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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샷!] 임산부 배지가 왜 중고시장에?

입력 2026-07-18 05: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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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배려석·공항 전용카운터·식당 할인 등 '혜택'


판매 금지 속 '무료 나눔' 형태로 온라인서 유통

"비임산부 사용시 '기망행위'…사기죄 등 처벌 가능"

"부정 사용 가능성 커…출산 후 반납시스템 마련해야"




당근에서 나눔 완료된 임산부 배지

[당근 이용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인턴기자 = 임신 사실을 증명하고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임산부 배지'가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거래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26일 스레드에는 임산부 배지를 중고 거래하는 캡처본이 올라와 조회수 약 41만 회를 기록했다. 사진 속 판매 글에는 "임산부석 이용 시 유용하다"는 설명이 달렸다.


해당 캡처본을 공유하며 문제를 제기한 스레드 이용자 'db***'는 "임산부 확인은 하고 파는 거냐"고 지적했고, "임산부 배지의 중고 거래를 원천 금지해야 한다"는 댓글이 이어졌다.


현재 임산부 배지의 '유료 거래'는 금지돼 있다. 그러나 스레드에는 "당근에서 돈 받고 팔던 사람도 있더라"(y***) 같은 댓글이 올라온다.


보건복지부 출산정책과 관계자는 15일 "일부 악용 사례는 알고 있지만 배지 회수 비용이 제작비보다 더 들어 물리적 회수는 어렵다"며 "임산부 배려는 인식 개선 차원의 제도인 만큼 시민들의 자율적인 배려와 성숙한 시민의식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임산부 배지

[연합뉴스 자료사진]


◇ 대중교통 배려석·할인 혜택…"프리패스 목적 악용"


임산부 배지는 외관상 표시가 나지 않는 임신 초기부터 산모를 보호하고 대중교통 배려석 양보를 유도하기 위해 고안됐다.


발급 대상은 병원에서 임신 진단을 받고 임신 확인서를 받은 임산부다. 보통 거주지 관할 보건소에서 받을 수 있고, 일부 지역에서는 지하철 역무실에서도 배부한다.


임신부는 누구라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애초에 중고 거래를 할 이유가 없는 물품이다.


그러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임산부 배지가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수천원~1만원가량에 거래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임산부는 대중교통 배려석 이용 외에도 공항·항공사 우대 서비스나 유명 식당 할인 등을 받을 수 있다.


주요 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은 전용 카운터 및 우선 탑승·수속 혜택을, 일부 호텔 뷔페는 20~50%의 할인을 제공하는 식이다. 대부분 산모수첩 등 추가 증빙을 요구하지만, 배지 자체를 증빙으로 인정하는 곳도 있다.


앞서 2024년 대전 대표 빵집 '성심당'에서 임산부에 할인과 우선 입장 혜택을 제공했다가 악용 논란이 커지자 산모수첩 등 추가 확인 자료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운영을 바꾼 바 있다.


지난 4월에는 임산부 배지를 제작 납품하는 한 업체가 홈페이지에 "최근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임산부 배지가 고가에 거래되거나, 유명 맛집이나 대중교통 이용 시 '프리패스'를 목적으로 악용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있다"며 "저희 회사에도 개인 구매가 가능한지 묻는 문의가 늘고 있지만 개인 판매는 불가하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

[연합뉴스 자료사진]


17일 현재 당근 등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임산부 배지가 '판매'되는 경우는 눈에 띄지 않지만 "필요한 사람 있으면 가져가라"며 무료로 나눔하겠다는 글은 끊이지 않는다.


임산부들은 분실의 위험이나 일상의 편의를 이유로 임산부 배지 '나눔'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모(34) 씨는 "며칠 전에 배지를 잃어버렸다"며 "보건소는 평일 오후 6시면 문을 닫으니 나 같은 워킹맘은 반차를 내지 않는 이상 재발급받으러 갈 시간이 없는데 당근에서 무료로 나눔해준 분 덕분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불가피한 상황이 있을 수 있으니 악용 위험도 있겠지만 나눔까지 막는 것은 과한 처사 같다"고 주장했다.


그런가 하면 김모(29) 씨는 "임산부 배지를 가방마다 바꿔 다는 게 생각보다 꽤 번거롭다"며 "지역 맘카페나 중고거래 나눔을 통해 여분으로 하나 더 구해서 여러 가방에 각각 달고 다닌다"고 말했다.


이어 "선의의 나눔까지 막아버리면 임산부들의 불편만 더 커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악용'을 차단하려면 무료 나눔도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임신 3개월 차인 박모(32) 씨는 "무료 나눔이라 하더라도 받으러 온 사람이 '대신 받으러 왔다'고 거짓말을 하면 어떻게 확인하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임산부 배지는 일종의 신분증 같은 개념"이라며 "조금 번거롭더라도 보건소나 주민센터에서 철저히 산모수첩을 확인하고 재발급이나 추가 발급을 해주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석달 전 출산한 정모(33) 씨는 "출산 후 배지를 나눔할까 하다가 혹시라도 악용하는 사람이 있을까봐 그냥 넣어뒀다"며 "발급할 때 출산 예정일이 지나면 사용할 수 없게 하거나, 보건소에 반납하면 작은 출산 축하 선물로 교환해 주는 식의 회수 시스템을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산부 배려석

[연합뉴스 자료사진]


◇ 악용하면 '사기죄' 가능…"반납 시스템 마련해야"


중고 거래 플랫폼들은 임산부 배지의 거래를 금지하고 있지만 나눔은 제한하지 않는다.


당근 홍보팀 관계자는 "임산부 배지를 포함한 공공지원 물품을 거래 금지 물품으로 관리하고 있다"면서도 "임산부 배지나 헌혈증 등은 수량 부족 등으로 필요한 이용자가 제때 받지 못하는 사례도 있는 만큼 실제 필요한 분에게 전달되는 공익적 나눔까지 제한하지는 않고 있다"고 밝혔다.


중고나라 홍보팀 관계자는 "임산부 배지의 취지를 고려해 거래 상품 등록을 제한하고 있다"며 "향후 관계기관으로부터 임산부 배지 거래와 관련한 별도의 협조 요청을 받으면 적극 검토하고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임산부 배지를 돈 받고 팔아도 처벌할 법적 기준은 모호한 실정이다.


법무법인 대륜 최광현 변호사는 "현행 법령상 임산부 배지의 판매나 구매 행위 자체를 직접 처벌하는 명시적 규정은 없다"며 "다만 배포 주체가 '임산부 본인만 사용 가능', '양도·판매 금지' 등의 조건을 명시했다면, 해당 조건 위반에 따른 민사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임산부가 임산부인 것처럼 배지를 제시하는 행위는 법적 '기망행위'에 해당한다"며 "이를 통해 취득한 혜택의 성격에 따라 사기죄, 업무방해죄, 공기호 부정사용죄 등 다른 법적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경북행복재단 대표이사)는 "출산 이후 배지를 확실하게 회수할 수 있는 반납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며 "현재는 별다른 유효기간 관리 없이 배지가 방치돼 있어 중고 거래나 부정 사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정 교수는 "독일 등 복지국가에서는 시민들이 복지제도의 취지를 깊이 이해하고 있어 남용 사례를 발견하면 자발적으로 신고하는 문화가 형성돼 있다"며 "'불법 사용 금지'를 외치기보다 임산부 배지가 왜 필요한지 적극적으로 홍보해 시민 스스로 감시하고 배려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산부 배려 캠페인

[연합뉴스 자료사진]


minji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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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18 07:00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