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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원의 헬스노트] "위암의 적 '헬리코박터균' 없애니 대장암도 크게 줄었다"

입력 2026-07-14 06: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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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93만명 12년 추적…대장암 발생 34%, 사망 위험 49% 감소


"제균 후 장 점막 보호기능 살아나고 염증 감소한 효과 추정"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그래픽·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하 헬리코박터균)은 사람의 위 속에서 살아가는 세균으로, 오래 방치하면 위염과 위궤양을 거쳐 위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런 이유로 헬리코박터균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유독 위암 유병률이 높은 한국인의 경우 이 균에 감염된 사람의 위암 발생 위험은 균이 없는 사람보다 6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위암 예방을 위해서는 헬리코박터균 제균 치료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헬리코박터균 제균 치료의 효과가 위를 넘어 대장암 예방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한양의대·이화의대·성균관의대 공동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위장병·간장학'(Journal of Gastroenterology and Hepatology)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헬리코박터균을 치료한 사람은 치료하지 않은 사람에 견줘 대장암에 걸리거나 대장암으로 숨질 위험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 빅데이터를 이용해 2009∼2011년 처음으로 헬리코박터균 제균 치료를 받은 성인 93만1천585명을 선별한 뒤 평균 12.4년 동안 추적해 대장암 발생과 사망 여부를 살폈다. 대조군은 같은 연령대와 성별의 일반 국민이었다.


이 결과 헬리코박터균을 치료한 사람들의 대장암 발생 위험은 대조군보다 34%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쉽게 말하면 일반인에게 대장암 환자가 100명 생길 때 제균 치료를 받은 사람들에게서는 약 66명 정도만 발생한 셈이다.


대장암으로 목숨을 잃을 위험은 더 크게 줄었다.


제균 치료를 받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대장암 사망 위험이 49% 낮았다. 다시 말해 대장암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것이다.


예방 효과는 특정 연령층에만 나타난 것도 아니었다.


30대부터 70세 이상까지 거의 모든 연령에서 대장암 위험이 감소했으며, 이 중 50대와 70세 이상에서는 대장암 발생 위험이 약 38% 낮았다.


눈에 띄는 점은 시간이 흐를수록 효과가 더 커졌다는 사실이다.


제균 치료 후 5년 미만에서는 대장암 발생 위험이 일반인보다 20% 낮았지만, 치료 후 10년 이상이 지나자 위험 감소 폭은 48%까지 커졌다.


대장암이 수년에 걸쳐 서서히 생기는 질환인 만큼 헬리코박터균을 없앤 효과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뚜렷해진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연구팀은 이 같은 연관성이 나타난 이유로 헬리코박터균이 몸속에 만성 염증을 일으키고 장내 미생물의 균형까지 무너뜨리기 때문으로 봤다.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면 암 발생을 촉진하는 염증 반응이 커지고, 장 점막을 손상하는 세균은 늘어나는 반면 장을 보호하는 유익균은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대로 제균 치료를 하면 이런 변화가 상당 부분 회복된다. 장 점막을 보호하는 기능이 살아나고 염증도 줄면서 대장암이 생기기 어려운 환경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학 의대 연구팀이 2024년 '임상 종양학 저널'(Journal of Clinical Oncology)에 발표한 논문과 비슷한 맥락이다.


미국의 재향군인 81만2천736명을 대상으로 한 이 연구에서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사람은 비감염자보다 대장암 발생률이 18%, 대장암 사망률이 12% 각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헬리코박터균 감염을 치료하지 않은 사람은 대장암 발생률이 23%, 대장암 사망률이 40% 각각 높았다.


헬리코박터균 관련 권위자인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는 "헬리코박터균 제균 치료는 위암뿐 아니라 대장암 예방에도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위암과 대장암이 모두 흔한 우리나라에서는 적극적인 헬리코박터균 검사와 제균 치료 전략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bi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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