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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0년 한반도 해수면 82㎝ 상승' 조양기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인터뷰
"해수면 상승·매립지 지반침하·극한호우 맞물려 복합재난 가능성"
뜨거워진 바닷물에 '냉각수' 원전도 위협…"강건너 불구경 안돼"

4일 조양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가 기후변화로 인한 복합재난의 발생에 대해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촬영 양수연]
(서울=연합뉴스) 양수연 기자 = "네팔 대홍수 사태를 두고 '한국은 빙하도 없고 그렇게 높은 산도 없으니 그런 일은 없을 거야'라고들 하지만, 복합 재난의 관점에서 보면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조양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네팔 사태 역시 기후 변화가 만들어낸 '복합 재난'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복합 재난은 기후 변화 등으로 인해 두 가지 이상의 재난이 동시·연쇄 발생해 영향을 증폭시키는 현상을 일컫는다.
네팔의 경우에도 빙하가 녹아 호수 담수량이 증가하자, 수압을 견디지 못한 지반이 무너지고 하류에 대규모 홍수가 이어진 사태였다.
현장 관측과 수치 모델링을 통해 해양환경의 변화를 연구하는 조 교수는 한반도로 시선을 돌려 주변 해수면과 수온 상승 현상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조 교수는 2023년 국립해양조사원과 함께 수행한 연구에서 2100년까지 한반도 주변 해역 해수면이 최대 82㎝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연안 매립지에서의 해수면 상승과 지반 침하 등이 맞물려 발생하는 침수·범람 등 복합 재난은 우리 예상보다 더 가까운 미래에 닥친다는 게 조 교수의 경고다.
조 교수는 "해수면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데, 서해의 경우 만조 시 해수면이 더 높아지고 있다"며 "이런 데다 최근 우리나라 서해에 다수 분포한 매립지들이 지반 침하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극한호우를 동반한 저기압이 온다면 2100년까지 안 가더라도 침수·범람 피해가 훨씬 더 심각하게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지구 온난화→해수면 상승'이라는 단순한 시나리오로 요약됐지만, 기후변화 양상과 이로 인한 재난 피해는 더욱 복합적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조 교수 연구팀은 최근 조수 간만의 차가 서해에서 더 커지고, 남해에서는 작아지는 현상이 기후 변화에 의한 것임을 규명하는 성과도 냈다.

[국립해양조사원 바다누리 해양정보서비스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조 교수는 대기의 열을 흡수하는 바다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바다 수온 상승에 따른 연쇄 효과도 심각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목욕탕과 사우나 체감 온도를 예로 들었다.
조 교수는 "목욕탕 온도는 40도, 사우나는 90도지만 탕이 더 뜨겁게 느껴진다. 사람을 포함한 생물체들이 느끼는 게 사실은 온도가 아니라 열"이라며 "물이 가질 수 있는 열은 공기에 비해 1천배 이상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바다가 지구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양의 초과 열을 흡수하며 지구의 '거대한 에어컨'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우리나라 주변 바다 수온은 최근 40년간 약 1도 올랐다.
조 교수는 올해 여름 유럽에서 냉각수로 사용되는 강물 수온이 크게 상승해 원전 가동이 중단된 사례를 언급하며 '강 건너 불구경' 할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원자력발전소들이 연안에 위치해 바닷물을 냉각수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연안 수온이 크게 상승하면서 냉각 시스템을 변경하지 않으면 발전기 가동을 멈춰야 할지도 모른다"며 에너지 인프라 마비라는 또 다른 재난의 가능성을 짚었다.

(누와코트[네팔]=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대홍수가 지나간 지 10일째인 4일 네팔 주민들이 사라진 누와코트 지역 베트라와티 마을을 바라보고 있다. 2026.9.4 ksm7976@yna.co.kr
조 교수는 네팔 대홍수 사태 역시 복합재난의 위험성과 선제적 대비 필요성을 보이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빙하가 녹아 호수 담수량이 증가하자 수압을 견디지 못한 지반이 무너지고 하류에 일시에 대규모 홍수가 일어난 이번 사태 역시 복합재난에 대한 연구와 대책이 부족해 피해가 커졌다는 진단이다.
그는 "온난화 때문에 빙하가 많이 녹고 있다는 건 일반인들도 대부분 알지만, 이런 복합재난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건 미처 인지를 못했고, 연구도 부족했고, 거기에 따른 대책도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복합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재난관리 거버넌스의 쇄신을 촉구했다.
조 교수는 "복합재난은 하늘·땅·바다를 구별하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 부처나 연구 사업에서는 이를 인위적으로 나눠서 벽을 세운다"고 지적했다.
이를테면 연안 매립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복합재난의 경우 지반 침하와 해수면 상승, 조석 변화, 극한 호우가 동시에 발생하며 침수 피해로 이어지는데, '해양수산부는 바다만, 기상청은 하늘만' 식으로 역할을 나눠서는 복합재난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기후변화로 인해 과거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환경 변화가 발생하고, 그것이 서로 영향을 주고 있다. 불확실성이 더 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복합재난은 어떤 것인지 미리 찾아서 공부하고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4일 조양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가 기후변화로 인한 연안 지대의 복합재난 발생 메커니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촬영 양수연]
see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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