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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칫거리 외래종, 밥상 위 별미로…'식문화 통한 생태 관리' 주목
지자체 수매에 식재료 유통까지 연계…생태 복원·농어가 소득 '일석이조'

[유튜브 채널 '헌터퐝'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정풍기 서효주 인턴기자 = 얼큰한 블루길 매운탕과 쫄깃한 배스 어묵, 향긋한 가시박 잎 쌈.
고유 생태계를 위협하며 '퇴치 1순위'로 꼽히던 생태계교란 생물들이 식탁 위 새로운 먹거리로 변신하고 있다.
단순한 이색 요리 체험을 넘어 소비를 통해 생태계를 복원하고 지역 경제까지 살리는 '맛있는 선순환' 모델로 주목받는다.
◇ 해외서 퇴치 대상 외래종, 한국선 별미로 재탄생
17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에 유입돼 생태계를 위협하거나 관리가 필요한 외래종을 식용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최근 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톱날꽃게다.
동남아시아가 원산인 톱날꽃게는 1960~70년대 원목 수입 과정에서 국내에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법적 생태계교란 생물은 아니지만 낙동강 하구에 정착한 뒤 부산에서는 '부산청게'라는 이름의 고급 별미로 자리 잡았다. 부산시는 2009년부터 인공종묘 생산 기술을 개발해 종묘를 방류하는 등 고부가가치 수산 자원으로 육성하고 있다.

(장성=연합뉴스) 4일 오후 전남 장성군 장성호에서 류연기 영산강유역환경청장(오른쪽 첫 번째)이 환경의 날을 맞아 생태계 교란 생물종인 큰입배스 퇴치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2021.6.4 [영산강유역환경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hs@yna.co.kr
하천 생태계의 대표적 교란 어종인 북미산 큰입배스와 블루길(파랑볼우럭)도 식탁에 오르고 있다. 특유의 흙냄새와 비린내를 잡는 조리법이 개발되면서 매운탕은 물론 어묵, 튀김, 스테이크용 패티 등 다양한 가공식품으로 변신 중이다.
식물 교란종 역시 밥상 위 식재료로 주목받는다.
유럽 원산의 가시상추는 쌉싸름한 맛을 살려 쌈 채소나 나물, 겉절이로 쓰이고, 북아메리카 원산인 단풍잎돼지풀 역시 독성이 없는 이른 봄 어린순을 채취해 데친 뒤 나물로 무쳐 먹는 조리법이 소개되고 있다. '식물의 저승사자'란 악명이 붙은 북미산 가시박 역시 어린잎을 호박잎처럼 쪄서 쌈 요리로 활용할 수 있다.
◇ 먹거리 넘어 콘텐츠로…생태계교란종 활용법도 다양해져
온라인 공간에서도 생태계교란종을 직접 포획해 요리하는 이색 콘텐츠가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구독자 수가 100만명에 육박한 유튜버 '우마'는 뉴트리아 살코기로 샌드위치를 만들거나 미국가재를 요리하는 영상을 선보여 큰 화제를 모았다.
일부 영상은 조회수 760만 회를 돌파하기도 했다. 그는 조리 과정뿐 아니라 포획 시 지켜야 할 법규와 생태계 영향 등을 함께 전달하며 환경적 경각심을 일깨운다.

[유튜버 우마·이충근 채널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유튜버 '이충근'도 '교란종을 잡아먹자'는 콘셉트로 배스, 미국가재, 황소개구리 등을 직접 잡아 요리하는 영상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러브버그'로 불리는 붉은등우단털파리 떼를 햄버거 패티로 만들어 먹는 영상을 게시한 데 이어, 최근에는 황소개구리를 잡아 꼬치구이로 만들어 먹는 등 이색 먹방을 선보였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환경부(기후부)에서 상을 줘야 한다", "퇴치와 미식을 동시에 잡은 일석이조 아이디어", "먹어서 개체 수를 조절하는 참신한 방법" 등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시도는 단순한 흥미를 넘어 생태계 관리와 지역 경제를 잇는 대안으로도 확장되는 분위기다.
현재 일부 지자체는 배스·블루길 등을 무게에 따라 사들이는 수매 사업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포획 개체를 식재료 유통이나 가공식품 개발로 연결하면 지자체의 수매 비용 부담을 덜고 어민의 추가 소득원까지 확보하는 지속 가능한 관리 모델이 만들어질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환경부는 꽃매미와 가시상추를 생태계 교란 야생생물로 지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사진은 가시상추 꽃. 2012.12.26 <<기후부 제공>> tele@yna.co.kr
전문가들 역시 식문화를 통한 자발적 포획과 소비가 개체 수 억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한다.
이완옥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 회장은 "식용이나 산업적 활용을 통해 포획의 동기를 부여하는 정책 방향 자체는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이것조차 하지 않고 방치하면 외래종이 더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식품이나 산업 자원으로의 전환 가능성을 지속해서 모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식용화가 실제 개체 수 관리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소비자 선호도와 가격 경쟁력 등을 높이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이 회장은 "지난 20년간 배스 요리 레시피와 어묵·펫 사료 등을 개발했지만 개체 수를 줄일 만큼의 대량 소비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며 "시험적인 수준을 넘어 실질적인 소비와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야생에서 포획한 생물을 식용으로 활용하는 만큼 식품 안전성에도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pun9@yna.co.kr seohyo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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