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불편하시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세월 역행하는 메시의 '라스트 댄스'…위로와 용기 얻는 중년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선임기자 = 직전 월드컵 축구대회인 2022 카타르 월드컵의 최고 스타는 아르헨티나를 36년 만에 정상으로 견인한 리오넬 메시였다. '축구의 신'으로 불리지만, 당시 이미 30대 중반 노장으로 큰 기대를 받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그 이전에 체력과 기량이 절정이던 시절 4차례나 월드컵에 나왔어도 우승컵과 인연이 없었는데, 노쇠한 그가 뭘 하겠느냐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당시 메시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아르헨티나 공격을 사실상 혼자 조율하며 고비마다 결정적 활약을 해 영화 같은 우승을 완성했다. 대회 기간 무려 7골을 터뜨리고 도움도 3개나 기록하며 골든볼(최우수선수상)까지 받았다. 월드컵 역사상 전무후무한 통산 2회 골든볼 수상자가 나오는 순간이었다. 축구 팬들은 조카뻘 선수들을 '형님 리더십'으로 이끌며 위업을 달성한 메시가 축구 인생의 유종의 미를 거뒀다며 찬양했다.

(애틀랜타[미국]=AFP 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대표팀 주장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가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이집트의 2026 월드컵 16강 축구 경기에서 3대2로 역전승 후 동료들에게 축하받고 있다.
그 장면이 메시의 마지막 월드컵이자 더할 나위 없는 아름다운 마무리로 여겼던 팬들은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서 다시 한번 경이로운 드라마를 시청 중이다. 거의 마흔 살인 메시가 대표팀에 또 합류한 것만도 놀라운데, '벤치 리더'에 그치지 않고 여전히 풀타임을 뛰며 실제 경기를 지배하고 있다. 축구선수로는 환갑 넘은 노인 취급을 받아야 할 물리적 나이인데도, 세월의 무게조차 메시에겐 적용되지 않는 모양이다.
오히려 메시의 '라스트 댄스'는 지난 대회보다도 더 화려하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게 아닐까. 벌써 8골을 터뜨리며 득점왕 레이스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자신이 보유한 월드컵 통산 최다 경기 출전, 최다 득점, 최다 공격포인트, 최다 경기 연속골, 최다 경기 득점 기록도 거듭 경신 중이다. 특히 이집트와 16강전은 메시가 왜 '신'인지 증명한 무대였다. 두 골 차 뒤져 패색이 짙던 후반 막판 1골 1도움을 몰아치며 기적 같은 대역전극을 이끌었다. 스포츠가 각본 없는 드라마라지만, 만화도 이렇게 그리면 너무 진부한 영웅담이란 말을 들을 것 같다.
메시는 이제 단순히 축구 영웅을 뛰어넘어 '중년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스태미나가 중요한 축구에서 40대에 접어드는 그가 20대 청년들과 몸을 부딪치며 경쟁하는 모습 자체가 삶에 지친 중년들에게 큰 용기를 주고 있다. 중년은 인생에서 가장 치열하고 힘들게 살아야 할 때이지만, 서서히 체력은 떨어지고 마음도 약해지는 시기다. 하지만 메시는 '나이는 숫자일 뿐'임을 보란 듯 몸소 입증하고 있다. 이집트전 역전승 이후 아이처럼 엉엉 울던 그의 순수한 모습은 고단한 중년들에게 따뜻한 공감과 위로의 메시지로 다가왔다.

[UPI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이제 세계 각국의 중년들은 국적, 인종, 성별 등과 상관없이 메시의 라스트 댄스에 진심 어린 응원을 보내고 있다. 어쩌면 이번 월드컵 최대 관심사는 우승팀이 어디가 되느냐보다, 메시의 인간 극장이 어떻게 막을 내리느냐에 쏠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돈과 명예 때문이 아니라 그저 축구를 사랑하기에 힘들어도 뛸 뿐이라는 메시의 아름다운 도전에 갈채를 보낸다.
leslie@yna.co.kr
Copyright 연합뉴스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상품 확인하고 계속 읽어보세요!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