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불편하시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한국인 449만명 10년 추적…체형둥글기지수 높을수록 대장암 위험↑
여성보다 남성, 직장암보다 결장암에서 연관성 뚜렷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비만을 판단할 때 가장 널리 쓰이는 기준은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BMI)다. 하지만 같은 BMI라도 한 사람은 배가 볼록하고, 다른 사람은 팔다리와 엉덩이에 살이 고르게 붙어 있을 수 있다.
건강 측면에서 보면 이 둘을 똑같은 비만으로 보기는 어렵다. 특히 배 속 장기 주변에 쌓이는 '내장지방'은 피하지방보다 당뇨병과 심혈관질환 등 각종 만성질환에 더 해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이런 복부비만의 정도가 대장암 발생 위험을 가늠하는 지표가 될 수 있을까.
국제학술지 '캔서스'(Cancers) 최신호에 따르면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과 숭실대 공동 연구팀이 2012년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을 받은 20세 이상 성인 449만2천697명을 대상으로 약 10년을 추적 분석한 결과, '체형 둥글기 지수'(Body Roundness Index·BRI)가 높을수록 대장암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연관성이 관찰됐다.
BRI는 의학계에서 2013년 처음 제안된 비만 지표로, 허리둘레와 키를 조합해 몸의 둥근 정도를 수치화한다. BMI가 단순히 키와 몸무게만으로 비만도를 판단하는 것과 달리 복부에 지방이 얼마나 집중돼 있는지를 좀 더 잘 반영하는 게 특징이다.
연구팀은 전체 대상자를 BRI에 따라 4개 그룹으로 나눴다. 가장 낮은 1분위는 BRI가 2.48 이하였고, 가장 높은 4분위는 3.83 이상이었다.
추적 기간 새롭게 대장암 진단을 받은 사람은 모두 5만7천644명이었다.
분석 결과 대장암 발생률은 BRI가 높아질수록 계단식으로 증가했다. 1천명당 연간 대장암 발생률은 BRI가 가장 낮은 그룹에서 0.725명이었지만 2분위 1.061명, 3분위 1.379명, 4분위 1.807명으로 높아졌다.
나이와 성별은 물론 흡연, 음주, 운동, 소득 수준, 당뇨병, 고혈압, 고콜레스테롤혈증, 만성콩팥병 등 대장암 위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을 모두 보정한 뒤에도 이런 연관성은 유지됐다.
BRI가 가장 낮은 그룹과 비교했을 때 대장암 발생 위험은 2분위에서 3%, 3분위에서 6.7%, 4분위에서 10.4% 각각 높았다. 즉 몸이 둥글고 복부지방이 많아질수록 대장암 위험도 함께 높아지는 '용량-반응 관계'가 관찰된 셈이다.

[자료 이미지]
연령별로는 40∼64세에서 BRI가 높은 그룹의 대장암 위험 증가가 가장 두드러졌다. 반면 40세 미만에서는 뚜렷한 연관성이 관찰되지 않았다. 또 암종별로는 직장암보다 결장암에서 연관성이 컸다.
연구팀은 내장지방이 대장암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생물학적 배경으로 인슐린 저항성과 만성 염증을 꼽았다.
내장지방이 많아지면 혈중 인슐린이 과도하게 증가하고 만성적인 염증이 지속되는 데다 렙틴과 아디포넥틴 등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물질의 균형도 깨진다. 이런 변화가 대장 상피세포의 증식을 촉진하고 비정상 세포가 자연스럽게 사멸하는 과정을 억제하면서 암 발생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남녀 간 차이다.
남성에서는 BRI가 높아질수록 대장암 위험이 뚜렷하게 증가했다. BRI가 가장 낮은 남성과 비교하면 2분위의 대장암 위험은 12.3%, 3분위는 23.1%, 가장 높은 4분위는 35.2% 각각 높았다.
반면 여성에서는 가장 높은 BRI 그룹의 대장암 위험이 가장 낮은 그룹보다 오히려 10.9% 낮은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은 이런 차이가 남성과 여성의 지방 축적 방식이 서로 다르기 때문일 가능성에 주목했다.
남성은 상대적으로 복강 안쪽 장기 주변에 내장지방이 많이 쌓이지만, 여성 특히 폐경 전 여성은 엉덩이와 허벅지 등에 피하지방 형태로 지방을 저장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허리둘레가 비슷하게 늘더라도 실제 대사적으로 해로운 내장지방의 양이나 지방이 분비하는 호르몬·염증물질의 영향은 남녀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폐경 여부와 호르몬 상태 등 이번 분석에 포함되지 않은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게 연구팀의 입장이다.
연구팀은 "BRI는 건강검진에서 일상적으로 측정하는 허리둘레와 키 두 가지 값만으로 산출할 수 있어 일차의료기관이나 국가건강검진에서 내장지방을 추정하는 간편하고 실용적인 신체계측 지표가 될 수 있다"면서 "향후 대장암 위험을 평가할 때 BRI를 기존 BMI를 보완하는 지표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bio@yna.co.kr
Copyright 연합뉴스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상품 확인하고 계속 읽어보세요!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