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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경찰 116명 부상·PTSD로 숨졌는데…순직인정 '좁은문'

입력 2026-08-09 06: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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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전남광주서 잇따라 비극…'업무상' 인과 입증 어려워


"심의기준 구체화하고 행정처분 과정 투명하게 공개해야"




순직 경찰 영결식

[연합뉴스 자료사진] ※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 없음


(서울=연합뉴스) 한지은 정지수 기자 = 경찰관이 직무 수행 중 입은 신체적 부상이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으로 세상을 등진 경우에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기까지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따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5년간 경찰관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경우 중 순직으로 인정된 사례는 2021년 3명, 2022년 2명, 2023년 3명, 2024년 2명, 2025년 0명 등 10명이다.


같은 기간 자살로 사망한 경찰관 수는 총 116명으로, 전체 자살 사망자 중 순직으로 인정된 사례는 8.6%에 그쳤다.


자살로 사망한 모든 경찰관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업무상 사고나 정신질환 등이 자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경우에도 업무와 사망 사이 인과관계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경찰관

[연합뉴스 자료사진]


◇ 업무-사망 인과관계 입증…정신질환 연관성 소명 어려워


현행 공무원재해보상법은 원칙적으로 공무원의 자해 행위를 공무상 재해에서 제외한다.


다만 같은 법 시행령은 공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 자해행위가 일어난 경우에는 예외로 삼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순직 공무원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인사혁신처 소속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유족이 소속기관에 순직 인정을 청구하면 공무원연금공단을 거쳐 심의회가 결정하는 구조다.


공무상 요양 신청도 유사한 과정을 거친다.


문제는 정신질환으로 인한 사망의 경우 인과관계를 증명하기 유독 어렵다는 점이다.


공무원재해보상법 시행령에 '상당한 인과관계'라는 기준이 제시돼 있지만, 구체적인 판단 기준이 충분히 공개돼 있지 않아 순직 인정 여부가 심의회 판단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유족이 고인의 근무 기록과 치료 내역 등을 토대로 업무와 정신질환의 연관성을 소명해야 하는데, 이미 고인을 잃은 유족에게는 쉽지 않은 과정이다.


실제로 2022년 전보 발령을 받은 후 우울증을 진단받고 숨진 지방행정 공무원 A씨의 유족은 인사혁신처에 순직유족급여를 청구했지만, 불승인 결정을 받았다.


인사혁신처는 A씨를 사망에 이르게 할 만한 업무적 소인이 없고, 공무와 관련된 이유로 정상적인 인식능력이 저하됐다고 볼 의학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A씨 유가족은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3년이 지난 2025년 승소하면서 뒤늦게 순직을 인정받았다.


지난 2일 세상을 등진 경남 합천경찰서 소속 이모(54) 경위의 사례처럼 추가 치료와 휴식이 필요한데도 공무상 요양 연장 신청이 불승인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심사청구나 행정소송 등을 통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지만,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당사자나 유족이 복잡한 절차에 직접 대응하기는 쉽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직무 도중 다치거나 트라우마로 투병하다가 자살하는 경찰관들이 있지만, 순직 인정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경찰차

[연합뉴스TV 제공]


◇ "판단 기준 구체화하고 심의 과정 공개해야"


전문가들은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의 경우 업무와 정신질환, 사망 사이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려운 만큼 인정 기준을 구체화하고 심의 과정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김의택 법무법인 으뜸 변호사는 "법원이 자살을 산업재해나 공무상 순직으로 인정하는 기준은 과거보다 조금씩 넓어져 왔다"며 "업무로 인해 우울증이 악화하고 판단 능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자해행위가 이뤄졌다면 재해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기준이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과로로 인한 뇌혈관·심혈관 질환의 공상·순직 인정 기준이 고시 등을 통해 점차 구체화한 점을 들며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도 고시 등을 통해 인정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하고 범위를 넓힌다면 더 많은 사람이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심의 기간이 길고 유족이 결과를 납득하기 어려운 문제에 대해서는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사실관계를 조사하는 인력을 늘리고 심의에 참여하는 위원도 충분히 확보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심의 기준과 처분 과정 공개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손익찬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공무원재해보상법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과 달리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을 봐도 심의 기준이나 과정이 공개된 것이 너무 적다"며 "행정기관이 어떤 기준으로 처분하는지 공개하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자살을 개인의 문제로 보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용준 법무법인 마중 변호사는 "순직 인정이 쉽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여전히 '그 정도는 감당할 수 있다'라는 개인적인 관점에서 사망 원인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며 "공무원 자살을 판단하는 과정에 관여하는 사람들도 이런 관점에서 자유롭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당 업무나 당시 상황이 자살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관점을 충분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자살의 사회적·업무적 원인을 구체적으로 규명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사혁신처 역시 심의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에 나섰다.


인사혁신처는 올해 말까지 국민참여심사단이 참여하는 '국민 참여 공무원 순직 심의'를 시범 운영하고, 내년부터 법령 개정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국민참여 제도가 일부 사건에만 적용되는 일시적 대안에 그치지 않으려면 심의 제도 전반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손 변호사는 "모든 사건을 국민 심의로 진행할 수 없는 만큼 모든 사건에 대해 공정하고 일관되게 판단하려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며 "정보 접근성이 낮은 경우에는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모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writ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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