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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인원 맞춰 상호 참석하는 '맞품' 확산…알바 비용 덜고 진심 더해

[연합뉴스TV 제공. 해당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서울=연합뉴스) 정풍기 인턴기자 = "28일 서울 왕십리에서 결혼합니다. 빈자리 채워주실 분 찾아요."
최근 결혼식 하객 품앗이를 모집하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올라온 글이다.
식장에 초대할 지인이 부족해 고민하는 예비부부들이 서로의 하객이 되어주는 이른바 '하객 품앗이'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 "하객 알바 쓰느니 서로 가요"…비용 덜고 자리는 채우는 상부상조
10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카카오톡 오픈채팅과 결혼 준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하객 품앗이'를 모으는 게시물이 줄을 잇고 있다.
수백 명씩 모인 오픈채팅방에서는 예식 일정과 지역, 인원수 등을 공유한 뒤 개별 연락을 통해 참석 여부를 확정한다. 식사 여부나 드레스코드 등 세부 규칙도 사전에 꼼꼼히 협의해 정한다.
진행 방식은 다양하다.
소수 예비부부가 짝을 이뤄 서로의 식장을 방문하는 방식부터 온라인 모임을 통해 일회성으로 필요한 인원을 모으는 형태까지 아우른다. 이 중 서로의 결혼식에 번갈아 참석해 자리를 채워주는 방식은 이들 사이에서 '맞품(맞품앗이)'으로 불린다.
품앗이 참가자들은 일반 하객처럼 식장을 찾아 진심 어린 축하를 건네고 단체 사진 촬영까지 함께한다. 필요에 따라 친구, 직장 동료, 친척 등 구체적인 관계를 사전에 설정해 자연스러움을 더하기도 한다.

[당근·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캡처]
이들이 품앗이를 찾는 이유도 제각각이다.
가족이 해외에 있어 국내 연고가 적거나 늦은 나이에 식을 올려 지인을 부르기 조심스러운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직이나 거주지 이동으로 대인관계가 흩어지면서 대규모 하객을 동원하기 어려워진 현실도 한몫한다.
가장 큰 차별점은 '상호 부조'의 성격이다. 일당을 주고 사람을 쓰는 기존 '하객 대행 알바'와 달리 금전적 대가 없이 비슷한 처지의 이들이 서로의 필요를 채워주기 때문에 정서적 유대감이 크다.
작년 두 차례 품앗이에 참여했다는 김모(34) 씨는 "하객으로 부를 친구가 많지 않아 품앗이를 시작했다"며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과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어 좋았다"고 전했다.
◇ 치솟은 식대와 보증 인원 압박…품앗이 부른 결혼식 현실
결혼식 비용 상승과 예식장의 필수 보증 인원 등 현실적인 문턱은 품앗이 수요를 키우는 주된 배경이다.

[연합뉴스TV 제공. 본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전국 예식장의 최소 보증 인원 중간값은 200명으로 나타났다. 최소 보증 인원은 실제 식장을 찾은 하객 수와 무관하게 신랑·신부가 무조건 식대를 지불해야 하는 최소 인원이다.
식대와 대관료 부담도 만만치 않다. 같은 조사에서 예식장 1인당 식대 중간값은 전국 6만원, 서울 8만원에 달했다. 대관료 중간값 역시 전국 350만원, 서울은 630만원에 이른다. 부를 수 있는 하객 수는 줄어드는데 식장의 최소 보증 인원을 채우지 못하면 고스란히 금전적 손해로 이어지는 구조다.
대부분 상호 참석이 원칙이어서 별도 수고비나 축의금을 주고받지 않는 하객 품앗이는 이런 치솟은 식대와 보증 인원 압박을 덜어내는 현실적인 자구책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당일 나타나지 않는 '노쇼(No-Show)'를 방지하기 위한 자체 규율도 생겨났다. 일부 모임은 참여자 간 소액 보증금을 미리 예치하도록 하거나, 무단 불참자는 즉시 커뮤니티에서 퇴장시키는 방식으로 신뢰를 유지하고 있다.
커뮤니티를 통해 품앗이 상대를 구했던 주모(33) 씨는 "단체 사진 찍을 때 신부 측 하객이 너무 적어 보일까 걱정됐다"며 "비슷한 처지의 예비신부들끼리 모이다 보니 서로 응원하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알바를 고용하는 것보다 부담도 적어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TV 제공. 본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전문가들은 하객 품앗이가 번지는 현상을 두고 커지는 결혼 비용 부담과 필요에 따라 주고받는 젊은 세대의 관계 맺기 방식이 맞물리면서 빚어진 새로운 풍속도라고 짚는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결혼식을 준비할 때 하객을 초대하는 과정에서도 청첩장 모임이나 음식 대접 등 추가적인 비용이 뒤따른다"며 "하객 품앗이는 별도의 대가를 지불하기보다 서로의 참석을 교환함으로써 이런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실용적인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수진 트렌드코리아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최근 젊은 세대의 관계 맺기에서는 관계의 목적과 서로 무엇을 주고받는지가 명확하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하객 품앗이 역시 서로 필요한 도움을 비슷한 수준으로 주고받는 '등가성'이 담보된다는 점에서 달라진 관계 맺기의 한 형태"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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