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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도 형사처분 받을 처지…본인 사건 증거인멸은 처벌 못 해

[촬영 이율립]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회사의 불법행위에 대한 당국 조사를 앞두고 주요 자료를 없앤 혐의로 기소된 직원들이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들 본인도 형사처분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자기 범죄에 관한 증거를 인멸했다고 봐야 한다는 대법원판결 취지에 따른 것이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1부(송중호 엄철 윤원묵 부장판사)는 증거인멸교사와 증거인멸 혐의로 각각 기소된 A씨, B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현대중공업 해양플랜트 협력사지원팀 담당 임원이던 A씨는 회사의 하도급법 위반 혐의에 대한 공정위 등 당국의 조사가 임박하자 2018년 7∼10월 관련 증거를 인멸하도록 부하 직원들에게 교사한 혐의를 받는다.
팀장이던 B씨는 A씨 지시에 따라 다른 직원들과 함께 관련 자료를 삭제하는 등 증거를 인멸한 혐의를 받았다.
재판의 쟁점은 이들이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거나 이를 교사했는지였다.
증거인멸죄를 규정한 형법 155조는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은닉·위조했을 때 처벌하도록 한다.
자신이 직접 형사·징계 처분을 받을 처지에 놓여 자기 이익을 위해 증거를 인멸한 행위는 처벌 대상이 아니다.
1심은 A씨와 B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으나 2심은 이를 뒤집고 각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회사 수사에 대비해 증거를 인멸한 행위는 '타인의 형사사건' 관련 증거인멸로 봐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대법원은 "양벌규정에 따라 피고인들 자신도 행위자로서 직접 형사처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자기 이익을 위해 증거 자료를 인멸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양벌규정이란 법인과 관련한 불법행위에 대해 그 행위자인 임직원과 법인을 모두 처벌하게 하는 규정이다.
대법원은 임직원이 양벌규정으로 자신도 형사처분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증거를 없앤 행위는 '타인의 형사사건'이 아닌 '자신의 사건'에 대한 증거인멸에 해당한다고 봤다.
아울러 A씨와 B씨는 현대중공업의 하도급법 위반행위 관련한 업무를 실제로 집행한 이들로, 양벌규정에 따라 직접 형사처분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짚었다.
파기환송심은 대법원판결 취지에 따라 "피고인들의 증거 인멸이 자기 이익을 위한 행위로 평가할 여지가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와 B씨가 모두 수사기관에서 본인의 업무가 하도급법 위반과 무관하고 자기 범죄에 대한 증거를 없애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진술했다는 부분을 거론했다.
다만 이는 사적 목적에서 잘못된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취지일 뿐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인멸 혐의를 인정한다는 법률적 평가가 담긴 진술로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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