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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수사 부실 이어, 걸러내지 못한 일탈행위에 충격
국민 불안 덜어줄 대책 마련에 개혁 성패 달려

(서울=연합뉴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26.8.26 [국회사진기자단]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선임기자 = 경찰이 연일 뭇매를 맞고 있다. 어처구니없는 실종수사 부실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다. 진작 매서운 비판을 받아 마땅했으나 뒤늦게 불 붙은 감이 있어 오히려 안타까울 정도다. 정부의 경찰에 대한 '뒷북 개혁' 목소리도 얼마나 신뢰를 줄지 의문이다.
제주시 한림읍 한 야자수농장에서 지난 24일 주검으로 발견된 고(故) 장미란 씨의 실종 허위종결 혐의를 받는 제주의 현직 경찰관이 구속됐다. 그는 지난 5월 실종 신고된 장씨와 '연락이 닿았다'는 취지로 신고자에게 거짓말을 한 뒤 사건을 종결했다. 지난달 2일 접수된 60대 남성의 실종 사건도 유사한 방법으로 종결 처리한 혐의까지 받고 있다.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는 실종 신고에 대한 경찰의 안일한 대응도 놀랍지만, 거짓 종결 뒤 경찰 내부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 목록에서 이를 아예 삭제한 일탈행위가 이뤄졌다는 점도 충격적이다. 부실한 사건 처리 과정에서 지휘 라인인 팀장과 과장, 서장 등 누구도 이를 걸러내지 못했다.
1991년 대구에서 초등생 5명이 사라졌다는 신고를 받고도 경찰이 단순 가출로 판단, 사건 해결의 결정적 시간을 넘기는 바람에 영구 미제로 남은 '개구리 소년 사건'이 떠오른다. 이를 비롯해 잊을 만하면 또다시 실종사건 부실 처리 문제가 불거져 경찰이 국민의 안전을 소홀히 한다는 지탄을 받는다.
경찰은 범죄 의심 실종 사건에 대해서는 서장에 즉시 보고하도록 하는 등 실종 수사 체계를 개선했다. 그런데도 이번 사건이 벌어지면서 '과연 실종 사건 부실 수사가 드러난 것뿐이겠는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면서 국민적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제주 실종사건 부실 수사와 관련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재발 방지와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경찰은 전국적으로 실종사건 처리 적절성을 확인하기 위한 전수조사에 나섰다. 정부도 미비점을 보완하고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실종사건을 허위 종결한 혐의(직무유기, 공전자기록 위작 및 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를 받는 A 경장이 25일 제주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2026.8.25 jihopark@yna.co.kr
국민의 안전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으니 개선에 나서는 것은 당연하지만, '뒷북 대응'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정부와 여당이 검찰의 수사권을 경찰에 넘겨주는 형사사법체계 개혁을 추진하면서, 견제받지 않는 경찰의 부실 수사로 인한 피해 발생 우려는 이미 제기돼 왔다.
그런데도 검찰 수사권 박탈에만 매진하며 새로운 형사사법체계에 맞는 경찰 운용 시스템 개선에는 공을 들이지 않았다. '공룡 경찰' 출현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경찰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사건들이 벌어지자 부랴부랴 경찰 개혁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당인 민주당은 전당대회로 인해 '골든 타임'을 놓친 뒤에야 경찰개혁추진단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도 경찰의 기강 해이를 질타하며 자체 개혁안 마련을 지시했다. 형사사법체계개혁과 국민 안전이 동전의 양면처럼 맞닿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늦은 감이 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장윤기 사건'과 '장미란 사건'을 고리로 검찰 보완수사권을 되돌려야 한다고 공세를 펴고 있다. 야당의 복원 주장은 문제 제기로서 경청할 대목이 있지만, 이미 제도 개편이 상당 부분 진행된 상황에서 과거 체계의 복원만 주장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제주 실종자 가족에 장난전화…경찰 "2차가해 엄정 대응"[http://yna.kr/AKR20260826112000546]
이번 사건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직접적인 결과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경찰에 사법경찰권이 더욱 집중되는 새로운 형사사법체계가 출범하는 시점에서 경찰 내부 통제와 외부 견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는 중요한 문제다.
정치권이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하기보다 당리당략을 앞세운 정쟁에 열중하는 동안에도 국민의 피해는 계속될 수 있다. 경찰은 철저한 혁신을 통해 거듭나야 한다. 정치권도 경찰을 희생양 삼아 책임을 회피하려 해서는 안 된다.
새로운 형사사법체계 본격 가동이 얼마 남지 않았다. 실효성 있는 외부 감시 기구나 수사 책임성을 강화할 수 있는 장치 등 국민의 불안을 덜어줄 대책 마련에 국정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개혁은 정략적 이익이 아니라, 국민 공감의 크기로 성패가 갈린다.
h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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