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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정서 사흘만에 변사체…최종길 서울대교수 사건 다시 진실화해위로

입력 2026-09-20 05:5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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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 최광준 경희대 법전원 교수, 내달 53주기 맞춰 진실규명 신청 예고


과거사 청산 '로드맵' 부재 속 지연된 이행기 정의…"진실화해재단 세워 희생자들 기억·추모해야"




고(故) 최종길 서울대 법대 교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양수연 기자 = "정확한 사인을 밝혀달라. 그리고 가해자 가운데 아직도 살아있는 이들이 지금 와서는 어떤 증언을 하는지 들어봐야 한다. 그것입니다."


제4공화국 유신 체제 아래 '엄혹한 시절'이었던 1973년 10월 19일 간첩 오명을 쓰고 의문사한 교수가 있다.


유럽 간첩단 사건 수사에 협조하려고 중앙정보부(중정)에 자진 출두했다가 사흘 만에 변사체로 발견된 고(故) 최종길 서울대 법대 교수다.


당시 중앙정보부 차장이었던 김치열은 6일 만에 그의 죽음에 대해 이렇게 발표했다.


"구속 수사를 받던 중 범행 사실을 자백한 후 화장실 창문으로 투신자살했다. 최 교수와 최근의 학원 사태와는 관련이 없다."


학원사태란 그해 10월 전국으로 확산한 반유신투쟁의 시발점이었던 서울대 반유신 시위를 가리킨다.


교수회의에서 최종길은 이 시위로 경찰에 연행·구속된 학생들과 관련해 '학생들의 정의로운 행동을 이해해야 하고, 총장이 박정희 대통령에게 항의해 사과를 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었다.


2002년 최종길의 죽음에 대해 조사한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당시 중앙정보부 발표는 허위 조작됐으며 최종길은 수사관들의 고문 등 위법한 공권력에 의해 사망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그의 사망 경위를 정확히 밝히는 데 이르지는 못했다.


의문사위 보고서에는 "참고인들이 여러 차례 허위 진술을 하고 조사 거부를 하여도 실효성 있는 제재 수단이 없어 진술을 강제할 수 없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최종길의 장남인 최광준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18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내달 53주기 기일에 맞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에 다시 한번 진실규명을 신청한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의문사위는 2000년대 초반에 할 수 있는 만큼 그 조사 권한 내에서는 다 했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 이상은 할 수 없었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3기 진실화해위에서 강화된 수사 요청, 압수수색 영장 청구 의뢰 등 권한을 통해 더 밝혀낼 수 있는 진실이 있기를 그는 기대하고 있다.




고 최종길 교수 장남 최광준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서울=연합뉴스) 양수연 기자 = 고(故) 최종길 서울대 법대 교수의 장남인 최광준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18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6.9.18 seele@yna.co.kr


국가폭력 희생자 유족인 최 교수는 인권법 전문가로서 다른 과거사 진실규명 활동에도 참여해 왔다.


2021∼2023년에는 2기 진실화해위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했다.


그는 3기 진실화해위가 빠르게 출범한 것이 기뻤다면서도 한국 사회가 이념 논쟁을 비롯한 여러 갈등으로 인해 과거사 청산의 수순에서 여전히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는 것 같다는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그는 "이행기 정의(transitional justice)에서 이야기하는 진실규명·가해자 처벌·배상·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혁 등 과제에서 우리는 계속 진실규명이라는 1단계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최 교수는 오랜 기간 정부가 과거사 청산의 전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해 오지 못한 점을 비판했다.


진실규명 결과를 토대로 가해자에게 어떻게 책임을 물을지, 피해는 어떻게 배상할지 그 경로를 제대로 설계하지 않았기에 피해자들은 절차 속에 갇히고, 국가는 책임을 회피해 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국가배상소송의 소멸시효 문제가 대표적이다.


법무부는 수많은 과거사 사건에서 청구권의 소멸시효를 이유로 항변해 왔다.


그는 "이게 다 로드맵이 없었기 때문에 생겨난 일"이라며 "배상 문제가 애초부터 고민이 됐더라면 좋았었는데 그렇지 않으니까 결국은 (국가배상소송이라는 형식으로) 사법부가 다 떠안았고, 소멸시효라는 게 문제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약 국가가 이 전체적인 로드맵을 제대로 만들었다고 하면 소멸시효라는 걸로 항변하지 말았어야 한다"며 모순점을 지적했다.




정부포상 수여하는 김민석 국무총리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김민석 국무총리가 10일 서울 용산구 민주화운동기념관에서 열린 제39주년 6ㆍ10민주항쟁 기념식에서 국민훈장 모란장을 고 최종길 교수의 아들 최광준씨에게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6.10 jeong@yna.co.kr


인터뷰 내내 최 교수는 국가폭력 사건에 대한 '기억 문화'를 주관할 국가 기구로서 '진실화해재단'을 설립하고 기록관·추모관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선행 과제인 진실규명이 완료된 뒤에야 이런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반론도 있겠지만, 작업이 이미 너무나 지연돼 온 만큼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기억할 공적 공간의 조성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취지다.


그는 "많은 사람이 3기 위원회가 이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지만, 2기 때는 2기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라며 "3기에서 마무리가 되고 끝맺을 거라고 하는데, 과연 그럴까"라고 질문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의 작업을) 계속 후대에 남길 수 있는 연결고리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진실화해재단이고 기억관과 추모관을 세우는 일일 것"이라며 "진실규명이 됐든 불능이었든, 인권침해 사건들을 재단이 기록으로 남기고 누구든지 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가족의 입장에서는 사회적·국가적 공인이 필요하기에, 국가기관이 희생자들의 기록을 보존해 계속 기리고 추모하고 있다는 게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끝으로 최 교수에게 만약 이번 진실규명 신청에서 더 이상의 진실을 밝히지 못하게 된다면 어떨 것 같은지 물었다.


그는 담담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지금 그렇게밖에 될 수 없었던 이유도 알 수 있게 되겠죠. 그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see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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