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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랙라인' 챔피언 얀 루스, 빌딩 사이 160m 외줄 왕복
물구나무·거꾸로 매달리기 묘기…오후 4시 한 차례 더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외줄 위에서 균형을 잡아 걷거나 다양한 기술을 선보이는 익스트림 스포츠 '슬랙라인' 선수 얀 루스가 1일 서울 청계광장 앞 세종대로 상공에서 묘기를 선보이고 있다. 2026.10.1 [공동취재] ondol@yna.co.kr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1일 낮 서울 광화문 한복판. 고층빌딩 사이 120m 상공에 가느다란 줄 하나가 걸렸다.
코리아나호텔과 동아미디어센터를 잇는 길이 160m의 외줄이었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높이의 줄 위에서 한 남성이 두 팔을 벌린 채 한 걸음씩 발을 내디뎠다.
세계적인 슬랙라인 선수 얀 루스다.
빌딩 사이에 그물망은 없었다. 루스는 몸에 연결된 안전줄 하나에 의지한 채 아슬아슬하게 외줄 위를 걸었다.
슬랙라인은 두 지점 사이에 팽팽하게 설치한 폭 2.5∼5㎝ 안팎의 평평한 줄 위에서 균형을 잡아 걷거나 점프·회전 등 다양한 기술을 선보이는 익스트림 스포츠다.
한국 도심에서 슬랙라인 행사가 열린 것은 처음이다. 이번 행사는 서울시가 후원하고 레드불 코리아가 주최·주관했다.
이날 퍼포먼스에 나선 루스는 에스토니아 출신으로, 슬랙라인 세계 챔피언을 세 차례 차지하는 등 여러 기록을 보유한 선수다.
2024년에는 이탈리아 본토와 시칠리아를 잇는 메시나 해협에서 약 3.6㎞에 이르는 슬랙라인 횡단에 도전해 처음으로 해협을 건넜다.
슬랙라인 위에서 더블 백플립(공중제비)에 성공한 최초의 선수로도 알려져 있다.

[유한주 촬영]
퍼포먼스 시작 전부터 줄이 잘 보이는 곳마다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한 어르신은 청명한 가을 하늘을 올려다보며 "사람이 저 위를 걷는 게 말이 되느냐. 바람도 부는데 균형을 잡을 수 있느냐"고 말했다.
시민 사이로는 형광 조끼를 입은 안전요원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오후 1시 2분께 루스가 코리아나호텔 옥상에 모습을 드러내자 지상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저거 안전한 것 맞나"라며 걱정하는 목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손이 덜덜 떨린다"며 웃는 시민도 있었다.
루스가 마침내 허공 위로 첫발을 내디디자 시민들은 고개를 한껏 뒤로 젖힌 채 그의 움직임을 좇았다.
저마다 휴대전화를 머리 위로 치켜들고 120m 상공에서 펼쳐지는 아찔한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루스는 두 팔을 크게 움직여 균형을 잡으며 침착한 표정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그의 몸이 살짝 옆으로 기울 때마다 지상에서는 짧은 비명이 터졌다.
그러자 루스는 안심하라는 듯 아래를 내려다보며 손을 흔드는 여유를 보였다. 아예 줄에 몸을 눕혀 보이기도 했다.
광화문에서 일하는 연모(29)씨는 "보기만 해도 손바닥에 식은땀이 난다"며 "무섭지만 동시에 일종의 해방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외줄 위에서 균형을 잡아 걷거나 다양한 기술을 선보이는 익스트림 스포츠 '슬랙라인' 선수 얀 루스가 1일 서울 청계광장 앞 세종대로 상공에서 묘기를 선보이고 있다. 2026.10.1 [공동취재] ondol@yna.co.kr
루스가 서울에서 이번 도전에 나선 데에는 한국 전통 줄타기와의 인연도 있다.
그는 2022년 방한 당시 한국 전통 줄타기를 접하고 깊은 인상을 받은 뒤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다고 한다.
루스는 약 15분 만에 160m 외줄의 끝에 다다랐다.
반대편 동아미디어센터에 도착한 루스가 손을 흔들어 인사하자 숨죽여 지켜보던 시민들은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도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루스는 오후 1시 17분께 출발했던 코리아나호텔을 향해 다시 줄 위를 걷기 시작했다.
돌아가는 길에는 한층 과감한 묘기가 이어졌다.
물구나무를 서는가 하면 한 손으로 줄에 매달렸고, 두 발을 줄에 건채 박쥐처럼 거꾸로 매달리기도 했다.
도착점에 가까워져서는 외줄 위에서 팔굽혀펴기 자세까지 선보였다.
묘기가 이어질 때마다 지상에서는 "우와" 하는 감탄과 박수가 쏟아졌다.
대구에서 서울로 여행을 왔다는 김모(63)씨는 "평생 못 본 광경"이라며 "아들 걱정하는 마음으로 봤다. 연습을 얼마나 했을지 상상이나 되느냐"고 웃었다.
루스는 오후 1시 27분께 다시 코리아나호텔에 도착하며 160m 외줄 왕복에 성공했다.
그가 120m 상공에서 웃으며 손을 흔들자 지상에서도 격려의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루스의 고공 퍼포먼스는 이날 오후 4시에도 한 차례 더 진행된다.
서울시는 120m 상공의 도심 밀집 지역에서 행사가 진행되는 만큼 현장에 안전요원을 집중적으로 배치하고 관람 구역과 보행 동선을 분리하는 등 안전사고 예방에 나섰다.

[유한주 촬영]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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