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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코리안] 조지은 옥스퍼드대 교수 "한국은 이제 세계가 연구하는 나라"

입력 2026-07-14 06: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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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 '한국학센터' 설립…"지속가능한 한국학 시대 열 것"


'달고나', '해녀' 등 옥스퍼드 사전 등재 주도…"'K-종이접기'도 등재 추진 중"




조지은 옥스퍼드대 교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오늘날 세계를 휩쓴 K팝과 K드라마 열풍 뒤에는 한국을 학문적으로 연구하고 세계에 소개해 온 재외동포 학자들의 오랜 노력이 자리하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조지은(영국명 지은 케어) 교수도 그중 한 사람이다. 그는 옥스퍼드대에서 한국학 연구와 교육을 총괄하는 '옥스퍼드 한국학센터'(Oxford Centre for Korean Studies) 설립을 주도했고,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영어사전으로 꼽히는 옥스퍼드 영어사전(OED)의 한국어 컨설턴트로 활동하며 '달고나', '오빠', '대박', '해녀' 등 한국 관련 단어의 등재를 이끌었다.


지난 4월 방한해 연합뉴스와 만난 데 이어 최근 서면 인터뷰에 응한 조 교수는 "한류가 일시적인 유행으로 소비되지 않으려면 한국의 언어와 역사, 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옥스퍼드 한국학센터를 한국과 세계를 연결하는 전략적 거점으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옥스퍼드대 한국학·언어학 교수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소개해 주세요.


▲ 원래 미국 UCLA에 장학금을 받고 진학하려 했지만, 남편을 만나면서 영국으로 유학을 오게 됐습니다. 이론 언어학 가운데 통사론을 공부하면서 기존 언어학 이론 대부분이 서양 언어, 특히 영어를 중심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이러한 이론만으로는 한국어를 비롯한 다양한 아시아 언어의 의미와 화용 현상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한국어뿐 아니라 다양한 아시아 언어가 가진 의미와 화용 현상을 연구해 왔습니다. 31살에 옥스퍼드대 교수가 됐습니다. 당시에는 동양인 여성 정교수가 정미령 교수와 저 둘뿐이었고 대부분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 출신의 백인 교수들이었습니다.




옥스퍼드대 오픈 하우스 그레이트 홀 무대에 오른 조지은 교수

[옥스퍼드 아틀리에 제공]


-- 여성 학자로서 영국 최고 명문대에서 한국학의 입지를 넓혀오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 영국에 온 지도 벌써 25년이 됐습니다. 처음 영국에 왔을 당시 유럽 대학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은 지금과는 크게 달랐습니다. 당시 한국을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한국전쟁이었고 한국 자체에 대한 이해도 매우 부족했습니다.


처음 영국에 왔을 때는 누군가 제게 '동한국' 출신인지 '서한국' 출신인지 물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K팝과 드라마를 비롯한 한류가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한국은 더 이상 주변적인 연구 대상이 아니라 세계가 주목하는 문화적 현상이 됐습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반도체와 첨단기술 분야에서 한국이 가진 경쟁력까지 부각되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그 변화를 직접 지켜보고 한국학의 입지가 넓어지는 과정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보람과 자부심을 느낍니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한국인이라는 점, 여성이라는 점 때문에 여러 장벽을 넘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경험은 오히려 한국을 보다 주체적인 시각으로 연구하고, 한국학이 세계 학계에서 독립적인 학문 분야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확신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한국에 대한 인식 변화는 결국 제도적 기반 확대로 이어졌다. 조 교수는 옥스퍼드 한국학 연구자들의 오랜 염원이던 한국학센터가 오는 10월 출범을 앞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 최근 옥스퍼드 한국학센터 설립을 주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 한국학센터 설립은 옥스퍼드 한국학 연구자들의 오랜 꿈이었습니다. 이미 1980년대부터 정미령 교수를 비롯한 선배 학자들이 많은 준비를 해왔고, 이제 그 노력이 결실을 보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센터에 앞서 한류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는데 '삼천리'와 같은 기업들의 관심과 지원이 큰 힘이 됐습니다. 특히 기부금이 들어오기 전에 대학이 먼저 센터를 공식 인정했습니다. 이는 옥스퍼드 학생들의 분명한 학문적 수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한국학에 대한 관심이 일시적인 한류 열풍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학문적 필요' 라는 점을 설득하는 일이었습니다. 주영 한국대사관도 주요 행사마다 함께하며 꾸준한 관심과 지원을 보내주고 있습니다.




옥스퍼드대 한국학센터 설립 승인

(옥스퍼드=연합뉴스) 영국 옥스퍼드대 한국학 교수진이 지난 3월 옥스퍼드 한국학센터 설립 승인을 기념해 센터가 들어설 옥스퍼드대 울프슨 칼리지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지영해·조지은·제임스 루이스 교수, 이학준 연구원. 2026.4.25 [옥스퍼드대 한국학과 제공]


-- 한국학센터가 갖는 의미와 앞으로 가장 먼저 추진하고 싶은 과제가 궁금합니다.


▲ 일본학센터와 중국학센터에 비해 출범은 늦었지만, 지금은 한국을 인문학의 대상에만 머물지 않고 정치·경제·기술·문화까지 아우르는 전략적 거점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네 가지 핵심 연구 분야를 정했습니다. 첫째는 한류와 AI를 결합해 지속 가능한 한류와 저작권, 버추얼 아이돌, 차세대 플랫폼 등을 연구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한국과 영국의 전략적 협력을 위한 정책연구소(Policy Lab)를 추진하는 것입니다. 산업·교육·금융·외교 분야의 협력 방안을 연구하고, 매년 보고서와 온라인 웹진을 발간해 양국을 연결하는 싱크탱크로 성장시키고 지한파 인재도 양성하고자 합니다.


셋째는 외국인이 배우기 쉬운 한국어 교육 모델을 개발하고 한국어의 유럽 확산 가능성을 연구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한국어가 대입 과목으로 채택될 가능성도 보이고 있습니다.


넷째는 청소년 AI 윤리 교육과 한영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산업계와 정책 리더를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100년을 내다본다면 옥스퍼드 한국학센터는 한국을 연구하는 곳을 넘어 한국과 세계를 연결하고 미래 의제를 제시하는 전략적 중심지로 만들고 싶습니다.




옥스퍼드대 인문학센터에서 펼쳐진 K-팝 공연

(옥스퍼드=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지난 4월 25일(현지시간) 영국 옥스퍼드대 슈워츠먼 인문학센터 일반 개관식에서 K-팝 무대가 펼쳐지고 있다. 2026.4.26 cherora@yna.co.kr


한국학 연구와 함께 조 교수는 세계 최고 권위의 영어사전인 옥스퍼드 영어사전(OED) 한국어 컨설턴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달고나', '오빠', '대박', '해녀' 등의 등재를 이끌며 한국어가 세계인의 언어 속으로 스며드는 과정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 옥스퍼드 영어사전(OED)에 등재를 이끈 단어 가운데 가장 뜻깊었던 단어는 무엇인가요.


▲ 저는 해녀 연구로 영국 리버흄재단의 연구비를 지원받았고, 현재 관련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학문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특별한 의미가 있는 단어가 '해녀'입니다.


등재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해녀'보다 앞서 일본의 '아마'가 이미 OED에 등재돼 있었고, 당시에는 해녀를 설명할 수 있는 영어권 자료도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제주 해녀를 다룬 K-드라마가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으면서 영어권에서 관련 표현과 자료가 빠르게 늘어났습니다. 그 흐름이 등재에 중요한 힘이 됐습니다.


저는 한국어를 '팬덤의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K-드라마와 K-팝을 좋아하면서 단어의 뜻을 배우고 직접 사용하며 결국 그 언어를 확산시키기 때문입니다. '해녀'의 등재는 한국 문화가 팬덤을 통해 세계의 언어로 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 한국의 전통 문화인 'K-종이접기'( Korea Jong ie jupgi)도 OED에 올리기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죠?


▲ 현재 추진하고 있습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등재되려면 영어권에서 해당 단어가 많이 사용되고 언급되며, 그 데이터가 텍스트로 축적돼 있어야 합니다. 현재 그 과정 중에 있습니다.




종이문화재단 찾은 옥스퍼드대 조지은 교수

지난 4월 방한해 종이문화재단을 찾은 조지은 교수. 왼쪽부터 노영혜 종이문화재단 이사장, 조 교수, 정미령 옥스퍼드대 명예교수. [종이문화재단 제공]


조 교수의 연구는 한국학의 미래를 모색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한국어가 실제 세계 곳곳에서 어떻게 사용되고 변화하는지를 기록하는 작업도 함께 이어가고 있다. 특히 분단으로 달라진 언어를 기록하는 작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


-- 남북한 언어 차이를 정리하는 'K-랭귀지 맵' 프로젝트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 K-랭귀지 맵은 영국 뉴몰든에 한반도 밖에서는 가장 많은 탈북민이 살고 있다는 사실에서 출발했습니다. 현재 뉴몰든에는 약 800명 이상의 탈북민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남한말과 북한말, 영어가 일상에서 동시에 사용되는 매우 독특한 언어 공간입니다.


지난 2년 동안 탈북민 200명을 인터뷰해 같은 표현이 남한과 북한에서 어떻게 다르게 사용되는지, 또 영어로는 어떻게 옮겨지는지를 비교하며 기록했습니다. 북한말은 기존 사전은 물론 인공지능으로도 정확하게 해석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당사자들의 실제 경험과 맥락을 직접 듣고 기록하는 작업이 꼭 필요합니다. 현재까지는 (재)통일과나눔의 지원받아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앞으로는 영국의 장기 연구기금을 확보해 이 연구를 지속하려고 합니다. 남북한 언어의 차이뿐 아니라 분단 이후 달라진 생활문화와 사고방식까지 체계적으로 기록하고자 합니다.




옥스퍼드대 'K-랭귀지 맵'

[K-랭귀지 맵 페이지 캡처]


-- 앞으로 옥스퍼드를 비롯한 유럽에서 한국학과 한류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나요.


▲ 한국학은 지금 큰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한국전쟁과 현대사 연구가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한류와 기술, 인공지능으로 연구 영역이 빠르게 확장되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라 세계 학계의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류라는 현상이 저절로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류의 뿌리가 한국의 언어와 역사, 문화, 사람들의 삶에 있다는 사실을 깊이 연구하고 설명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한류는 하나의 유행으로 소비되고 사라질 수 있습니다.


phyeon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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