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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영리목적 없어 외국환법 위반죄 아냐"…탈북민 손 들어줘
수백회 송금 사건엔 유죄 판단도…피고측 "인도적 판단 필요"

[기사의 내용과 직접 관계 없는 자료사진] 2025.7.13 scape@yna.co.kr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북한이탈주민의 재북 가족에 대한 소액 송금 행위에 유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이 항소심 법원에서 뒤집혔다.
반면 하루 만에 다른 재판부는 다수 송금을 중개한 탈북민에 유죄로 엇갈린 판결을 내놓았다.
15일 (사)통일법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형사항소2부(재판장 김현정 부장판사)는 전날 북한이탈주민 A(54)씨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항소심에서 벌금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로 판결했다.
앞서 A씨는 2021년 11~12월에 탈북민들이 북한에 남은 가족에게 돈을 보낼 수 있도록 총 11회에 걸쳐 자신과 중국 내 지인의 은행 계좌를 이용할 수 있게 도운 것으로 경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해외로 송금은 외국환거래은행을 통한 환전·송금을 거쳐야 하지만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는 이러한 합법적인 외환 송금이 불가능해 한국과 중국 브로커의 계좌를 거쳐 돈을 전달하는 방법을 쓴다. 추적을 피하기 위해 여러 브로커의 계좌를 거치는 송금 과정에서 탈북민은 많게는 송금액의 총 50%에 이르는 수수료를 부담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달리 송금 길이 없는 탓에 역대 정부는 대공 혐의점이 없는 탈북민의 가족 송금을 인도적 차원에서 묵인해왔으나 지난 2023년 갑작스럽게 전국 곳곳에서 수사가 진행되며 송금에 관여한 탈북민들이 잇따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과도하고 비인도적인 수사라는 지적이 잇따르자 경찰은 2024년 단순 가족 송금에 대한 수사를 중단했지만, A씨 등 이미 기소된 탈북민들은 형사처벌의 위기에 몰렸다.
탈북민들의 어려운 처지가 알려지자 대한변호사협회 북한이탈주민법률지원위원회가 소송 지원 결정을 내렸고, 이에 따라 통일법정책연구회, 재단법인 동천,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 변호사들이 무료 공익소송을 수행했다.
1심 법원(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작년 2월 탈북민의 재북 가족에 대한 송금 방식에 불가피한 면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외국환거래법 위반죄가 성립된다고 판단, A씨에게 벌금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A씨 측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제3회 북한이탈주민의 날인 14일에 원심을 뒤집고 A씨의 무죄를 선고했다.
통일법정책연구회 소속으로 이번 소송 지원을 수행한 박원연 법무법인 로베리 대표변호사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A씨의 행위가 영리를 목적으로 한 외국환 거래업을 영위한 것이 아니므로 외국환거래법이 규제하는 위법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법원이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탈북민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서울북부지법은 작년 11월 탈북민의 재북 가족 송금에 브로커 역할을 한 탈북민 B씨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에 무죄 판결했다. 당시 검찰은 항소하지 않아 무죄가 확정됐다.
박 변호사는 "북한이탈주민이 북한 가족에게 생계비로 일부를 보낸 것에 외국환거래법 위반혐의를 무분별하게 적용하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항소심 판단은 A씨의 사건에 한정된 것이었기 때문에 송금 빈도나 액수가 큰 사건에서는 다른 결론이 내려질 수 있다"고 덧붙엿다.
실제로 이날 수원지법 성남지원(1심)은 탈북민 C씨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리면서 벌금형(1천만원)을 선고했다. C씨측은 이날 즉시 항소했다.
변협 공익소송의 일환으로 C씨를 대리한 김명철 변호사는 "유죄 판단의 구체적인 사유는 판결문을 확인해야 알 수 있겠지만 법원은 송금 횟수가 수백회로 크다는 것에 고심한 결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김 변호사는 "탈북민은 북에 남은 가족에 돈을 보내고 있고 이는 브로커의 개입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탈북민의 가족 송금의 외국환거래법 적용에는 인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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