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불편하시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초등교사 커뮤니티 내 515명 설문…"응답자 84.3%, 관련 연수·안내 못 받아"
민원대응팀 있어도 담임에 직접 연결…"창구 단일화 실효성 한계"

(전주=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에서 신규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이초 사건'을 계기로 열렸던 '공교육 멈춤의 날' 2주년인 4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북지부가 전주시 덕진구 전미동의 한 도로에서 집회를 열고 "교육공동체 파괴하는 악성민원인 처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2025.9.4 warm@yna.co.kr
(서울=연합뉴스) 서효주 인턴기자 = 악성 민원 예방과 교권 보호를 위한 '학교 민원 처리 매뉴얼'이 지난 3월 배포됐지만 일선 초등학교 교사 10명 중 7명은 아직 매뉴얼 존재조차 알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따라 초등학교 현장에 민원대응팀이 있어도 학부모의 민원 전화를 교사에게 바로 연결하는 등 매뉴얼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는 10월 말 관련 법 시행에 맞춰 매뉴얼이 현장에 신속하고 실효성 있게 적용될 수 있도록 교육 당국의 적극적인 홍보와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 배포 4개월 지났지만…교사 10명 중 7명 "매뉴얼 몰라"
9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교육부는 지난 3월 4일 학교 민원 대응 체계 개선을 위한 '학교 민원 처리 매뉴얼'을 일선 학교에 배포했다.
해당 매뉴얼에는 교사가 학부모 민원을 직접 담당하지 않도록 학교 대표번호와 온라인 민원창구 '이어드림' 서비스를 중심 창구로 지정하고, 학교별 민원 대응팀을 구성하는 등 구체적인 민원 대응 모델이 담겨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매뉴얼이 이행되지 않을뿐더러 존재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전남 목포 옥암초등학교 하민영 교사가 지난달 4일부터 12일까지 초등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에서 교사 51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9.7%(359명)가 매뉴얼의 존재를 모른다고 답했다. 인디스쿨은 교원 인증을 거친 초등교사만 가입할 수 있는 커뮤니티로, 전국 초등교사의 약 79%가 가입돼 있다.
하 교사도 지난 6월 전북 전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악성 민원 보도를 접한 뒤 교육부에 대응 방안을 문의하면서 매뉴얼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됐다며 동료 교사들의 메뉴얼 인지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이번 설문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독자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설문 결과에 따르면 '학교에서 매뉴얼 관련 연수나 안내를 받은 적 없다'는 응답이 84.3%(434명)에 달했으며, '특이(악성) 민원 발생 시 학교의 대응 절차를 모른다'는 응답도 83.7%(431명)로 높게 나타났다.
낮은 인지도만큼 활용도 역시 미비했다.
'학교 민원 처리 매뉴얼의 활용을 체감하느냐'는 질문에 75.9%가 '활용되지 않는다'고 답한 반면,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응답은 0.6%에 불과했다.
◇ '전화 교환원' 그친 민원 창구…전문가, 민원 창구 단일화 현장 한계 지적
민원 대응에 필요한 개선점을 묻는 자유 응답(총 270건)에서는 확실한 민원창구 단일화와 관리자의 적극적 대응 및 책임 강화를 요구하는 의견이 많았다.

[독자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일부 학교 관리자들이 학부모와의 소통 강화를 이유로 하이콜, 종이콜 등 교원 전용 소통 앱을 통한 직접 소통을 교사들에게 사실상 강요하고 있다는 호소도 나왔다.
제주도 한 초등교사는 "교무실 전화나 소통 앱으로 빠르게 답변받을 수 있다 보니 학부모들이 공식 홈페이지 민원 창구를 이용하지 않는다"며 "학교 민원 창구 단일화라는 취지가 무색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경기 지역 한 초등교사 역시 "교무실로 걸려 온 전화가 담임에게 그대로 전달돼 결국 '전화 교환원' 역할에 그치고 있다"며 "아동학대 신고 협박 등에 직면하는 교사들을 실질적으로 보호하려면 강제성 없는 매뉴얼을 넘어 법적 면책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매뉴얼에 대한 인지도 확산 노력과 함께 기존 소통 구조와 학교별 운영 격차 개선 등 더 실효성 있는 민원대응 방안을 지속적으로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학교 현장에는 다양한 매뉴얼이 존재하지만 문제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관련 제도를 확인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민원 대응처럼 교권 보호와 관련된 제도는 현장 구성원이 내용을 충분히 숙지할 수 있도록 학교 내 공람, 연수 등 다양하고 반복적인 안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민지 제작] 일러스트
박주형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현재 학교에는 민원 대응팀이 마련돼 있지만 학부모와 교사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 다양해 민원이 교사 개인에게 바로 전달되는 경우가 많다"며 "민원 창구 단일화를 넘어 기존 교사와 학부모 1:1 소통 수단을 어떻게 조정할지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민원 대응 체계가 작동하는 정도는 학교장의 의지와 관리자 역량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다"며 "학교 단위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악성 민원의 경우 교육지원청 통합민원팀 등 상위 기관이 전문적으로 지원, 총괄하는 체계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 민원 대응 체계가 시행 초기 단계인 만큼 현장 교사들의 제도에 대한 인지도가 낮을 수 있다"며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교육지원청 모두가 제도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한 관련 안내와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10월 29일 시행되는 초·중등교육법을 통해 학교 민원대응팀과 관할청 학교민원대응지원팀이 법제화될 예정"이라며 "제도 안착을 위해 운영 과정에서 현장과 충분히 소통하며 필요한 사항은 보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참교육' 돌풍…넷플릭스 비영어 쇼 4주연속 1위[http://yna.kr/AKR20260806113100505]
seohyoju@yna.co.kr
제보용 카카오톡 친구추가 ID는 'okjebo'
Copyright 연합뉴스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상품 확인하고 계속 읽어보세요!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