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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노른자땅 4천억원대 빌딩…16년 소유권 분쟁 종지부 찍나

입력 2026-09-15 06: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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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사 대표 "시공사와 금융기관에 건물 도둑맞아" 소송전


연패 후 최근 일부 승소…"첫 소유권등기 무효" 주장 인정




서울 서초구 에이프로스퀘어 빌딩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서울 신분당선 신논현역 7번 출구에서 2분가량 걸으면 새파란 통창으로 뒤덮인 15층짜리 건물이 등장한다.


시세 4천억원대로 추정되는 이른바 '에이프로스퀘어 빌딩'이다.


매끈한 외관이 주는 인상과 달리 이 건물은 2011년 1월 완공된 후 현재까지 소유권 분쟁에 시달려왔다.


시행사 시선RDI의 김대근 대표가 시공사와 금융기관을 상대로 "건물을 도둑맞았다"면서 소송전을 벌인 것이다.


15년 넘게 이어진 각종 민·형사 소송에서 '전패'한 김 대표는 최근 처음으로 자신의 손을 들어준 판결을 받아냈다. 그는 이번에야말로 건물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8부(신용무 부장판사)는 최근 김 대표가 한국증권금융, 하나은행, 우리은행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 절차를 이행하고 부당이득금을 반환하라"며 낸 소송을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에이프로스퀘어에 대한 한국증권금융의 2014년 4월 24일자 소유권이전등기와 하나은행의 2019년 3월 15일자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 절차를 이행할 것을 명했다.


이 판결의 의미를 이해하려면 건물이 세워졌을 때로 돌아가야 한다.


김 대표가 운영한 시선RDI는 2008년 1월 에이프로스퀘어 부지에 지하 5층, 지상 15층 규모 건물을 신축하는 공사를 두산에너빌리티에 맡겼다.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두산캐피탈에서 1천200억원을 대출했다. 이때 2011년 5월 말까지 상환하지 못할 경우 두산에너빌리티가 대출금 채무를 중첩 인수하기로 약정했다. 시선RDI와 두산에너빌리티가 채무를 함께 부담하게 된다는 뜻이다.


건물은 2011년 1월 완공됐지만 시선RDI는 만기일까지 대출금을 갚지 못했다. 이에 두산에너빌리티는 남은 대출금을 대위변제하고 이에 파생되는 구상금 채권과 1순위 우선수익권 등 각종 권리를 '더케이'라는 업체에 매도했다.


우선수익권을 취득한 더케이는 곧장 건물 공매 절차에 들어갔다. 건물 소유권은 한국증권금융(2014년), 하나은행(2019년), 우리은행(2022년)에 차례로 넘어갔다.


김 대표는 대출 만기일에 맞춰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에서 추가 대출을 받았기 때문에 두산에너빌리티가 대출 채무를 대위 변제할 권한이 없다고 항변했다.


이에 두산에너빌리티에 1순위 우선수익권이 없음을 확인해달라는 소송, 두산에너빌리티가 우선수익권을 더케이에 불법적으로 양도했으니 건물 소유권을 돌려달라는 소송 등을 차례로 냈다.




법원 로고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재심까지 간 지난한 다툼 끝에 김 대표의 패소가 확정됐다.


법원은 두산에너빌리티가 시선RDI의 대출금 채무를 대위변제하고 1순위 우선수익권을 더케이에 이전한 후 더케이 측 요청으로 건물이 공매에 들어간 과정에 위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김 대표는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소송을 냈다. 2011년 2월 두산에너빌리티 측이 동의 없이 김 대표의 인감도장을 사용해 건물의 소유권보존등기(최소 소유자를 등록하는 등기)를 마치고 신탁회사에 소유권이전등기까지 했다는 게 이번 주장의 핵심이다.


그는 '건물 출생신고' 격인 소유권보존등기가 무효였으니 이후 건물 소유권이 한국증권금융, 하나은행, 우리은행으로 옮겨진 등기 역시 무효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소송을 받아 든 우리은행은 김 대표가 패소한 선행 소송에서 사실상 같은 내용을 다뤘기 때문에 기판력(확정판결에 부여되는 구속력)에 반한다고 주장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한국증권금융과 하나은행은 이 소송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상대방이 주장하는 사실을 명백히 다투지 않을 땐 그 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본다는 민사소송법상 자백간주 조항에 따라 이들 회사에 대한 김 대표의 주장은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한국증권금융과 하나은행이 건물에 대해 마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 절차를 이행할 것을 명했다.


김 대표로서는 비로소 법원이 자신의 주장을 일부라도 수용한 것이다.


하지만 이 판결이 확정된다고 그대로 건물이 김 대표 소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2022년 4월 소유권이 하나은행에서 우리은행으로 넘어갔기 때문에, 결국엔 우리은행이 건물을 위법하게 소유했다는 사실을 법원에서 인정받는 게 관건이다.


재판부도 판결문 말미에 "우리은행 명의로 이미 소유권이전등기가 돼 있어 한국증권금융과 하나은행의 소유권이전 등기 말소 의무는 사실상 이행이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이번 소송에서 우리은행에 대한 청구는 기각됐지만, 소유권보존등기부터 한국증권금융과 하나은행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무효임이 인정됐기 때문에 그에 기초한 우리은행의 등기 역시 원칙적으로는 무효"라며 "항소 또는 별도 소송을 통해 우리은행을 상대로 한 소송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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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15 07:00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