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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정지 1만여명 분석…"20분 넘어 투여하면 생존 퇴원 가능성 44% 낮아"
"투여 1분 늦어질수록 회복 가능성 3.6% 감소"

[AI가 만든 이미지]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갑자기 심장이 멎은 사람을 살리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심폐소생술(CPR)이다. 하지만 심폐소생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자동심장충격기(AED) 사용과 함께 심장이 다시 뛰도록 돕는 약물 치료가 얼마나 빨리 이뤄지느냐도 생사를 좌우한다.
국내 연구진이 병원 밖에서 발생한 심정지(OHCA) 환자를 분석한 결과, 심정지 발생 후 20분 안에 '에피네프린'(epinephrine)을 투여받은 환자가 그 이후에 약물을 투여받은 환자보다 생존율은 물론 뇌 기능을 회복할 가능성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약물 투여가 1분 늦어질 때마다 신경학적 회복 가능성이 계속 낮아졌으며, 30분을 넘어서면 예후는 급격히 나빠졌다.
소방청과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 연구팀이 수행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응급의학저널'(Emergency Medicine Journal) 최신호에 발표됐다.
심정지는 심장이 갑자기 멈춰 혈액 공급이 끊기는 응급상황이다. 뇌는 혈액 공급이 4∼5분만 중단돼도 회복하기 어려운 손상이 시작되며, 시간이 지날수록 생존 가능성과 후유장애 없는 회복 가능성은 급격히 떨어진다.
에피네프린은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국제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하는 응급약물이다. 혈관 수축을 통해 심장과 뇌로 가는 혈류를 늘려 심장이 다시 뛰도록 돕는다. 2024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현재는 응급구조사도 심정지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다.
다만 지금까지는 언제 투여해야 가장 효과적인가를 놓고 논란이 이어져 왔다. 생존율은 높여도 뇌 기능 회복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연구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2019∼2021년 전국 병원 밖 심정지 환자 중 에피네프린을 투여받은 성인 1만726명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이후 심정지 발생 후 20분 이내 투여군과 20분 이후 투여군의 나이, 기저질환, 심정지 목격 여부, 일반인 심폐소생술 시행 여부 등을 비슷하게 맞춘 뒤 성향 점수 매칭을 거쳐 최종 5천734명의 치료 결과를 비교했다.
이 결과 20분 안에 에피네프린을 투여받은 환자의 자발순환 회복률(ROSC)은 44.8%로, 20분 이후 투여군(36.9%)보다 높았다.
병원 퇴원까지 생존한 비율도 7.74%로 지연 투여군(4.46%)보다 약 1.7배 높았으며, 일상생활이 가능한 수준의 '좋은 신경학적 회복' 역시 조기 투여군이 3.77%로 지연 투여군(2.13%)을 크게 앞섰다.
여러 변수를 보정해도 20분 이후 에피네프린을 투여받은 환자의 생존 퇴원 가능성과 좋은 신경학적 회복 가능성이 조기 투여군보다 각각 44%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자발순환 회복 가능성 역시 28% 감소했다.
연구팀은 에피네프린 투여가 1분 늦어질 때마다 좋은 신경학적 회복 가능성이 약 3.6%씩 감소한다고 추산했다. 이를 5분 단위로 환산하면 회복 가능성은 약 16.7% 더 낮아지는 셈이다. 더욱이 심정지 후 30분이 지나면 예후가 급격히 악화되는 양상도 확인됐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관찰연구인 만큼 에피네프린 자체의 효과만을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약물을 빨리 투여할 수 있었다는 것은 정맥 확보와 제세동, 전문심장소생술(ALS) 수행 등 응급의료체계 전반이 더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작동했음을 의미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결과는 '에피네프린을 빨리 쓰는 것'뿐 아니라 전문 응급처치 체계를 가능한 한 빠르게 가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게 연구팀의 해석이다.
국립중앙의료원 홍원표 외상필수의료관리팀장은 "병원 밖 심정지에서는 약물을 쓰느냐보다 언제 투여하느냐가 환자의 예후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라며 "무엇보다 심정지 환자가 발생하면 주변 사람이 즉시 119에 신고하고 심폐소생술을 시작해야 전문 구조대가 신속하게 전문심장소생술과 에피네프린 투여를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전문구조대의 신속한 현장 대응과 다중 출동체계, 전문심장소생술 역량을 더욱 강화해야 할 근거를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앞으로도 병원 전 단계 응급의료 체계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과 뇌 기능 회복률을 높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bi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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