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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자 도록에 저작권료 부과 논란…"공익목적출판"vs"유상판매품"

입력 2026-07-12 06: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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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작품 등 기증받은 서울시, 저작권 적용에 유족측 재단 반발


공공저작물 감면 기준 '쟁점'…저작권위 분쟁조정 절차 밟기로




작년 서울시술관에서 열린 천경자 작고 10주기 특별기획전에 전시된 '알라만다의 그늘Ⅰ'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황재하 기자 = 고(故) 천경자(1924∼2015) 화백의 작품 세계를 국내외에 알리기 위해 유족 측 재단이 제작한 도록에 서울시가 1천만원 넘는 저작권 사용료를 부과해 유족 측이 반발하고 있다.


유족 측 재단은 한국의 대표 작가를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한 출판 사업인 만큼 사용료를 감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서울시는 출판사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도록의 유상 판매도 병행하고 있으므로 규정에 따른 부과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12일 천 화백 차녀 김정희(수미타 김) 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천경자재단과 서울시에 따르면 재단은 지난해 천 화백 작품 160여점이 수록된 한글·영문 도록을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재단 측은 천 작가 작품을 소개하는 영문 도록이 없어 이탈리아 미술 전문 출판사 스키라(SKIRA)에 도록 제작을 맡겼고, 제작 비용은 모두 재단이 부담했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의 해외 출판 지원 사업에 선정돼 5천만원을 지원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서울시는 도록에 실린 작품의 저작권 사용료 총 1천210만원을 납부하라고 공문을 재단에 보냈다.


천 화백은 생전인 1998년 11월 자신이 제작한 작품 일체에 대한 저작권을 서울시에 양도했다. 천 화백은 당시 "나의 그림들이 흩어지지 않고 일반 시민들에게 영원히 남겨지길 바란다"며 채색화 57점과 드로잉 39점, 붓·물감 등의 화구를 서울시(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하고, 자기 작품 일체의 저작권을 모두 시에 넘겼다.




천경자 화백의 ''황금의 비'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에 따라 천 작가의 작품을 출판물이나 전시 등에 사용하려면 서울시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재단 측은 이번 출판 사업에 저작권료를 징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한다.


천 화백의 둘째 사위이자 재단 총괄디렉터인 문범강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비영리 재단이 진행하는 출판 사업이고 정부도 해외 출판을 독려하며 지원하는데, 천 작가의 저작권을 보유한 서울시가 지원은 못 할망정 1천만원이 넘는 저작권료를 내라고 하니 이를 따르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단 측은 도록 상당수를 국내외 미술관과 도서관 등에 기증하거나 관계자에게 무료로 배포했으며 재단이 직접 판매 수익을 얻는 구조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다만 스키라는 도록을 국내에서는 쿠팡 등을 통해, 해외에서는 아마존 등을 통해 일반에 판매하고 있다. 판매 수익은 출판사에 귀속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는 한국문화정보원의 '공공저작물 사용료 징수 규정'을 준용해 사용료를 산정했다고 밝혔다.


규정에 따라 단행본 내지 작품 160점에는 점당 7만5천원을, 표지 작품 1점에는 10만원을 적용해 총 1천210만원을 청구했다는 설명이다.




아마존에서 사전 주문 판매 중인 천경자 도록

[아마존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이 규정에는 '공익적 목적 활용'의 경우 사용료를 감면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이 있다.


재단 측은 이번 도록도 감면 대상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재단은 지난 2024년 전남 고흥군 등이 천 화백 탄생 100주년을 맞아 개최한 특별전에는 저작권료가 부과되지 않았다며 형평성 문제도 제기했다.


서울시는 고흥 특별전은 지방자치단체가 주최한 비영리 전시였지만 이번 도록은 민간 출판사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유상 출판물이어서 같은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유상 판매가 이뤄지는 출판물인 만큼 현행 규정상 사용료를 받지 않을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단 측은 유상 판매 역시 영문 도록을 세계 각국에 유통해 천 화백의 작품 세계를 알리기 위한 것으로, 적극적인 영리사업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강조한다.


현재 납부 기한이 지나 가산금까지 발생한 가운데 재단은 변호사를 선임해 한국저작권위원회의 분쟁조정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문 교수는 "서울시와의 조정 과정을 통해 비영리 재단의 공익사업에 민간 출판사의 유상 유통이 결합한 경우에도 공익성을 폭넓게 인정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준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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