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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아웃] 히가시노 게이고와 日추리문학

입력 2026-07-30 06: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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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추리소설 대가' 히가시노 게이고 별세

(교도=연합뉴스) 일본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대장암으로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7일 NHK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히가시노 작가는 지난 23일 대장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향년 68세.
사진은 지난 2006년 1월 도쿄회관에서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이 정해져 기자회견하는 히가시노 케이고. 2026.7.27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일본 추리소설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가 지난 23일 별세했다. 그는 엔지니어였다. 오사카부립대 전기공학과를 나와 일본전장주식회사(현재 덴소로 변경)에 취직했다. 직장생활과 글쓰기를 병행하다가 1985년 <방과후>로 에도가와 란포상을 받으며 늦깎이 데뷔했다. 그 뒤 40여 년간 소설 106편을 펴냈다. 일본에서만 1억900만 부가 팔렸고, 41개국에서 번역됐다. 국내에서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의 판매량이 100만 부를 훨씬 웃돌았다. 그의 죽음은 일본 추리소설사 한 장(章)에 마침표를 찍었다는 의미다.



그의 진가는 속칭 '베스트셀러 작가'였기 때문이 아니다. 공학도 출신답게 소설 속 트릭이 치밀했지만, 그는 트릭만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작가로서 전환점이 된 <용의자 X의 헌신>에서 주인공 천재 수학교사는 완전범죄를 설계하지만, 소설의 여운은 트릭의 정교함이 아니라 헌신이 주는 먹먹함이다. 또 <백야행>은 범인의 정체보다 두 남녀가 왜 그 오랜 세월을 어둠에서 방황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응시한다. 물리학자를 내세운 <갈릴레오> 시리즈가 과학적 추론을 무기로 삼았다면,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미스터리의 외피를 두른 휴먼드라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세계는 일본 추리소설의 양 갈래 흐름 위에서 완성됐다. 하나는 에도가와 란포와 요코미조 세이시로 이어진 본격파 추리소설이다. 밀실과 알리바이, 잘 짜인 트릭으로 '누가, 어떻게 범행을 저질렀는가'를 파고드는 지적 게임이다. 다른 하나는 마쓰모토 세이초가 확립한 사회파 추리소설이다. 범죄를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사회의 모순과 인간의 비극으로 바라보며 '왜 그런 범죄가 일어났는가'를 묻는다. 이후 두 흐름은 점차 경계를 허물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두 흐름을 아우르며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이처럼 본격파·사회파라는 전통이 오늘날 일본 추리소설의 경쟁력이 됐다. 일본 추리소설이 꾸준히 인기를 누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몇몇 스타 작가가 아니라 작가를 길러내는 생태계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에도가와 란포상, 나오키상,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본격미스터리대상까지 신인부터 거장을 잇는 촘촘한 영예의 사다리가 건재하다. 문고본 시장은 대중성을 지탱하며, 영화·드라마·애니메이션은 원작의 생명력을 키운다. 미야베 미유키, 혼다 테츠야, 요네자와 호노부, 히가시가와 도쿠야, 나카야마 시치리 등으로 이어지는 작가층도 두텁다.


한국도 한때 추리소설이 번성한 때가 있었다. 1980년대 김성종이 홀로 시장을 견인했고, 계간 <추리문학>도 창간됐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장이 급격히 식었고, 번역물 의존도가 높아졌다. 국내 작가의 창작이 이어지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2000년대 이후 히가시노 게이고를 비롯한 일본 추리소설과 미국·유럽 작품들이 인기를 끌면서 추리소설 독자층이 다시 두터워졌다. 하지만 그 열기가 국내 창작 생태계로 옮겨오지 못했다. 한국 추리소설계에 필요한 건 한국의 현실을 우리만의 이야기로 담아낼 역량 있는 작가를 키워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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