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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초기 주도권 경쟁 가능성…경찰, 연간 8만건 이상 중수청 통보 예상
경계선 사건은 서로 떠넘길 수도…기업·대형로펌 상대 전문성도 시험대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한지은 기자 = 검찰청 폐지 이후 대형·권력형 사건 수사에서 경찰의 역할을 어디까지로 정할지도 형사사법 체계 개편의 주요 과제로 꼽힌다.
관할 기준과 협력 절차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으면 중요 사건에서는 '주도권 다툼'이, 어렵고 성과가 불투명한 사건에서는 '폭탄 돌리기'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다.
27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다음 달 2일 시행되는 개정 형사소송법은 검사는 공소 제기·유지를, 경찰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은 수사를 각각 책임지도록 했다.
검사의 직접수사권은 사라지지만, 경찰 수사에 대한 영장 청구와 보완수사 요구, 재수사 요구 등 통제 권한은 유지·강화된다.
중수청은 부패·경제·방위사업·마약·국가보호·사이버 등 6대 중대범죄와 법왜곡죄 등을 담당한다.
그렇다고 경찰이 이들 범죄의 수사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것은 아니다.
경찰이 중대범죄를 먼저 인지하면 수사에 착수한 뒤 중수청에 통보하고, 중수청은 직접 수사가 적합하다고 판단한 사건의 이첩을 요구할 수 있다.
경찰은 연간 8만건 이상이 통보 대상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경찰은 시도경찰청 광역수사단과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금융범죄수사대, 사이버수사대 등을 통해 기업·금융 비리와 공직자 범죄 등 대형 사건을 수사해왔다.
축적된 조직과 인력을 일반 민생범죄 수사에만 투입하기 어려운 만큼 중대범죄 수사의 상당 부분을 계속 맡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특히 중수청이 출범 초기 조직과 시스템을 안정시키기 전까지는 주요 사건을 놓고 경찰과 중수청 사이에 주도권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
실제 12·3 비상계엄 사건에서도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각각 수사에 착수해 사건 이첩과 피의자 신병 확보를 둘러싼 혼선이 빚어졌다.
반대 상황도 우려된다.
개인 간 사기로 접수된 사건이 조직적 투자사기나 기업 비리로 확대되거나 횡령·배임과 사이버 범죄, 자금세탁이 결합한 경우 어느 기관이 계속 수사할지를 놓고 사건을 떠넘길 수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관할 기준이 마련돼 있더라도 경계가 불명확한 사건에서는 기관들이 서로 맡으려 하거나 반대로 떠넘기려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협력보다 조직 이기주의가 앞서 사건을 '폭탄'처럼 넘기면 새 형사사법체계의 혼선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경찰 관계자는 "중요·대형 사건은 기존에도 시도청 중심 수사체계로 처리해왔고, 새 체계에서도 시도청이 중심이 돼 이끌어가는 방향"이라며 "중수청과 경찰은 서로 보완하는 협력 관계이지 주도권을 다투는 관계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개정 형사소송법은 이런 충돌을 조정하기 위해 수사권관할조정협의회를 두도록 했다.
다만 관련 조항은 내년 2월 5일부터 시행돼 중수청 출범 후 약 4개월 동안은 공식 조정기구 없이 기관 간 협의에 의존해야 한다.
고문현 숭실대 법학과 명예교수는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에 맞춰 협의회가 함께 가동됐어야 하는데 시행이 4개월 넘게 늦어지는 것은 사실상 수사권 조정의 공백"이라며 "혼선이 발생하면 국민이 피해를 볼 수 있는 만큼 시행 시기를 최대한 앞당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형 사건에서는 경찰의 전문성도 시험대에 오른다.
횡령·배임이나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에 휘말린 대기업은 검찰·경찰·금융당국 출신 변호사와 회계·디지털포렌식 전문가 등으로 대응팀을 꾸릴 수 있다.
경찰이 법리와 회계·금융 분석, 디지털 증거 확보 능력에서 밀리면 혐의 입증에 실패하거나 수사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시 말해 검찰 출신 등 변호사 조력을 받는 기업들이 수사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경찰 수사로 인해 위법활동을 하고도 법망을 피해가는 사례가 늘어나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나온다는 뜻이다.
지난해 기준 경찰 내부의 변호사 자격 보유자는 286명으로 전체 경찰공무원의 0.2% 수준이다.
실제로 경찰이 약 1년간 수사한 무소속 김병기 의원 사건은 검찰에서 '구속 필요성 소명 부족'을 이유로 보완수사 요구와 함께 돌아왔다.
영장 반려 자체가 곧 경찰 수사의 부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복잡한 대형 사건에서 기관 사이 법리·증거 판단 차이를 줄여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다.
경찰은 전국 경찰서에 외부 법률가 중심의 수사심사관을 배치하고, 개정 형사소송법에 신설된 검사 의견 요청 제도를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고문현 교수는 "주도적인 수사 경험과 전문성에 있어서 경찰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측면이 있다"며 "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축적해야 할 과도기적 문제지만, 정기·수시 교육을 체계화해 공백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writ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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