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불편하시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재취업 제동 2021년 4.0%→2025년 77.1%…경감·경위급에 불승인 집중
형소법 개정에 '전경예우' 우려…"이해충돌 세밀하게 판단해야"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한지은 기자 =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경찰 수사권이 대폭 커지는 상황에서 퇴직 경찰관의 법무법인(로펌) 재취업에 제동이 걸린 사례가 최근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이 인사혁신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7월까지 경찰청 퇴직자가 법무법인을 취업 예정 기관으로 신고해 취업 심사를 받은 사례는 모두 229건이다.
이 가운데 취업제한은 55건, 취업 불승인은 26건으로 총 81건이 제한 또는 불승인됐다. 전체의 35.4%다.
연도별 제한·불승인 건수는 2021년 50건 중 2건(4.0%)에서 2022년 49건 중 11건(22.4%), 2023년 54건 중 23건(42.6%)으로 늘었다.
이어 2024년 26건 중 11건(42.3%)에서 지난해 35건 중 27건(77.1%)으로 크게 뛰었다. 올해 들어서는 7월까지 15건 중 7건(46.7%)이 제동이 걸렸다.
제동이 걸린 사례는 경감·경위 등 중간 직급에 집중됐다.
제한·불승인 81건을 직급별로 보면 경감이 49건으로 60.5%를 차지했다.
이어 경위 16건, 경정 9건, 총경 4건, 경무관 2건, 경사 1건 순이었다.
취업이 막힌 자리의 성격도 다양했다.
2024년 12월 퇴직한 총경 출신은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에 대해 취업 불승인을 받았고, 같은 시기 퇴직한 경무관 출신도 같은 법인 고문직에 대해 취업제한 결정이 내려졌다.
로펌 고문, 전문위원뿐 아니라 예비 변호사, 신입 변호사, 법무실장 등 실무직 취업에도 제한이 잇따랐다.
특히 지난해 심사에서는 김앤장법률사무소 예비 변호사로 가려던 경감 2명과 경위 3명이 모두 취업제한 판정을 받았다.
전체 심사 건수의 72.9%(167건)는 퇴직 후 1년 이내에 법무법인 취업 일자가 정해진 경우였다.
특히 퇴직 후 3개월 이내 취업 예정은 103건으로 전체의 45.0%에 달했다.

[연합AI플랫폼 제작. 재판매 및 DB 금지]
퇴직 경찰관의 법무법인 취업을 제한하는 핵심 기준은 퇴직 전 업무와 취업 예정 기관 사이의 관련성이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공직자윤리법 제17조에 따라 취업 심사 대상자가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했던 부서 또는 기관의 업무와 취업 심사 대상 기관 사이에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지를 심사해 관련성이 인정되면 취업제한 결정을 내린다.
밀접한 관련성이 인정되더라도 같은 법 시행령 제34조 3항 각 호(1∼9호)에 규정된 공익 증진, 국가경쟁력 등 '취업을 승인할 특별한 사유'가 예외적으로 인정되는지를 다시 심사해 인정되지 않으면 취업 불승인 결정이 내려진다.
인사혁신처는 "부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성과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할 가능성, 업무 관련성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기 위해 퇴직공직자 취업제한 제도가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형사소송법 개정과 맞물려 퇴직 경찰관의 수사 경험이 민간 법률시장에서 갖는 가치가 높아지면서 취업 심사의 중요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찰에서 쌓은 수사 전문성을 민간에서 활용하는 것 자체와 별개로 퇴직 전 담당 업무와 취업 후 업무 사이에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지를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최근 취업 심사 불승인 비율이 급격히 높아진 것은 수사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강화하면서 심사 기준이나 판단이 보다 엄격해진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경찰이 수사의 온전한 주체로 자리 잡으면 경찰의 수사 경력이 법률시장에서 우대받는 이른바 '경찰 전관'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해충돌 우려가 있는 경우를 세밀하게 판단하는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형소법 개정으로 경찰 수사 권한이 커지면서 로펌의 경찰 출신 인력 영입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주요 로펌들은 경찰 출신 변호사뿐 아니라 고문·전문위원, 경찰대 출신 신입 변호사까지 영입 범위를 넓히는 분위기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경찰 출신 변호사·전문위원 등을 올해 초 18명에서 지난달 기준 25명으로 늘렸고, 율촌도 경기남부청 광역범죄수사대장 출신 변호사를 최근 영입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수사 인력 유출과 이른바 '전경예우' 논란을 우려해 사건 관계인과의 접촉을 경계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직원들에게 로펌을 비롯한 사건 관계인과 사적으로 접촉하거나 사건 문의를 받지 말라고 반복해서 당부하고 있다.
writer@yna.co.kr
Copyright 연합뉴스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상품 확인하고 계속 읽어보세요!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