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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인사·민간 조사기구·무작위 배당 등 부랴부랴 대책 마련
"14만은 웬만한 시 인구, 다양한 군상"…사기 진작 대책도 필요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보완 수사권을 비롯한 검사의 직접 수사 권한 폐지로 영향력이 커진 '14만 경찰'에 대한 통제 방안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형사소송법 개정 국면과 맞물려 '장윤기 사건' 부실 수사, 제주 실종사건 허위 종결, 각종 직무 관련 비위 등이 노출되며 경찰 견제 목소리도 커졌기 때문이다.
경찰은 수사뿐 아니라 민생·치안 업무에서 국민의 삶과 맞닿아 있다. 그만큼 경찰의 비위·일탈이 드러나면 국민이 체감하는 불신 정도도 커진다.
경찰로서는 14만명에 달하는 경찰공무원을 일일이 통제할 수 없다는 방어 논리에 그치지 않고, 일탈을 가능케 한 시스템 공백부터 손을 봐야 하는 시점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10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 강제순환인사 반대 집회에서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산하의 강제순환인사반대투쟁위원회가 순환 인사 등에 반대하며 삭발식을 진행하고 있다. 2026.8.10 yatoya@yna.co.kr
◇ 순환인사·사건 무작위 배당·수사심사관…대책 분주
경찰은 '장윤기 사건' 논란이 불거진 지난 7월부터 부실 수사·지역 유착 등을 방지할 쇄신 대책을 여러 차례 발표했다.
우선 내년 상반기 시행을 목표로 순환인사제 도입을 예고했다.
현재 총경 이상은 통상 1년 주기 전국 단위, 경정은 약 2년 주기로 경찰서 간 전보가 이뤄지는데 적용 대상을 확대해 지역 유착 가능성을 끊겠다는 구상이다.
경찰 비리 조사를 위해 국가경찰위원회 산하에 차관급 감찰관과 조사관 100명이 합류하는 별도 민간 기구도 설치된다.
사건 배당 과정의 공정성을 높인다며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상 수사 사건 무작위 배당 제도도 도입한다.
여기에 일선 경찰서마다 외부 법률가를 수사심사관으로 배치해 수사 과정의 적정성을 정교하게 따진다는 방침이다.
제주 실종 허위종결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허술하게 운영되던 실종 사건 시스템 개선안도 새롭게 마련했다.
앞으로 전화 통화 등으로 실종자의 안전을 확인하는 '비대면 종결'을 금지하고, 경찰관과 대면 거부 시 행정복지센터나 소방 등 협조를 받아 직접 안전 여부를 확인하기로 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국민의 신뢰 제고를 위한 경찰 수사 개혁위원회'(수사개혁위) 김남준 위원장이 20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서 열린 순환인사제 관련 전국경찰직장협의회 간담회에서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26.8.20 ondol@yna.co.kr
◇ "잘 근무하는 사람이 왜 죄인 취급?"…사기 진작 대책 필요
경찰청이 부랴부랴 통제 대책을 쏟아냈지만, 현장에서는 '14만의 일탈을 모두 통제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회의론도 여전히 나온다.
지방의 한 30년차 경찰관은 "경찰 생활을 하면 14만 속에 여러 군상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며 "규율을 잘 지키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이도 있다. 누군가 마음먹고 일탈하면 막을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경찰청 게시판에도 "14만이면 웬만한 시의 인구"라며 "비리를 저지르는 사람은 지위 고하·나이 불문하고 저지르는데 왜 잘 근무하는 사람이 늘 교육받고, 늘 비상이어야 하고, 국민에게 죄를 지은 사람이 돼야 하느냐"는 회의적 반응이 올라오기도 했다.
결국 통제 대책과 맞물려 조직의 사기 진작 방안도 함께 제시돼야 하는 이유다.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도 전날 기자 간담회에서 "책임을 다해온 성실한 현장 수사관들까지 위축돼 있다"며 "이들이 더 잘해 나갈 수 있도록 격려해달라고 간곡히 부탁드린다. 사기 진작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경찰은 나아가 인력 관리의 '시작점'인 순경 공개채용 개선 방안도 들여다보고 있다. 채용 시험 등에서 형사법 비중 확대 등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현재 경찰은 순경 공개채용 시 250문항의 인정, 30문항의 적성검사를 통해 공직윤리·대인관계 등을 확인한다.
시도 경찰청의 정보 기능을 활용해 거주지 주소·학력·범죄 경력 등 14개 항목도 조사한 뒤 면접까지 거친다.

(서울=연합뉴스) 이동환 기자 = 중앙경찰학교는 24일 충북 충주시 교내 대운동장에서 신임경찰 제317기 2천376명의 졸업식을 열었다.
졸업생 중 순경 공채는 2천10명, 경찰행정·사이버수사·경찰특공대·무도·현장감식 등 경력공채 366명이다. 남성 1천876명, 여성 500명이다. 2025.10.24 [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 '반쪽짜리' 국가경찰위원회 실질화 필요성도 제기
초대형 조직이라 비위 사건이 아예 없을 수는 없다하더라도, 이를 최대한 억제하려면 각종 견제 기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한다.
지금도 각종 경찰 정책의 적정성을 따지는 독립 기구가 존재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경찰위원회다.
다만 국가경찰위는 현재까지 '반쪽짜리' 기능에 머물고 있다. 사무 전반을 경찰이 맡고 있고, 유일한 상임위원도 전직 경찰 고위 간부들이 맡아왔다.
견제가 아닌 자문기구 역할에 머무는 셈이다. 이제는 국가경찰위 기능을 실질화해야 할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소영 건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경찰개혁 관련 토론회에서 법률·수사 전문가로 꾸려진 위원회 인적 구성을 조직·예산·데이터 분석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공룡 경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 국가경찰위도 경찰 행정의 다양한 분야를 망라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제주 실종 사건처럼 국가적 논란이 인 사안에는 위원회가 직접 경찰을 상대로 자료 제출과 현안 보고를 요구하는 조사권을 주는 방법도 있다고 짚었다.
경찰 수사를 둘러싼 문제 관행·제도적 맹점을 탐색하는 '독립 조사기구'를 신설하자는 제언도 있다. 아예 조직 바깥에 상설 기구를 두자는 것이다.
유승익 명지대 법학과 교수는 경찰의 각종 정책에 관여하는 경찰위원회(PCC)와 별개로 경찰관의 비위를 조사하는 경찰독립조사기구(IOPC) 사례를 소개했다.
영국은 전·현직 경찰관 채용 없이 전문 조사관들로 IOPC를 꾸려 압수수색이나 체포 등 강제수사를 토대로 경찰 내부 문제를 조사하도록 해 뒀다.
다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소청·감사원 등 사정기관들과 관할을 놓고 충돌하거나, 신생 조직이라 비위 조사 역량이 쌓이려면 시일이 필요하다는 난점도 제시됐다.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상식 의원과 경찰청이 함께 연 '경찰의 민주적 통제 및 경찰수사 혁신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하고 있다. 2026.8.31 nowwego@yna.co.kr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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