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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진술 신빙성 인정…일부 강간죄 '폭력·협박' 없다며 무죄
"피해자들을 성적 욕구 해소 수단으로…죄질 상당히 좋지 않아"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이승연 기자 = 인천 중증 발달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의 입소자들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시설장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엄기표 부장판사)는 2일 성폭력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또 아동ㆍ청소년과 장애인 관련기관에 각 10년간 취업을 제한하고 3년간 보호관찰을 받을 것을 명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인천 강화군에 있는 색동원 입소자 3명을 성폭행하고, 이를 거부하는 피해자의 머리에 유리컵을 던져 상해를 가한 혐의 등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성폭행 피해자들의 진술 신빙성을 인정한 결과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선 수사기관의 논증 방식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지, 법정에 출석한 피해자들이 피고인 측의 반대신문에 따른 강력한 스트레스 상황을 견디고도 기존 진술의 핵심 부분을 유지했는지를 심리했다"고 설명했다.
수사 단계에서 피해자 측 진술조력인의 개입이 적절했는지, 또 진술을 분석한 전문가들의 기법이 합당했는지도 고려했다고 했다.
그 결과 피해자들의 진술은 직접 경험하지 않고 지어내기 어려운 내용이 담겨 신빙성이 있으며, 진술 조력인이나 분석관의 부당한 개입이나 독단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김씨 측은 공소장에 일부 범행 기간이 명확하지 않게 기재돼 방어권이 침해됐다는 주장을 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범행 발생 시각도 기억하기 어려워할 정도로 인식능력이 상당히 부족한데, 그나마 이 정도로 공소사실을 특정한 것도 수사기관이 노력을 다했기 때문"이라며 "그 이상 특정하지 못했다고 '범죄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사실상 중증장애인을 상대로 한 성범죄는 유죄로 인정하기 어렵게 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한 피해자에 대한 범행은 장애인복지법 위반죄에는 해당하나 장애인피보호자 강간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며 이 부분만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해당 행위는 장애인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폭력 행위로 장애인복지법 위반죄가 성립함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와 성관계할 목적으로 폭행 또는 협박했다는 사실까지 인정돼야 하는데, 폭행이나 협박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인천=연합뉴스) 황정환 기자 =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4일 성폭력 의혹이 불거진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인 인천시 강화군 색동원을 방문해 입소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2026.3.4 hwan@yna.co.kr
재판부는 양형과 관련해 "피고인은 자신의 보호 아래 있던 중증 지적장애인 등을 상대로 성범죄를 수차례 저지르고 폭행했다"며 "범행 경위, 내용, 피해자들의 장애 정도, 피고인과 피해자들의 관계 등에 비춰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질타했다.
또 "장애인 복지시설 종사자로서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들에게 더 많은 보호가 필요함을 알았고, 이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학대를 예방해야 할 직무가 있음에도 권력관계의 불균형을 이용해 피해자들을 자신의 성적 욕구를 해소할 수단으로 삼았다"며 "죄질이 상당히 좋지 않다"고 질책했다.
재판부는 "가장 안전하게 보호받아야 할 거주시설 내에서 범행을 당한 피해자들은 심각한 신체적·정신적 고통과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자기 의사를 진술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는 피해자를 제외한 나머지 피해자들이 모두 처벌을 원한다"고 짚었다.
판결 선고 후 피해자 측 대리인은 기자회견을 열고 "지적 장애를 가진 피해자의 인지적 한계를 넘어 진실을 바라보고 그 마음을 헤아려준 재판부, 사명감을 갖고 헌신적으로 수사해준 수사관들에게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환영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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