어·화면해설을 제공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민간 업체는 도입을 꺼린다.


취약계층 학생들을 위해 어렵사리 콘텐츠를 대여해 무료로 제공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는 서울시도 이를 업체들에 강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서울런은 공공성을 띤 복지 사업인 만큼 최소한의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관계자는 "서울시가 차별 없는 교육을 위해 도입한 취지에 맞게 배제되는 학생이 없도록 서울시에서도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경우에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제작 지원 사업으로 일부 작품에 화면해설을 제공하고 있다"며 "저작권보다 우선되는 것이 학습권"이라고 강조했다.


2015년 한국이 가입한 '마라케시 조약'은 허가받은 기관이 저작권에 제약받지 않고 활자 저작물을 시각장애인용으로 제작하고 배포할 수 있도록 한다.


공공성을 띤 교육 콘텐츠 역시 마라케시 조약과 유사한 취지로 저작권에 앞서 학습권 보장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한진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민간 콘텐츠를 임차해 제공하는 구조더라도 결국 사업의 주체는 공공이기 때문에 시·청각 장애인에게 정보 접근권을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빈곤으로 인한 소외가 있었는데 좋은 사업이 있어 이용하려 했더니 장애로 인해 사용할 수 없는 이중 소외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index@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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