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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경보 기간 강제추행, '가스 중독' 모텔 투숙객 자는 줄 알고 철수
계엄 이후 세번째 대행체제…14만 조직 쇄신에 '강한 리더십' 요구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김종철 신임 경찰청장 직무대행과 경찰 지휘부가 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어울림마당에서 열린 전국 경찰 지휘부 회의에서 경찰 헌장을 낭독하고 있다. 2026.9.3 yatoya@yna.co.kr
(서울=연합뉴스) 한지은 기자 = 경찰 지휘부가 대국민 반성문을 내걸고 조직 쇄신을 다짐한 직후에도 일선에서는 실탄 절도와 성 비위, 수사서류 조작, 개인정보 유출 등 기강 해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신고 현장에서 위급한 투숙객을 잠든 것으로 판단해 철수하고 가정폭력 피의자의 구속영장에서 주요 혐의를 제외하는 등 부실 대응 사례도 잇따르면서 경찰의 신뢰 회복 약속이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경찰에 따르면 전북경찰청은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과 절도 등 혐의로 정읍경찰서 소속 A 경감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A 경감은 전날 정례 사격훈련을 마친 뒤 지급받은 38구경 권총 실탄 35발 가운데 남은 3발을 숨기고, 대신 자신이 갖고 있던 탄피 3개를 반납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청은 지난달 28일부터 오는 6일까지 전국 경찰관을 대상으로 음주 자제와 회식 금지 등을 담은 공직기강 특별경보를 발령한 상태다.
그러나 특별경보 기간 경찰 간부가 여성을 추행한 혐의로 현행범 체포되는 일도 벌어졌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용산경찰서 관할 지구대 소속 50대 B 경감을 강제추행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B 경감은 전날 동작구의 한 식당에서 여성에게 강제로 신체를 접촉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경주경찰서 소속 C 경사도 지난달 23일 지인들과 술을 마신 뒤 지인의 아내를 추행한 혐의로 긴급체포돼 직위해제됐다.
충북에서는 술에 취해 시민에게 시비를 걸고 지구대에서 행패를 부린 데 이어 가족들에게 협박성 문자까지 보낸 경찰관이 대기발령됐다.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김종철 신임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어울림마당에서 열린 전국 경찰 지휘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9.3 yatoya@yna.co.kr
현장 대응과 수사 과정에서 경찰관의 기본적인 직무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사례도 잇따랐다.
경기 수원장안경찰서는 지난해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네 차례 가정폭력을 신고하거나 상담을 요청한 30대 여성의 남편에 대해 지난 6월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가정폭력 혐의를 제외했다.
경찰은 출동한 경찰관을 폭행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만 영장을 신청했고, 영장은 검찰 단계에서 반려됐다.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던 남편은 다른 거처로 피신해 있던 아내를 찾아가 살해했다.
경찰은 그간의 가정폭력 정황을 영장 신청서의 고려사항에 기재했다고 해명했지만, 반의사불벌죄가 아닌 특수협박 혐의를 제외해 구속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의정부에서는 지난달 30일 "모텔 투숙객들이 퇴실 시간이 지나도 인기척이 없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이 객실에 누워 있는 남녀를 보고 잠을 자는 것으로 판단해 철수했다.
그러나 약 11시간 뒤 다시 출동한 경찰은 이들이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투숙객들은 현재까지 위중한 상태로 알려졌다.
검거 실적을 유지하기 위해 범죄 혐의를 축소해 처리하도록 교육한 경찰 간부와 지휘부도 징계 처분을 받았다.
성남수정경찰서 소속 D 계장은 지난 4월 지역경찰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서 아파트 택배 절도 사건을 점유이탈물횡령 혐의로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D 계장은 스토킹·가정폭력·교제폭력·아동학대 등 관계성 범죄 신고도 실적에 포함되지 않는 '발생 보고' 대신 검거 건수로 잡히는 '임의동행'으로 처리하도록 주문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고발인 진술조서에 자신의 지장을 임의로 찍은 경찰관도 검찰에 넘겨졌다.
관악경찰서 소속 E 순경은 지난해 12월 고발인에게 "날인할 필요가 없다"고 안내한 뒤 진술조서에 자신의 지장을 찍은 혐의를 받는다.
광주에서는 교통사고를 내고 달아난 뒤 아내를 운전자로 내세운 경찰 간부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과 범인도피교사 등 혐의로 송치됐다.
개인정보를 외부로 빼돌린 사건도 이어졌다.
서대문경찰서 소속 경찰관은 헤어진 연인에게 사적 보복을 하려던 지인에게 피해 여성의 집 주소를 알려준 혐의로 입건돼 대기발령됐다.
경남지역 경찰서 소속 경찰관은 경찰 내부망에서 취득한 개인정보를 사설탐정 업체에 제공한 혐의로 지난달 28일 구속됐다.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어울림마당에서 열린 전국 경찰 지휘부 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김종철 신임 경찰청장 직무대행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2026.9.3 yatoya@yna.co.kr
비상계엄 사태 이후 세 번째 직무대행 체제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14만명이 넘는 조직의 쇄신을 책임질 정식 수장을 서둘러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취임 첫날인 전날 전국 경찰 지휘부 회의를 열고 "말잔치에 그치지 않고 반드시 변화와 실천으로 보여드리겠다"며 경찰개혁추진단 설치와 실종 수사 쇄신 등을 지시했다.
그러나 경찰청은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로 당시 청장의 직무가 정지된 이후 1년 9개월째 사실상 정식 수장 없이 운영되고 있다. 이호영·유재성 전 직무대행에 이어 김 대행까지 세 번째 대행 체제다.
경찰 내부에서는 직무대행이 잇따라 교체되는 상황에서는 중장기 개혁의 방향을 제시하고 결과에 책임지는 리더십을 세우기 어렵다는 지적에 제기된다.
특히 다음 달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으로 경찰의 수사 권한과 책임이 한층 커지는 만큼 조직 쇄신을 지휘할 정식 경찰청장 임명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한 지역 경찰관은 "14만명이 넘는 조직에서 구성원 개개인의 비위를 일일이 통제하기는 쉽지 않다"며 "조직 기강을 바로 세우려면 책임 있는 수장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writ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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