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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해저 '장화신은 유해'는 누구…수몰 조선인 136명 수습 촉구

입력 2026-09-25 05:5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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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사 사망 뒤 유해 수습 사실상 중단…"이제 집에 가자, 고향으로"


유족 확인 99명·DNA 감정 76명뿐…37명은 가족조차 못 찾아




장화 신은 유해

[장생 탄광 희생자 귀향추진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윤민혁 기자 = 온 가족이 모이는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에도 84년째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이들이 있다.


1942년 2월 3일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 앞바다 해저 갱도에서 발생한 조세이(장생) 탄광 수몰 사고로 숨진 조선인 노동자 136명이다.


갱도 누수로 시작된 사고로 일본인 47명을 포함해 모두 183명이 목숨을 잃었다.


특히 추석인 25일은 민간 잠수사들이 조세이 탄광 해저 갱도로 들어가는 입구를 찾아낸 지 꼭 2년이 되는 날이다.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 희생자 유골 봉환 활동을 벌이는 시민단체 '장생 탄광 희생자 귀향추진단'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추석은 흩어졌던 가족들이 고향에 모여 조상의 넋을 기리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 날"이라며 "희생자들에게는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고향이 있고, 84년째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8월 해저에서 발견된 유해 중에는 여전히 생전 작업에 사용했을 것으로 보이는 장화를 신은 유해도 있었다.


추진단은 "마치 일을 마치고 곧 집으로 돌아갈 사람처럼 장화를 신고 있었다"며 "그 장화는 우리에게 '나는 이제 집에 갈 수 있습니까'라고 묻는 것 같다"고 했다.


장화 신은 유해는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장생 탄광 희생자 유해 발굴 1주년 추념 세미나에서도 언급됐다.


최봉태 추진단 대표는 당시 "해저 탄광에는 장화를 신은 채 누워 계신 유해가 저희를 기다리고 있다"며 "우리에겐 (유해를) 육지로 인양해 장화를 벗겨 드리고 귀향해 잠드시게 할 책무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 조세이 탄광 희생자 추도비

(우베[일본]=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의 조세이 탄광 수몰 사고 희생자 추도비 앞에 2일 음료수와 꽃이 놓여 있다. 조세이 탄광에서는 1942년 2월 3일 수몰 사고로 조선인 136명과 일본인 47명 등 183명이 사망했다. 2026.2.2 psh59@yna.co.kr


직접 해저 갱도에 들어가 유해를 발견한 김경수 잠수사는 당시 심정을 "우리가 찾고 있는 것은 유해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희생자들에게는 이름과 고향이 있었고, 80년 넘게 이들을 기다린 가족들에게는 돌아오지 못한 아버지이자 남편, 아들 또는 형제였다는 것이다.


실제 조세이 탄광 해저에서는 지난해부터 희생자들의 흔적이 하나둘 세상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8월 25∼26일 김 잠수사 등 민간 잠수사들이 해저 갱도에서 희생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과 두개골을 발견했고, 올해 2월 6일에도 추가 유골이 수습됐다.


이후 올해 초 한일 정상회담에서 유전자(DNA) 감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귀향'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추진단이 더불어민주당 이상식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조선인 희생자 136명 중 희생자의 가족관계등록부 등 행정기록을 조사해 유족이 확인된 희생자는 99명이다.


이 가운데 76명에 대해서만 유족 DNA 감정이 완료됐고, 나머지 23명은 아직 검체 확보 등이 이뤄지지 않았다. 나머지 희생자 37명은 유족 자체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추진단에 따르면 두개골 2점과 뼛조각 2점 외에는 유해 수습도 전무하다.


'장화 신은 사람'도 아직 수습되지 못한 채 갱도 바닥에 잠들어 있다.




일본 조세이 탄광 갱구 광장

(우베[일본]=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에 있는 조세이 탄광 갱구 광장.


추진단은 아직 DNA 검체를 확보하지 못한 유족을 상대로 조사를 서두르고 유족 미확인 희생자에 대해서는 이름과 본적, 출신지 등 자료를 적극적으로 대조해 가족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해저에 남은 유해를 추가로 찾아내는 것도 과제다.


지난 2월 유해 수습에 참여한 대만 잠수사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뒤 해저 수습 작업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최 대표는 "사고 이후 일본 정부의 태도가 소극적으로 바뀌었고, 한국 정부도 일본과의 외교적 문제로 이들의 귀향을 적극적으로 요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추진단은 잠수사의 안전을 전제로 수중 드론과 원격탐사 등 과학기술을 활용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육상에 묻혀 있을 가능성이 있는 유해도 새롭게 조사 대상으로 떠올랐다.


일본에서 사고 당시 희생자 21명에 대한 매장료 지급 결정서가 확인되면서 일부 희생자가 해저가 아닌 육지에 매장됐을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추진단은 "갱구의 발견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며 "한 분의 유해라도 더 찾아내고, 한 분의 가족이라도 더 찾아내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직 갱도에 남은 '장화 신은 사람'을 향해 한 마디를 남겼다.


"이제 집에 가자. 당신을 기다리는 고향으로"




조세이 탄광 수몰 사고 진상 규명 포스터

[촬영 조성미]


m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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