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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수사 비판보다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혐의 본질에 집중
1심 판단 '모순점' 집중 제기…공소사실 뒤집을 '합리적 의심' 강조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22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직후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사건 2심 첫 공판을 앞두고 1심의 유죄 판단을 뒤집기 위한 전략을 구상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0일 서울시와 법조계에 따르면 오 시장과 변호인단은 오는 21일 서울고법 형사7부(구회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리는 항소심 1회 공판을 앞두고 치열한 법리 다툼을 위한 논리를 다듬고 있다.
1심의 벌금 1천만원이 확정되면 오 시장은 서울시장직을 잃게 된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을 잃고 시장직에서 당연퇴직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2심에서 유죄가 나오더라도 대법원의 판단을 구할 수 있지만, 2심이 사실관계를 다툴 수 있는 것과 달리 3심은 법률심인 만큼 판결을 뒤집을 여지가 한층 좁아진다.
이 같은 항소심의 중요성을 고려해 오 시장은 첫 공판을 앞두고 법무법인 광장 소속 변호사 7명을 대거 추가 선임해 변호인단을 보강했다. 1심 변호인 9명도 그대로 변론을 맡는다.
새로 선임된 성창호·장준아·하태한 변호사는 판사 출신으로, 모두 사법부 내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은 이들만 보임되는 법원행정처 심의관 또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낸 이들이다.
특히 성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25기로 새로 선임된 변호사 중 가장 법조 경력이 길고 형사재판 경험도 풍부해 2심 법정 변론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보강된 변호인단은 항소심을 앞두고 변론 전략을 새로 짜고 있다.
1심에서 오 시장 측은 민중기 특별검사의 수사와 기소가 정치적 판단에 기인했다고 강조하면서 공소 기각을 주장했으나 인정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변호인단은 2심에서 특검 수사의 부당함을 둘러싼 다툼보다 사건의 본질에 해당하는 여론조사 비용 대납 혐의에 관한 공방에 집중할 방침이다.
특히 물증이 상대적으로 적은 상황에서 1심이 정황 증거와 명태균씨의 진술을 종합해 유죄를 인정한 만큼, 이런 판단의 모순점을 파고들어 결론을 뒤집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변호인단이 지난 14일 제출한 항소이유서에는 이 같은 오 시장 측 전략이 드러나 있다.
항소이유서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소송기록이 2심 법원에 접수됐다고 통지받은 시점부터 20일 안에 피고인이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 문서로 1심 판결에 대한 입장을 담는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22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형사재판 1심에서 벌금 1천만원을 선고받은 뒤 서울중앙지법을 나서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오 시장 측 항소이유서는 1심 판결에 나타난 증거 부족과 판단의 모순을 지적하는 동시에 증거와 정황을 종합해 추정할 수 있는 사실관계를 제시했다.
변호인들이 1심의 모순으로 지적한 대표적인 부분은 범죄 구성요건의 핵심인 '오 시장의 여론조사 의뢰가 있었는지'에 대한 판단이다.
명씨는 "2021년 1월 22일 오 시장이 울면서 내게 전화를 걸어와 '나경원을 이기는 여론조사가 필요하다'며 조사를 의뢰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특히 명씨는 경남 창원의 장복터널을 지나던 오후 3시 30분께부터 네 차례 오 시장의 전화를 받았고, 김태열 전 미래한국연구소장이 곁에 있었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김 전 소장은 장복터널을 지날 때 명씨가 오 시장과 통화하는 것을 본 기억이 없다고 진술했고, 이날 오후 2시 20분께 이미 명씨 직원이 여론조사 설문지를 완성해 명씨와 김 전 소장에게 공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1심은 이처럼 명씨의 진술이 증거와 배척된다고 인정하면서도 오 시장이 이날 오후 2시 20분 이전에 전화해 여론조사를 의뢰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변호인들은 이를 두고 "애초에 공소사실 자체가 통화의 구체적 시각과 경위를 특정하지 않았다"며 "아무도 주장한 적 없는 통화를, 법원이 스스로 만들어 유죄의 출발점으로 삼았다"고 1심 판단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외에도 변호인들은 1심 재판부가 명씨 진술을 믿기 어렵다면서도 일부 진술만 신빙성을 인정한 점, 오 시장이 사업가 김모씨에게 비용 대납을 어떻게 요청했는지 증거가 없는데도 사실로 인정한 점, 유죄로 인정된 일부 여론조사는 서울뿐 아니라 부산시장 선거까지 포함한 점 등을 1심 판단의 모순점으로 짚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22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참석한 모습. [서울중앙지법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오 시장 측은 또 항소이유서에서 증거와 정황을 종합한 추론을 제시했다.
공소사실을 대체할 가능성이 있음을 재판부에 호소함으로써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있어 유죄 판결이 불가능하다는 논리를 펴기 위해서다.
공소사실 중 증거에 의해 인정되는 사실은 명씨가 10건의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오 시장의 오랜 후원자인 김씨가 명씨에게 3천300만원을 건넸다는 점 등이다.
1심 재판부는 이 가운데 5건의 여론조사와 2천100만원을 유죄로 인정하고 나머지는 무죄로 판단했다.
변호인들은 이미 선거가 끝난 지 2개월여가 지난 2021년 6월 이후에도 김씨가 여러 차례에 걸쳐 1천720만원을 명씨에게 보낸 점 등을 근거로 돈의 성격을 "김씨 개인이 오 시장 모르게 독자적으로 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명씨가 여론조사를 실시한 무렵 김씨가 돈을 보낸 이유에 대해선 "명태균의 영업 방식에 비춰보면 김씨가 영업 대상이 된 것은 특별하지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명씨는 평소 비공표용 여론조사를 실시한 뒤 그 결과를 보여주면서 정식 여론조사 계약을 맺거나 후원금 명목의 금전을 받는 식으로 영업을 해왔는데, 사업가이자 정치 후원가인 김씨가 명씨의 이런 영업에 넘어갔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여론조사를 실제 의뢰한 사람으로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목했다. 유죄로 인정된 5건의 여론조사 모두 김 전 위원장이 명씨 측으로부터 결과를 최초로 받았고 오 시장은 전달받은 사실조차 없다는 이유에서다.
변호인단은 이를 바탕으로 "이 사건의 실체는 중앙 정치무대 진출이 절실했던 지역 여론조사업자 명씨가 여론조사 결과를 매개로 유력 정치인들에게 접근해 입지를 구축하려 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 과정에서 생긴 갈등을 봉합하는 금전 지급이 오 시장이 알지 못하는 사이 오랜 후원자 한 사람의 독자적인 행동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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