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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숙희 대법관 "시류에 편승 않고 약자권리 보호가 사법부의 임무"

입력 2026-09-18 09:5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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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태 대법원장 회의서 '성폭력·가정폭력 사건에서 법원의 역할' 발표




아태 대법원장 회의 개회식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17일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제20차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 회의 개회식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9.17 ondol@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신숙희 대법관은 "사법부의 가장 고귀한 임무는 시류나 다수의 여론에 편승하는 것이 아니라,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굳건한 보루가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18일 대법원에 따르면 신숙희 대법관은 전날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제20차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 회의 제4세션에서 '성폭력과 가정폭력 사건에서의 법원의 역할'을 주제로 이같이 발표했다.


신 대법관은 최말자씨 사건을 비롯해 작년 우리나라에서 선고된 판결 3가지를 소개했다.


최말자씨는 1964년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성폭행당할 위기에 처하자 혀를 깨물어 절단했고, 남성은 얼마 후 흉기를 들고 최씨의 집에 침입해 혀 절단에 항의하며 부친을 죽이겠다고 협박하고 이후 최씨를 중상해죄로 고소했다.


당시 최씨가 정당방위를 주장하자 법원은 순결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신체감정을 하기도 했다. 최씨는 130일 이상 구금된 채로 재판받았고, 집행유예로 석방되기는 했지만, 죽이겠단 협박을 한 남성보다 더 무거운 형을 받았다.


'미투 운동' 이후 최씨가 재심을 청구했고 1·2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대법원은 "'청년을 불구자로 만들었다'는 사회의 비난 여론이 컸던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당시 불법구금을 주장하지 못한 최씨의 태도에 현재의 잣대를 들이대 진술이 신빙성 없다고 볼 사정으로 삼을 수는 없다"며 재심 청구를 인용했다.


결국 지난해 법원은 재심에서 정당방위를 인정해 최씨에 무죄를 선고했다.




아태 대법원장 회의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17일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제20차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 회의. 2026.9.17 ondol@yna.co.kr


신 대법관은 "사법부가 일시적인 여론이나 정치적 상황으로부터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되겠지만, 인류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가치에 부합하는 사회 인식의 변화에 대해선 세심히 살펴 구체적인 재판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대법관은 '동거남과 시비가 있다'는 여성의 신고에도 경찰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결국 여성이 사망한 사건에서 지난해 직접 상고심 주심을 맡아 경찰관에게 잘못이 있다는 취지로 판결한 선고 내용도 소개했다.


신 대법관은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가 가정폭력을 약자에 대한 인권침해 문제로 심각하게 인식하고 적절하게 대응하려고 노력하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며 "구체적인 현장에서 상황이 분명하지 않고 애매할 때 경찰관이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 어떤 행위지침에 따라 구체적으로 어떠한 조처를 하는지에 따라 결과는 놀랄 만큼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원은 개별·구체적인 사건에서 보다 세밀한 기준과 지침을 제시해 현장에서 경찰행정이 유효적절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놀이터에서 만난 8살 여자아이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아내 음란 메시지를 보낸 남성 사건에서 아이가 메시지를 보지 못했더라도 '성적 학대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대법원판결도 소개했다.


신 대법관은 "전기통신을 이용한 아동에 대한 접근을 초기 단계에서부터 적절히 차단할 필요가 무척 크다"며 "아동의 보호에 있어서 법은 '울어야만 응답할 것이 아니라 울기 전에 응답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신 대법관은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사법부는 다수결로 정해진 결과에 대해 엄격하고 면밀하게 심사할 것이 요청된다"며 "법률에 빈틈이 있을 때 적극적인 법해석을 통해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이를 메워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행정부의 권한행사에 적절한 지침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l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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