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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노인] ①초고령층 절반이 빈곤…'가난한노후'에 갇힌 한국

입력 2026-07-27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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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세 이상 후기고령층 빈곤율 54%…나이 많을수록, 여성일수록 빈곤


"짧은 국민연금 가입기간, 부모·자녀 부양 등 노후준비에 영향"


[ ※ 편집자 주: 오래 사는 사회가 됐지만, 모두가 존엄하게 늙는 사회는 아직 멀었습니다. 빈곤과 차별, 고립과 범죄, 돌봄의 공백은 노인들의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노인이 마주한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빈곤, 연령주의, 고립, 범죄, 돌봄 등 여섯 가지 주제로 짚어보고, 시혜적 복지를 넘어 나이와 관계없이 누구나 존엄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연령통합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해법을 모색하는 기획물을 6차례에 걸쳐서 송고합니다.]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2025년 개봉한 영화 '사람과 고기'에서 폐지를 주우며 사는 80세 노인 형준(박근형)은 스스로 곡기를 끊고 임종을 준비하는 친구의 연락을 받고 7년 만에 친구의 집을 찾는다.


"어떻게 굶어 죽을 생각을 했느냐"는 형준의 말에, 친구는 "돈이 하나도 안 들어"라고 답하며 장례비로 써달라고 만 원짜리 몇 장을 내민다.


영화 속 장면은 소수 노인의 극단적 상황으로 비칠 수 있지만, 한국 사회에서 노인 빈곤은 다양한 모습으로 일상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새벽부터 폐지를 찾아 거리를 헤매고, 몸이 아파도 생계를 위해 노점 일을 이어가는 노인들의 모습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웃도는 '기대수명 상위권' 국가의 또 다른 모습이다.





대구 낮 기온이 섭씨 37도를 넘긴 2024년 6월 대구 달서구 반고개역에서 폐지를 수집다가 휴식을 취하는 어르신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75세 이상 고령층 빈곤율 50% 이상…폐지수집, 주 6일 해도 월 16만원


27일 국가데이터처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5년 현재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초과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017년 고령사회에 진입한 뒤 불과 8년 만이다.


문제는 노인 인구 비율이 높아지는 와중에 더이상 젊을 때처럼 일하기 어려워진 노인들의 빈곤 문제도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OECD가 지난해 발표한 '한눈에 보는 연금 2025'(Pensions at a Glance 2025)를 보면 66세 이상 노인의 소득빈곤율(2022년 기준)은 39.7%를 기록하며 OECD 평균(14.2%)의 2.5배 수준을 나타냈다. 조사 대상 38개국 가운데 1위다.


특히 75세 이상 후기고령층만 놓고 보면 빈곤율은 54.0%까지 상승하며 조사 대상국 중 유일하게 50%대 수치를 나타냈다.


성별로 보면 66세 이상 여성 노인의 빈곤율이 45.0%로, 역시 조사 대상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고령 여성 노후 소득 현황과 취업 지원' 분석 결과를 보면 60∼79세의 공적 연금소득은 여성 평균이 남성 평균(602만원)의 30.9%(186만원)에 불과했다.


나이가 많을수록, 여성일수록 빈곤 위험이 커진다는 이야기다.


빈곤한 노인 상당수는 여전히 일을 찾아야 생활할 수 있는 구조지만 빈곤에서 벗어날 만큼의 소득을 얻는 것은 쉽지 않다.


보건복지부와 노인인력개발원이 발표한 '2023년 폐지수집 노인 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전국 폐지수집 노인은 약 4만2천명으로 추산되는데 하루 5.4시간, 주당 평균 6일간 폐지를 모아 월 15만9천원 정도의 수입을 손에 쥐는 것으로 나타났다.


폐지를 모으는 목적은 '생계비 마련'이 54.8%, '용돈이 필요해서' 29.3% 등 경제적인 이유가 대부분이었고, 필요한 지원 역시 '현금 지급 등 경제적 지원'을 꼽은 이들이 85.3%로 압도적이었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노인 빈곤 문제는 이제 사회적 난제가 됐다.


비영리 연구재단인 사회적가치연구원(CSES)과 트리플라잇이 내놓은 '2025 한국인이 바라본 사회문제' 보고서를 보면 전국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보면 '미래'에 국민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이슈에 '노인 일자리 및 노후 대비 문제'가 1위로 꼽혔다.





2026년 7월 서울 종로구 돈의동의 쪽방촌에서 선풍기로 더위 식히는 주민 [연합뉴스 자료사진]


◇ "75세 이상 고령층 빈곤은 사회구조적 문제…정책지원 필요"


전문가들은 노인, 특히 75세 이상 후기고령자 빈곤 문제에는 불완전한 노후 소득보장 체계 등 사회 구조적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1988년 도입된 국민연금은 가입자 수가 2천100만명을 넘는 대표적 노후 소득보장 제도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후기고령층인 세대는 가입 기간 자체가 짧아 제대로 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신서우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부연구위원은 "후기고령층은 국민연금이 도입된 1988년에 이미 중장년기에 진입해 상대적으로 충분한 가입기간을 확보하기 어려웠다"며 "특히 조기 퇴직이나 영세사업장·비정규직·자영업 중심의 불안정한 노동경력은 가입기간을 더 단축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노령연금 수급자(3월 말 기준) 가운데 20년 이상 가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기고령자로 분류되는 65세∼70세의 경우 32.9%인데 비해, 후기고령자인 75세∼80세 미만의 경우 6.8%로 15명 가운데 1명꼴에 불과하다.


자녀 세대의 부양을 바라기도 어렵다.


과거에는 자녀가 부모를 부양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가족 규모가 줄고 자녀 세대의 경제적 부담이 커지면서 인식도 바뀌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5년 제20차 한국복지패널 조사 결과를 보면 부모를 모실 책임이 전적으로 자식에게 있다는 의견에 동의하는 비율은 20.63%에 그쳤다.


2007년 첫 조사 당시에는 부모를 자녀가 모셔야 한다는 의견이 52.6%로 과반을 차지했던 것과 전혀 다른 양상이다.


저소득층을 위해 기초연금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등 각종 안전망이 마련돼 있지만, 자녀가 있다는 이유로 실제 부양 여부와 관계없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 등 제도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노인들도 많다.


이에 정부는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정액형인 기초연금을 하후상박형으로 개편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얼마나 클지는 미지수다.





중복을 하루 앞두고 폭염이 이어진 2025년 7월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사랑해밥차 무료 급식소에서 어르신들이 줄을 선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문가들도 7080세대가 직면한 노인 빈곤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노력 부족으로 볼 수만은 없어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60대인) 베이비부머 세대 노인과 달리 75세 이상 후기고령자는 연금제도가 성숙하지 않았던 시절에 일을 했고, 부모와 자녀를 함께 부양해야 했던 세대라 노후를 준비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후기고령자층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소득 하위 계층에게 더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신서우 부연구위원은 "기초연금 개편은 수급 대상의 단순한 확대보다 국민연금 급여가 낮고 가구소득이 취약한 노인을 두텁게 보호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며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 분석을 바탕으로 보면) 노인일자리 정책 역시 후기 고령층에게 단순한 사회참여가 아니라 실질적인 소득보장 수단으로 기능한다는 점을 고려해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cin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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