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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범에 "휴대전화 숨겨달라"…증거은닉교사 무죄 취지 파기환송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사기 조직원이 체포될 것을 예감하고 공범에게 자기 휴대전화를 숨기게 한 사건에서 공범 역시 본인의 처벌을 우려해 증거은닉에 나섰다면 이를 시킨 사람도 처벌할 수 없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형법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형사사건 등에 관한 증거를 은닉했을 때 등만 처벌한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A씨에게 사기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하고 증거은닉교사 혐의는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지난해 부업 알바 사기 조직에서 범행에 이용할 계좌를 모집하는 모집책 등으로 활동하며 피해자에게 75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를 받았다.
라오스에서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관계기관에서 신병을 인계받고자 한다'는 승무원 말을 듣자 체포를 예감하고 옆자리에 앉아있던 공범 B씨에게 휴대전화를 건네며 "정리 후 어머니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도 있다.
B씨는 A씨 체포 직후 A씨의 모친에게 연락하고 A씨의 외삼촌에게 휴대전화를 전달했다.
B씨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증거은닉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쟁점은 B씨를 증거은닉죄, A씨를 증거은닉교사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였다.
형법 155조는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은닉·위조 또는 변조했을 때 처벌하도록 한다.
자신이 직접 형사·징계 처분을 받을 처지에 놓여 자기 이익을 위해 증거를 인멸·은닉한 행위는 처벌 대상이 아니다.
1심은 A씨의 사기, 증거은닉교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2심은 사기죄로 징역 1년을 유지하면서도 증거은닉교사죄는 무죄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B씨의 도움 없이는 증거를 숨길 방법이 없었던 만큼 이를 시킨 A씨의 행위도 결국 '자신이 한 증거은닉 행위'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B씨는 1심에 이어 2심에서 증거은닉 및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상고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법원은 A씨 상고심에서 2심 판단에 일부 부적절한 부분은 있으나, A씨를 증거은닉교사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본 결론은 타당하다며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우선 B씨가 부탁받았더라도 본인 판단에 따라 휴대전화를 보관·전달한 A씨가 그를 이용해 직접 증거를 은닉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대신 "자신이 직접 형사·징계 처분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해 자기 이익을 위해 증거를 은닉했다면, 그 행위가 동시에 다른 공범자의 증거를 은닉한 결과가 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증거은닉죄로 다스릴 수 없다"는 법리를 들었다.
즉, B씨 역시 스스로 형사처분을 받을 만한 사정이 있었다면 A씨의 휴대전화를 숨겼더라도 이는 '자기 증거은닉'으로서 처벌 대상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B씨의 행위는 A씨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은닉한 결과가 된다고 하더라도 증거은닉죄로 다스릴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그 경우 이를 교사한 A씨에 대한 증거은닉교사죄도 성립할 수 없다"고 밝혔다.
al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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